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돈 버는 곰' 판다 멸종을 막아라!

전 세계 2500여마리 보존... 모피 노린 밀렵꾼 횡행

등록 2007.12.31 14:13수정 2008.01.0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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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두판다번식기지의 한 우리에서 대나무 잎과 어린 죽순을 먹고 있는 자이언트 판다(Giant Panda). 중국을 상징하는 국보다. ⓒ 모종혁


지난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벌어졌다. 8월 3일 태어난 판다 '전전'(珍珍)이 처음으로 일반 관람객에게 선을 보인 것. 수백여 명의 관람객은 오직 전전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했다.

동물원이 아침 9시부터 2시간만 전전 관람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동물원 당국은 전전이 수많은 사람을 처음 보는데다 카메라 플래시에 적응하기 힘들 것을 우려하여 관람시간을 제한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미국 관람객들은 귀여운 전전의 일거수일투족에 열광했다"며 "이 날 행사를 통해 샌디에이고 동물원에 새로운 스타가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전전은 체중만 7.7㎏으로 지금까지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태어난 4마리의 판다 중 가장 무겁다"며 "다른 미국 태생 판다들과 마찬가지로 전전도 만 3살이 되면 중국으로 되돌아 갈 것"이라고 전했다.

11월 7일에는 또 한 마리의 판다가 13억 중국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가오가오(高高)와 바이윈(白雲) 사이에서 태어난 '메이셩'(美生)이 미국에서 전용기를 타고 중국 쓰촨(四川)성 수도 청두(成都)공항에 도착하는 광경이 TV를 통해 생중계 됐다.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태어난 메이셩은 전전과 같은 부모를 둔 형이다. 메이셩과 전전 두 판다 형제가 한 달 사이에 미·중 양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메이셩은 낯선 조국으로 돌아온 뒤 바로 워룽(臥龍)판다자연보호구로 옮겨졌다. 한 달여 동안의 적응훈련을 끝낸 메이셩도 지난 12일 중국 관람객에게 공개됐다. <청두만보>는 "메이셩은 워룽판다연구기지에서 중국 기후에 적응하면서 입맛을 바꾸고 심지어 중국어를 배우는 교육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청두만보>는 "2003년 8월 미국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 가이로 불리던 메이셩은 적응능력이 뛰어나 조국 생활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며 "쓰촨의 대나무를 너무 좋아해 한 달 사이 체중이 4㎏나 늘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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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의 식성은 왕성하고 활동량은 그리 많지 않다. 판다는 보통 배불리 대나무를 먹은 뒤 긴 낮잠을 즐긴다. ⓒ 모종혁



2500여 마리만 남아있는 판다, 중국을 상징하는 국보로



오늘날 2500여 마리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판다는 오직 중국에서만 서식한다. 판다는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의 상징마크를 차지하는 멸종위기의 희귀동물이기도 하다.

판다의 번식력이 낮은 이유는 까다로운 식성과 극히 희소한 성행위에 있다. 판다는 신선하고 여린 대나무의 잎이나 어린 죽순만 먹는다. 대나무는 보통 60년 만에 한 번씩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뒤 말라 죽는데, 판다는 대나무가 꽃을 피우고 잎이 시들해지면 굶어 죽을지언정 먹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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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는 원래 단독 생활을 즐긴다. 쓰촨성 각지의 판다연구기지에서는 단체생활을 장려하여 성생활을 독려한다. ⓒ 모종혁

