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순천만의 아름다움은 짱뚱어, 밤게, 청둥오리, 흑두루미, 저어새 등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품에 안는 넉넉함에 있다.
안준철
순천만은 갈대숲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갈대숲은 가을보다는 겨울이 제격입니다. 그것은 갈대가 겨울이 되어서야 제 빛깔을 내기 때문이지요. 제 뿌리를 박은 갯벌 진흙 색깔과 가장 가깝게 됩니다.
돌아오는 길은 시내버스를 이용했습니다. 아침만 먹고 점심을 건너 뛴 터라 배가 몹시 고팠습니다. 사실은 집을 나설 때부터 이미 각오한 일이었지요. 요즘 너무 배가 불러 있었다는 생각을 했을까요?
다음날은 산 중턱에 있는 조계산 보리밥집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전날 한 끼 굶은 것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게걸스럽게 먹다가 문득,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아직 멀었다, 아직 멀었다, 그 생각뿐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