양산에 가면 폐수가 흐르는 생태하천이 있다?

70년대 조성된 유산공단 아직도 하수관로 없어...오폐수무단방류 장기간 방치

등록 2007.12.31 10:21수정 2007.12.3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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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하천 공사가 한창인 유산천에 계속해서 오폐수가 흘러들고 있다. ⓒ 최용호



경남 양산시에 가면 실제로 생태하천에 폐수가 흐르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양산시가 양산천을 살리고 동시에 관광자원화하겠다는 취지로 관내 유산천에 거액의 예산을 쏟아 부으며 생태하천 조성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생태하천이 갖춰야할 수질개선은 뒷전으로 미룬 채 외형꾸미기에만 나서고 있어 시민들로부터 “전시행정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30일 어곡동 S아파트에 거주하는 이아무개(33)씨는 “유산천변에 인접한 일부기업들이 대낮에도 버젓이 폐수를 무단방류해 인근 양산천 오염을 가중시키고 있으나 단속이 되지 않고 있다”며 “얼핏 봐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시커먼 오폐수가 하루 종일 흘러나오고 있는데도 단속해야 할 양산시가 왜 뒷짐만 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산천의 오폐수 배출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며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산공단이 조성된 지도 30년에 이르지만 아직도 기반시설인 하수관로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유산공단에 입주한 일부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오폐수를 방류할 수밖에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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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천으로 흘러들고 있는 시커먼 폐수. ⓒ 최용호


양산시에 따르면 현재 유산공단에서 배출되는 오폐수는 폐수관로를 거쳐 폐수처리장으로 유입 처리과정을 거친 뒤 양산천으로 방류되고 있는 반면 오수는 자체 정화시설을 거쳐 유산천으로 방류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몰지각한 기업들은 감시가 소홀하거나 우수기를 틈타 무단으로 오폐수를 방류해 유산천을 심각하게 오염시켜 왔고, 한편으론 어쩔 수 없이 기업들이 오폐수를 방류하는 단초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유산공단에 위치한 국내 중견 섬유염색업체인 D직물의 한 환경관리 담당자는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오폐수관리에 나서고 있고 수질방류허용기준에 맞게 방류하고 있지만, 공장과 하수종말처리장을 잇는 ‘하수관로’라는 인프라가 제대로 설치돼있지 않는 상황에서는 더 이상의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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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관로'라는 인프라 없이 제대로된 오폐수처리가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모염색업체 환경관리담당자. ⓒ 최용호


이처럼 양산천과 인근 지류의 둔치를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설치하는 등 친수환경사업인 생태하천 조성공사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양산시가 수질개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오폐수분리 방류사업인 하수관거사업에는 무관심한 것을 두고 시민들의 바라보는 눈이 고울 리 없다.

양산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김아무개(49)씨는 “70년대 말에 조성된 유산공단에 아직도 하수관로가 없다는 것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양산시는 생태하천 운운하기 전에 하루빨리 하수관로를 설치해 더 이상 양산천이 오염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지역주민들과 시청출입 기자들에 의해 "유산천 색깔이 시커멓게 변하고 악취도 심하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시에서 "한 염색업체가 수질방류허용기준에 맞게 방류하고는 있지만 염색업인 관계로 색깔만 진할 뿐"이라는 결과를 내놓고 "8월까지는 방류구를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개선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의 방류구를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연결했음에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하천에는 염색안료로 추측되는 탁도가 짙은 오수가 흐르고 있고 악취 또한 극심한 실정이다. 이는 기업들이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방류하거나 비가 오는 경우 오수관이 흘러넘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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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공단 모 염색업체의 폐수처리시설. ⓒ 최용호


따라서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개선책이 없이 방류구만 옮기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하천오염을 막을 수가 없다”며 “하수와 오수가 분리되어 모두 하수종말처리시설로 바로 연결되는 하수관거사업이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양산시에 따르면 유산공단 하수관거 사업은 민간자본유치사업(BTL:Build Transfer Lease)으로 내년 발주 예정이며 공사기간은 적어도 3년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생태하천 조성공사가 한창인데 비해 민간투자 유치가 어려운 BTL사업은 이래저래 늦어져 한동안 폐수가 흐르는 생태하천이란 오명을 씻을 수 없을 전망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하수관거사업이 실시되면 공단기업들도 하수도요금을 부과해야 하는데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표방하는 양산시가 기업들의 눈치를 보느라 하수관거 사업을 의도적으로 미룬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양산시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까지 40억 원의 국비를 투입해 유산천의 홍수예방과 생태하천으로 조성하기 위해 유산천에 설치한 콘크리트 제방을 철거하고 대신 하천생태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둔치에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자연형 호안을 조성하는 등 친수환경사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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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유산공단에서 시커먼 오폐수가 유산천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 최용호


#수질오염 #폐수처리 #환경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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