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의 실용주의 옹호? 진보의 퇴행일 뿐

[재반론] 조기숙님의 '노무현·정동영 실용주의 옹호론'에 대한 반론

등록 2008.01.01 20:04수정 2008.01.0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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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자가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갖기 위해 함께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배재만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자가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갖기 위해 함께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배재만

 

<오마이뉴스> 12월31일자에 실린 조기숙님의 글, '보수프레임 좇는 진보언론의 대선결과 분석'에 대하여 몇 가지 반론적 코멘트를 하겠습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당의장이 실용주의를 들고 나왔을 때 열린우리당의 지지도는 40%를 상회하는 최고조를 만끽했다. 따라서 정동영의 실용주의가 당을 망쳤다는 고태진님의 분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 조기숙님의 글

 

제가 정치학 전공자는 아닙니다만 조기숙님의 이런 분석은 타당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님의 논리를 그대로 한나라당에 적용한다면 한나라당과 이명박 당선자의 지지율이 최근 50%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정책노선 또한 앞으로 대한민국과 한나라당을 망칠 가능성은 없다는 뜻이 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변호하는 것은 좋으나 그것은 타당한 논리와 근거에 기반한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홍헌호님은 참여정부가 시장친화적 실용주의하다가 망했다고 하는데 일부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실용주의를 택하지 않았다면 제2의 경제환란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이명박정부나 한나라당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조정하고 반값아파트를 들고 나올 수 있지만, 참여정부는 백화점 셔틀 하나 없애는 데에도 온갖 저항에 직면했다. 참여정부가 브레이크는 없이 과속만 했다는 홍헌호님의 주장은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 참여정부 기간 동안 향상된 국민복지를 놓고 토론해야 한다. 그 이상 잘하지 못한 것은 노 대통령이 세금 인상문제를 공론화하자고 했을 때 보수나 진보나 모두 외면했기 때문이다." - 조기숙님의 글

 

저는 참여정부가 실용주의를 택하지 않았다면 제2의 경제환란을 겪었을 것이라는 님의 말에 대해서도 전혀 동의하지 못합니다. 한국은행 발표자료에 의하면 2002년~2006년 사이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연말기준으로 각각 1214억달러, 1554억달러, 1991억달러, 2104억달러, 2390억달러였습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고 말합니다. 외환관리비용이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2003년에 제2의 경제환란을 걱정했다니요? 그리고 또 2003년에 민간부문에서 참여정부더러 경기부양책을 쓰지 말라고 권고하거나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2003년에 경기부양을 안 하기로 한 것은 참여정부 스스로 결정한 것입니다. 오히려 민간부문에서는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지요. 경기가 어려울 때 부양책을 쓰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어떤 부양책을 쓰느냐가 문제가 될 뿐이지요.

 

대선 공약 뒤집은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가 2003년에 대선공약을 뒤집지 않고 그대로 실천해서 분양가 원가공개하고 분양가 상한제 실시하고, 더 나아가 LTV를 20~40%로 강화했더라면 부동산 가격은 충분히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이런 대안을 내놓은 시민단체나 네티즌들의 요구가 절대 과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분양가 상한제는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부도 시행했던 정책이었기 때문입니다.

 

분양가 상한제정책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고 1990년대에 이 정책이 크게 효과를 본 적이 있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가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물론 당시 경제관료들이 건설투자 비중이 GDP의 17~18% 수준인데 이것이 흔들리면 곤란하다고 주장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건설투자액은 건설사 입장에서는 매출액이므로 부가가치 총액인 GDP와 단순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입니다.

 

우리나라 건설업 부가가치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8%수준입니다. OECD 주요국들의 건설업 비중은 4~5%수준입니다. 그런데 청와대 인사들이 제2의 외환위기가 올 것처럼 허풍을 떠는 경제관료들에게 속았다니. 그것은 전적으로 청와대 인사들의 부주의와 무지의 탓일 뿐입니다.

 

그리고 또 2003년~2004년에 분양가상한제로 건설경기가 다소 위축된다 하더라도 조금 과하다 싶으면 다른 부문에서 부양책을 써서 경기침체를 막아내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건설경기 부양책이 유일한 경기부양책인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둘 다 안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와서 자신들이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은 것만 크게 부각시켜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마추어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참여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로 부동산 가격도 잡고 비건설부문의 경기부양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스스로 놓쳐 버린 것입니다. 모든 경기부양책을 전부다 건설경기부양책으로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아마추어적이어서 그렇습니다. 

 

또 조기숙님은 저의 글을 "참여정부가 브레이크는 없이 과속만 했다"라고 읽으셨는데 그것은 오해입니다. 저의 글은 "제대로 된 부동산 시장을 만들려면 제대로 된 브레이크가 필요한데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한다면서 브레이크 없이 출발하다 보니 나중에는 온몸으로 부동산시장을 막아야만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또 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진보적이지 못해 지지자를 잃었다는 주장이야말로 세상 물정 모르는 이야기다. 우리 국민들이 언제 그렇게 진보적이었나. 국민들이 그렇게 진보적이라면 민노당이나 문국현 후보가 30~40% 정도의 득표를 해야 정상 아닌가."

