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치료제로 사람 성격까지 디자인 할 수 있을까?

[서평] <희망의 처방전 정신의학>

등록 2008.01.03 08:27수정 2008.01.0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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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공명영상법’이 뭐냐고 물어봤더니 세 사람 중 두 사람이 새로 제정된 미디어관련 법령이냐고 되물었다. 그러면 ‘엠알아이(MRI)'를 아느냐고 했더니 안다고 했다. 시티(CT)촬영이라는 말에도 익숙하다. 모두 뇌 구조를 파악하는데 사용하는 진단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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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나무숲


뇌 과학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정신의 문제 또는 마음의 문제를 의학적으로 친절하게 설명한 책이 이 책이다.


마음의 문제를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의 종류와 양으로 설명하고 해결하려 한다면 누구나 거부감이 들 것이다. 마음과 정신의 영역을 물리화학적인 물질작용으로 모두 해석이 가능한 날이 올지는 알 수 없는 일이고 바람직한지도 앞으로 계속 논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병이 비롯되는 신체작용, 특히 뇌의 구조와 작용에 대해 바로 알리고 정신의학적인 처방이 어떤 것이 있는지 소개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겠다.

a 도파민 경로 기분을 유쾌하게 하는 신경전달물진인 '도파민'이 어떤 경로로 전달되는지 설명되어 있다.

도파민 경로 기분을 유쾌하게 하는 신경전달물진인 '도파민'이 어떤 경로로 전달되는지 설명되어 있다. ⓒ 전나무숲



사실 요즘도 수면제를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죽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뇌 전체를 마비시키는 ‘바르비투르산’계 수면제는 내성도 생길 뿐더러 많이 먹으면 혼수상태에 빠질 수도 있어 사용되지 않는다.

대신 외부로부터 불필요한 자극을 전면 차단하는 방식인 ‘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를 쓴다.
최근에는 ‘노이로제’라는 말을 듣기 힘들게 되었다. 대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든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노이로제’는 1980년에 정신장애의 진단기준을 정할 때 빠졌기 때문에 거의 사라진 단어처럼 되었다. (이 진단기준을 ‘DSM-Ⅲ’ 이라고 한다 - 자세한 것은 본문 144쪽에 잘 나와 있다.)

책에서는 이와 같이 정신의학계의 흐름과 기초지식들을 소개하고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현재 뇌 과학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뇌의 구조는 물론 ‘신경전달물질’로 대변되는 뇌 신경세포의 작용과 각종 정신질환에 대해 그림을 곁들여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우울증은 ‘기분장애’라는 정신질환에 속하는데 조울증과 비교되는 단극성 장애라고 한다. 정신질환이 생기는 원인과 약물 치료의 원리가 재미있다.

우울증은 즐거움과 평온함을 유도하는 ‘세로토닌’과 '지에이비에이(GABA)'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적을 때 생긴다. 따라서 대뇌 변연계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이 부족할 때는 '에스에스알아이(SSRI)'를 먹고, ‘벤조디아제핀’은 지에이비에이가 부족할 때 먹어서 부족한 신경전달물질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a 시냅스 벤조디아제핀이 어떻게 GABA 수용체에 달라 붙는지 설명하고 있다.

시냅스 벤조디아제핀이 어떻게 GABA 수용체에 달라 붙는지 설명하고 있다. ⓒ 전나무숲



약물치료의 부작용과 위험에 대해서도 잘 소개 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약물치료 외에 정신사회적 치료를 많은 분량으로 소개하고 있다. 인지치료나 행동치료, 놀이치료의 과학적 효과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데 인상적인 대목은 <행동이 바뀌면 뇌의 기능이 바뀐다>는 사실이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뇌의 기능에 달린 것인데, 정작 신경전달물질의 종류와 양에 좌우되는 그 뇌의 기능은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달렸다고 하니 서로 순환관계가 되는 것이다.

마음의 문제는 그동안 심리학에서 다루어 왔는데 사실 인류의 큰 스승들은 태고적부터 수련과 명상을 주요한 방법론으로 가르쳐 왔다. 요즘은 ‘마음공부’라 하여 많은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이 책에서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은 스트레스의 원인을 대부분의 ‘마음공부’는 욕심과 어리석음과 분노에서 찾는다. 따라서 마음공부의 세계에서 내리는 처방은 정신신경의학에서 제시하는 ‘정신사회적 치료’와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용서와 수용과 사랑을 강조하면서 마음공부 프로그램에서 일종의 놀이처럼 분노와 억압의 해체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머님이 앓고 있는 신경계 치매(노인성 치매. 일명 '알츠하이머')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읽게 된 이 책은 점점 발전해 가고 있는 정신질환 치료제로 사람의 성격을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을지를 놓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과연 소극적이고 비관적인 사람을 활달하고 매사에 낙관적인 사람으로 개조할 수 있을까? 약물로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이 책의 저자 '고시노 요시후미' 교수는 매우 신중하다. 부정적인 쪽으로 견해를 밝히고 있다.

희망의 처방전 정신의학 -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현대인에게 드리는

고시노 요시후미 지음, 황소연 옮김, 표진인 감수,
전나무숲, 2007

이 책의 다른 기사

마음도 '감기'에 걸린다네요

#정신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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