중국에서 대나무가 가장 많은 곳은 쓰촨성이다. 이 때문에 중국 판다의 절반이 넘는 1600여 마리가 쓰촨에 서식한다. 최근 쓰촨성에 사는 판다에게 위기가 닥쳐왔다. 쓰촨성 서부의 대나무 삼림 2만4000ha에서 대나무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기 때문. 11월 14일 양쉬위(楊旭煜) 쓰촨성 임업청 야생동물보호국 부국장은 "산간 오지의 대나무 밭에서는 이미 꽃이 피기 시작했으며 갈수록 그 면적이 넓어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1980년대에도 대나무가 꽃을 피우면서 먹이를 구하지 못한 판다 250여 마리가 굶어죽었다. 면적이 48만8000㎢으로 한국의 5배나 되는 쓰촨성은 대나무 산림이 전역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으나, 도시가 늘고 공장과 농경지가 늘면서 판다의 이동조차 쉽지 않아졌다. <신화통신>은 "쓰촨성 정부는 야생 판다를 오지 산간지역에서 남쪽으로 이동시키는 대공사를 진행중"이라며 "이동 경로를 확보하는 작업이 관건"이라고 보도했다.

식생활과 함께 극히 낮은 성생활도 판다의 번식을 막고 있다. 판다는 중국 내에서도 쓰촨·산시(陝西)·간쑤·티베트 등 4개 성에만 서식하는데, 중국정부는 현재 암컷 78%와 수컷 90%가 불임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판다는 천성적으로 섹스를 좋아하지 않아 1년에 한두 차례 암컷의 주도로 이뤄진다. 섹스에 대한 흥미가 워낙 떨어져 중국정부는 섹스의 빈도를 높이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동원했다. 비아그라를 복용시키고 판다 간의 성생활을 담은 포르노까지 방영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못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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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두판다번식기지는 번식력이 극히 낮은 판다의 인공 사육을 위해 마련된 연구기지 중 하나다. 1987년에 설립되어 현재는 67마리의 판다가 야생으로 돌아가 자손을 번식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 모종혁


까다로운 식성과 적은 성행위에 극도로 위기에 몰린 번식

야생 동물인 판다를 인공 사육하는 것도 낮은 번식력에서 기인한다. 야생 상태에 그냥 놔두면 개체 수가 떨어져 멸종 위기에 처하기 때문. 중국정부는 쓰촨성에만 40여 개의 판다 보호구역과 연구센터를 두고 있고 청두의 판다번식기지에는 대부분 인공 수정된 판다 67마리가 활발히 살아가고 있다.

1987년 설립된 청두판다번식기지는 한해 관광객만 5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 높은 관광코스이다. 이 곳을 찾는 관람객의 60%는 외국인으로, 이 중 적지 않은 수는 오직 판다를 보기 위해 청두를 찾는다. 청두판다번식기지에서는 하루 종일 판다들의 장난치는 모습을 바라보며 카메라에 담는 외국인이 적지 않다.

판다의 번식율을 높이는 데에는 인공위성까지 동원되고 있다. 중국과학원 동물연구소와 샌디에이고 미국동물협회의 과학자들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사용해 판다의 성행위를 관측하고 있다. 2005년부터 3년간 시행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에 미·중 양국은 66만 달러를 투입했다. 웨이푸원 중국과학원 동물연구소 연구원은 "GPS 및 컴퓨터 시스템이 여러 계절에 걸쳐 판다들의 움직임과 여러 환경에서의 행동 변화를 추적하여 판다의 야생 성생활과 생태학적 신비를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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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두판다번식기지 내의 판다박물관 전시물. 쓰촨성 판다번식기지는 일반 관람객에서 개방하여 판다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 모종혁


중국 뿐만 아니라 미국이 판다 보호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에는 '판다외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했다. 닉슨의 방문은 첨예한 냉전 상황에서 중국을 죽의 장막에서 벗어나게 하고 외교적 고립에서 구원케 했는데, 마오쩌둥(毛澤東)은 귀국길 닉슨에게 판다 두 마리를 선물했다. 유엔에서 대만을 몰아내고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를 차지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기권한데에 대한 보답이기도 했다.

1982년 다시 두 마리의 판다가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갔지만 성격은 바뀌었다. 중국은 멸종 위기의 동물을 책임지고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임대료를 받고 미국 측에 넘겼다. 현재 미국에는 12마리의 판다가 사육되고 있지만 소유권은 모두 중국정부에 있다. 이는 다른 나라에 보내진 판다도 마찬가지다.