 

님들이 이렇게 우리 국민들을 무시하려 들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 또한 님들을 싫어하는 것입니다. 주는 만큼 받는 것이지요.

 

다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국민들은 '분양가 원가공개, 상한제 실시'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습니다. 이 정책은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부도 시행한 정책이었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는 당연히 이 정책을 시행하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기대를 저버렸습니다. 대선 공약까지 뒤집었습니다. 이 때부터 '노무현이 좌측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는 말들이 파다했습니다. 그리고 '대연정 구상'과 '한미FTA' 등등 굵직굵직한 일들을 벌여 진보의 민심을 잃은 것입니다. 자업자득이지요.

 

'좌측 깜박이 켜고 우회전한' 참여정부

 

한미FTA가 무엇입니까. 김영삼의 '국내외 유통업 개방'과 똑같은 문제의식 하에서 진행되고 있는 무책임한 정책입니다. 지금 바닥 민심을 보세요. 대형마트 때문에 서민경제 다 죽는다고 난리입니다.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 1996년 김영삼의 '국내외 유통업개방'입니다. 그런데 노무현대통령이 한미FTA를 통해 그것을 그대로 재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1996년 김영삼의 '국내외 유통업개방'으로 무슨 이익이 있었을까요? 구멍가게 다 죽이고 재벌들이 대형마트 운영해서 돈을 갈퀴로 긁어 모으니까 경제에 도움이 되었나요? 정부에서 나온 한미FTA 보고서들도 대부분 다 엉터리들입니다. 매년 수출이 400억달러 정도 증가하는 나라에서 한미FTA로 수출을 10억달러 추가 증가시켜 그걸로 매년 0.6%p의 추가 성장을 하겠다니요? 도대체가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요.

 

수출의 경제성장기여율이 100%라 하더라도 한미FTA의 경제성장기여도는 고작 0.12%p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결코 50%를 넘지 못합니다. 수출의 경제성장율 70%니 뭐니 하는 것은 전부 다 엉터리입니다. '수출의 경제성장기여율=수출매출액 증가액/GDP(=부가가치총액+@)증가액'이라는 산업자원부의 공식 자체가 엉터리이기 때문입니다.

 

노 대통령이 진보진영의 다수의 의견대로 2003년에 분양가 상한제 실시해서 부동산 가격을  잡고 한미FTA는 추진하지 않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노무현 정부 지지율이 참혹한 지경으로 추락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싫어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집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노무현 정부가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부도 시행한 정책을 안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가격을 엄청나게 올려 놓았기 때문에 노 대통령을 싫어합니다.

 

또 집을 가진 사람들 중에도 1세대 1주택자들은 그것을 판다 하더라도 어차피 그 가격에 또 같은 규모의 주택을 사야 하기 때문에 남는 것이 없지요. 대신 대출이자 부담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노무현 정부를 싫어하지요.

 

상황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노무현 정부가 다수 민초들의 의견만 충실히 들었다면 절대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가  진보진영은 물론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잃은 것은 진보진영 다수 민초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전현직 관료들과 재벌연구소에 과도하게 의존했기 때문입니다.

 

정부관료들의 현란한 영상자료들을 보면 전문지식 없는 청와대 인사들이 현혹될만 합니다. 그러나 정부관료들의 영상자료는 조중동의 현란한 조작들만큼이나 위험하기도 합니다. TV를 흔히들 바보상자라 하는데 정부의 영상자료 또한 비슷한 속성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현란한 영상은 보는 사람의 비판적인 인식 자체를 마비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민초 외면한 노무현-정동영의 실용주의는 폐기 됐어야

 

조기숙님같은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이 그를 변호하려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좌파적이어서 국민들의 지지를 잃었다는 조중동의 프레임을 깨부수고 진보다운 진보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2003~2004년 민초들의 옳은 요구를 무시하고 전현직 경제관료들의 협박에 속아서 실용주의로 경도된 당시 노무현-정동영 노선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물론 2005년 이후 노대통령은 변화된 모습을 보이려 한 적이 있습니다.그러나 그는 끝내 그의 실용주의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한미FTA에 올인합니다.

 

이명박 당선자가 노무현 정부의 상당부분을 계승할 것이라고 합니다. 구미가 당기는 것이 상당히 있을 것입니다. 진보진영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승할 것이 몇 개 있고 계승해서는 안 될 것이 몇 개 있겠지요. 그러나 진보진영은 이명박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진보진영은 노무현-정동영의 2003년식 '시장친화적 실용주의'는 절대 계승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대자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1.01 20:04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대자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실용주의 #노무현 #정동영 #분양가상한제 #한미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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