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올해의 인물, 석유화학공장 설립 맞선 '마카오시민'

<난방저우모>, 2007년 올해의 인물 선정...성장하는 중국 시민사회 힘 볼 수 있어

등록 2007.12.31 14:39수정 2007.12.3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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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가는 2007년! 중국의 네티즌들은 2007년의 한자로 '불어날 창(漲)'자를 뽑았다. 자고 나면 오르는 생필품과 부동산의 물가 상승을 꼬집은 말이었다. ‘세계의 공장’으로 저가의 생필품을 공급하던 중국의 물가 상승은 유가 상승과 맞물려 세계 물가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 중국정부가 국정운영의 중심에 법치(法治)를 두겠다고 한 것은 정치적으로 후진타오(胡錦濤)의 약한 당내 장악력을 보완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점점 커져가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또 제어하겠다는 포석으로도 보인다.
 
중국 지식인들에게 최고의 언론매체로 뽑히는 <난방저우모(南方周末)>가 선정한 2007년 올해의 인물 후보들은 다사다난했던 2007년 중국사회의 일면들을 잘 보여준다.
 
2003년 사스(SARS)의 진상을 은폐 축소하지 않고 소신 있게 진실을 말하며 양심과 책임을 다한 중난샨(鐘南山) 과학연구원, 2004년 재정부와 국가전력공사의 회계감사에서 부정자금 비리를 폭로한 리진화(李金華) 회계감사원, 2005년 중국을 방문해 양안간 긴장을 해소하고 대화와 협상의 물꼬를 튼 리엔짠(连战)국민당 총수, 2006년 중국인으로는 최초로 UN기구 수장에 오른 마거릿 챈 (陈冯富珍)이 각각 역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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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올해의 인물 수상자들 난팡저우모가 선정한 역대 올해의 인물 수상자들. ⓒ 난팡저우모

▲ 역대 올해의 인물 수상자들 난팡저우모가 선정한 역대 올해의 인물 수상자들. ⓒ 난팡저우모
 

부정과 비리에 맞서 진실 폭로한 인물 많아

 

2007년 올해의 인물 후보군 또한 역대 선정자들과 마찬가지로 부정과 비리에 맞서 진실을 폭로하고 기존의 권력과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주장을 펴고 권리를 쟁취한 인물들이 많다. 

 

첫번째 후보는 위커핑(俞可平) 중앙편역국 부국장으로 <민주는 좋은 물건이다>라는 저서로 17대 전국대표대회가 열리는 올해 중국정치의 진보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번째 후보는 우핑(吳苹)으로 시의 재개발 정책에 4년간 맞서며 올 한 해 가장 고집스러운 여인으로 각인되었다. 주변의 모든 집이 헐리고 자신의 집이 절벽 끝에 남자 밧줄로 음식을 올려 연명하며 끝까지 충칭시의 개발 논리에 맞서 개인의 재산권을 당당하게 주장했던 그녀는 집요한 공권력에 늘 순종적이었던 중국인들의 의식을 깨어나게 하는 역할을 했다.

 

세번째 후보는 농민 저우정롱(周正龍)이 24년 만에 찍었다는 화남(華南) 호랑이 사진이 가짜라는 것을 밝혀낸 네티즌이다. 뜨거운 진위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이 사건은 정부가 뒤늦게 현장 조사에 나서는 등 중국 인터넷 문화의 새로운 힘을 느끼게 해주었다.

 

네번째 후보에는 베이징 팡산(房山)구의 탄광 붕괴 사건 후 아무런 외부의 도움 없이 130여 시간 동안 버티며 직접 갱도를 파고 탈출에 성공한 맹(孟)씨 형제가 올랐다.

 

다섯번째 후보는 중국의 빌 게이츠라고 불리는 아리바바(阿里巴巴)의 CEO 마윈(馬雲)이다. 아리바바는 현재 2500만 중소기업에 전자상거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중국 인터넷 최고의 사이트로 올해 홍콩증시에 상장해 약 200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여섯번째 후보는 10년 동안 사법개혁을 이끌었던 샤오양(肖揚)이다. 샤오양은 올해 사형비준안 몰수건을 주도하는 등 분명한 태도와 확고한 의지로 사법개혁을 이끌고 최고인민법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곱번째 후보는 영화 <색계(色戒)>의 리안(李安) 감독이다. <색계>는 베니스 영화제 금사자상 수상으로 중국영화의 지평을 넓혔으며 중국 내에서도 친일파에 대한 평가 논란과 예술적 성 노출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여덟번째 후보는 비공산당원으로서 장관급인 과학기술부장으로 취임한 완깡(萬鋼)이다. 올해 처음으로 발표된 중국 정당백서에 따르면 부장으로는 완깡과 현 위생부장 천쭈(陳竺) 2명만이 비공산당원이며 2006년 말까지 현급 이상 간부로는 3만 1000명이 비공산당원으로 집계됐다.

 

아홉번째 후보는 TV연속극 <사병돌격(士兵突擊)>의 주인공 쉬싼두어(許三多)이다. 그는 가난한 농촌출신으로 도시를 떠돌며 불굴의 의지와 성실한 노력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수많은 민공(民工)들을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사회적 의의를 지녔다.

 

열번째 후보는 산시(山西)성 악덕 벽돌공장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자식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선 피해자의 어머니들이다. 그들은 자식들이 열악한 노동조건 하에서 월급도 제대도 못 받고 산업재해에 대한 아무런 보상도 없는 것에 항의하여 관할기관에 집단으로 진상을 알리며 항의하고 여론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 후보는 파락실린(Paraxylene) 석유화학공장 설립계획에 맞서 싸워 승리를 거둔 마카오 시민이다. 마카오 항구에서 식초냄새가 나자 식당주들이 모여 시당국에 항의한 것이 계기가 되어 결국 마카오 시민 전체가 하나로 단결하여 환경보호와 마카오 발전을 위해 공장 이전의 필요성을 강력히 건의하여 결국 공장은 짱저우(漳州)로 이전하기로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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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올해의 인물 후보와 최종 득표현황 난팡저우모 2007올해의 인물 후보와 최종 득표현황(12월 27일 마감) ⓒ 난팡저우모

▲ 2007 올해의 인물 후보와 최종 득표현황 난팡저우모 2007올해의 인물 후보와 최종 득표현황(12월 27일 마감) ⓒ 난팡저우모

 

합리적 대안제시로 당국 결정 바꿔

 

11명의 후보 중에서 지난 27일 마감된 인터넷 투표 결과 10만4346표를 얻은 마카오 시민이 10만3946표를 얻은 화남 호랑이의 진실을 밝힌 네티즌을 따돌리고 난팡저우모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었다. 단합된 시민사회의 역량과 합리적 대안 제시로 정부당국의 결정을 바꾼 마카오 시민은 개발논리에 맞서 자신의 권익을 주장하던 수많은 중국인들을 대표한다고도 볼 수 있다.

화려한 업적보다는 낮은 곳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면서도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맞서 자신의 권익을 지켜가며 바람직한 사회 변화를 불러 올 수 있는 사건과 인물에 중국인들은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치적으로는 개혁과 변화에, 사회적으로는 성장에서 소외된 계층의 희생과 아픔에 대한 관심을 읽을 수 있다.

고도성장 속에서 아직은 후진국형 사건, 사고들이 많지만 시민사회의 성장과 함께 그들의 주장이 정부와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수정되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간다는 점은 앞으로 계속 주목해야 할 부분이고 이는 공산당 독재체제 하에서 점진적인 중국의 변화와 발전을 가져올 동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국정브리핑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2.31 14:39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국정브리핑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중국 올해의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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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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