미국 각지의 동물원은 판다 임대료를 해마다 중국에 꼬박꼬박 지불한다. 판다 한 쌍은 매년 200만 달러, 새끼가 태어나면 60만 달러를 더 낸다. 중국이 거둬들이는 임대수입만 한해 8000만 달러가 넘는다. 미국 입장에서 판다 한 마리당 하루에 대나무 38㎏를 먹어치우는 골칫거리일 듯싶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미국인들이 워낙 판다를 좋아하는데다 임대료 이상의 관람 수입을 안겨다 주기에 판다에 대한 애정은 더욱 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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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박물관에 전시된 판다 박제. 최근에도 판다 모피를 밀수하려는 밀렵꾼이 체포되어 충격을 주었다. ⓒ 모종혁


돈벌이에 이용되는 판다, 불법 밀렵의 위협에 노출당해

세계인의 판다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중국정부가 판다를 돈벌이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터져나오고 있다. 9월 30일 미국 ABC 방송은 "판다의 개체 수는 1970년대보다 크게 늘어났지만 중국은 판다가 국보라는 이유로 관리규정을 갈수록 까다롭게 만들어 외국 정부와 동물원이 막대한 임대료를 부담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정부는 현재 엄격한 조건을 충족하고 많은 판다 연구기금을 제공하는 동물원에만 10살짜리의 판다를 임대해 주고 있다. 과학적인 관리와 연구를 이유로 판다 관리인을 중국에서 초빙토록 하여 인력까지 수출한다.

왕청둥(王成東) 청두판다번식기지 부주임은 "판다를 임대하여 받는 돈은 모두 멸종 위기를 막기 위한 다양한 연구와 보호 활동에 쓰인다"고 해명했다. 왕 부주임은 "외국 동물원에서 태어난 판다를 중국에 다시 데려오는 것은 임대협약에 따른 것"이라며 "중국으로 돌아온 판다는 풍부한 먹이와 다양한 생태환경 속에서 야생 적응력을 높이고 인공 수정을 통해 새끼를 낳게 된다"고 말했다.

중국에게 있어 판다는 대외 이미지 제고와 달러벌이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더욱 세심한 주의와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 14일 중국의 유력주간지 <남방주말>은 "충칭(重慶)시에서 판다 모피를 밀수하려다 밀렵꾼이 체포되는 등 판다의 불법 밀렵이 은밀하게 횡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방주말>은 "올해 판다 모피를 밀수하려다 적발된 사람은 일일이 세기 힘들 정도"라며 "143마리가 확인되었으며 쓰촨에서도 판다가 가장 많은 바오싱(寶興)현은 지난 20년 동안 보고된 판다 밀렵사건만 19건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12월 19일 <중국청년보>는 "판다 모피의 밀거래 시장이 있다는 것은 과장된 보도"라면서도 "판다 모피를 구하고자 하는 부자들이 궁핍한 농민을 앞세워 판다를 불법 사냥하는 일이 끊이질 않는다"고 보도했다.

리더셩(李德生) 워룽판다연구기지 부주임은 "야생 판다의 보호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각지 연구기지에서 더욱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판다 번식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리 부주임은 "인공 수정으로 태어난 판다도 야생으로 돌아간 뒤 인간이나 거친 다른 동물과의 접촉에서 맞설 수 있도록 싸움 능력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20세기 이후 중국에서 유일하게 회생한 멸종위기의 동물 판다. 점점 나빠지는 생존환경 속에서 판다의 귀여운 재롱을 계속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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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과의 하나로 판명된 레드 판다(Lesser Panda). 판다를 너구리과나 곰과에 포함시키는 여러 학설이 논쟁을 불러 일으켰지만 지금은 판다과로 독립돼 있다. ⓒ 모종혁


#판다 #멸종위기 #희귀동물 #세계야생동물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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