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쇄신 주장에 동의 안해, 합의 추대해야"

[총선주자 릴레이인터뷰- 동구 ①] 통합신당 선병렬

등록 2008.01.06 10:27수정 2008.01.0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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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사람이 벼락에 맞아 죽은 뒤 염라대왕 앞으로 왔는데 아픈 표정, 억울한 표정 등 안 좋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유독 한 명만 웃으면서 죽은 게 희안해 염라대왕이 직업이 뭐냐고 묻자 '정치인'이라고 대답했다. 염라대왕이 그런데 넌 왜 웃으면서 죽었냐고 하자 '뭐가 번쩍 하기에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줄 알고 얼른 웃었습니다'라고 했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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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병렬 의원 ⓒ 김기석

선병렬 의원 ⓒ 김기석

선병렬 의원(통합신당, 대전 동구)이 인터뷰가 끝난 뒤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들려준 우스갯소리다.

 

4·15총선이 끝난 지 6개월 쯤 지났을까. 한창 국회의원 맛(?)을 알아가고 있던 선병렬 의원에게 "1년 동안 해 보니까 어떠세요?"라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선병렬 의원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그는 "무지하게 좋아요, 이렇게 좋으니까 국회의원들이 자기들끼리만 해 먹으려고 신인들은 그렇게 못 들어오게 막았나봐요."

 

그 얘기를 들으며 한참 웃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났지만 3년이 더 지난 선병렬 의원은 여유가 있어 보였다. 아니 선병렬 의원이 '자기들'에 속해 있는 거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3일 오후 선병렬 의원의 동구 정당사무소에서 그를 만났다.

 

제일 먼저 많은 사람의 관심사인 '개혁 방안'에 대해 물었더니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한다.

 

선병렬 의원은 "당이 무엇을 어떻게 개혁을 할 것이냐고 물어보면 대안이 없다"며 "내용도 없이 개혁만 얘기하지 말고 국민들이 보기에 '어려운 처지에 힘 합쳐서 잘 하는구나'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선 의원은 "초선 의원들이 주장하는 쇄신에 동조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만 바꾼다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당 지도부에서 (당 개혁방안)안을 내 놓으면 따라 가겠다"며 "경선도 반대다, 새로운 지도부는 각 정파에서 합의 추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대선은 합의추대해서 진 게 아니라 내부비판에 열 올리고 경쟁만 하다가 국민들에게 비판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직은 당이 전당대회를 치를 수 있는 동력은 있지만 전당대회에서 경선을 하게 되면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며 "대의원구성하고 지역위원장 선정 등으로 각 정파가 한판 붙어 버리면 당이 수습 할 수 없는 단계로 간다"고 토로했다.

 

선병렬 의원은 총선 후보 결정을 위한 당내 경선에도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선 의원은 "당내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경선이 필요한데 전제 조건으로 안정된 당원구조가 있어야 한다"며 "지난 번 지방선거 경선을 보니까 당원이 몇 만 명 늘어났다가 빠져 나가고 이렇게 당에 대한 애정이라든가 정체성이 없는 당원구조 속에서의 경선은 당원들의 마음을 제대로 반영할 수도 없고 국민들의 요구도 반영되지 않고 경선 후유증만 남긴다"고 밝혔다.

 

그는 "그간 시행착오를 경험삼아서 경선구조가 정착되려면 안정된 당원구조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을 만들어 내지 못 하면 후유증만 남긴다"고 지적했다.

 

선병렬 의원은 '당이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됐냐'는 질문에 "건방지고, 중구난방이고, 경제도 안 좋고 그런 것들이 복합된 것 아니겠냐며 "사실 경제가 안 좋은 것도 국민들에게 (당이) 진지하고 성실하게 보였으면 이해해 줄 수 있는데 교만하고 다 자기들만 잘났다고 하느라 그렇게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중심에 어느 한 사람이 특별하게 역할을 했다기 보다 다들 한 역할씩 했다"며 "한 두 명이 그랬으면 이렇게 됐겠냐, 나를 포함해서 (다 그랬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선 의원은 "정치개혁보다 더 어려운 게 정당개혁"이라며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을 해 본다고 성급하게 나섰다가 당이 국민들을 위해서 헌신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끼리 선명성 경쟁하고 정파가 나뉘어서 싸우는 정치로만 국민들에게 비쳐진 것"이라며 정당의 한 구성원으로서 당원들이나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내가 한 방이 없었던 게 아니라 상대가 맷집이 좋았던 것"

 

선병렬 의원은 17대 의원 임기 중에 아쉬운 점으로 '민법개정안 불발'을 들었다.

 

그는 "법사위원을 하면서 민법을 쉽게 바꾸는 민법전부개정안을 냈는데 법무부와 법제처에서 준비 안 됐다고 해서 처리가 안 됐다, 우리 법을 국민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게 고치는 것을 마무리 못한 게 아쉽고, 지역 현안으로는 동구 지역이 문화시설 체육시설이 많이 부족해서 확장하려고 노력했는데 많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선 의원은 재선 의원이 되면 하고 싶은 일로 '고속철 정비사업'을 내세웠다.

 

그는 "동구가 철도 때문에 동서로 분할되어 낙후 지역으로 남아 있었는데 고속철 정비 사업이 08년부터 5천억이 투자돼서 동구가 획기적으로 변화하는데 당선되면 그 사업이 내실 있게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어마어마한 국비가 투입되기 때문에 동구가 획기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촘촘히 챙기는 일에 진력을 해야 한다. 다시 한 번 우리 지역 주민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병렬 의원은 대선 참패에 대해 예상 했다며 "나중에 BBK 동영상이 나오고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이 없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며 "대선이 끝나니까 졌다는 아쉬움보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후련하더라"고 회고했다.

 

그는 '의원님도 한 방 있다고 큰소리치지 않았냐'고 질문하자 "한 방이 없었던 게 아니라 저쪽이 맷집이 좋았던 것"이라고 받아 넘겼다.

 

선병렬 의원 가족과 관련 지역에서는 두 가지 좋지 않은 소문이 있다. 하나는 국회의원 당선 후에도 계속 거주한 영세민 임대 아파트 문제와 군대를 가지 않은 아들 문제다. 두 가지 모두 껄끄러운 문제지만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선병렬 의원의 대답의 의외로 명쾌했다.

 

선 의원은 "아들이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진학을 못해 계역 입영을 연기하다가 이번에 성공회대 수시에 합격했다. 1학기만 다니고 군대를 간다고 하는데 아빠하고 연관 있으니까 (군대를) 빨리 가라고 말하기도 뭐하더라"고 해명했다.

 

집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11월 18일 새로운 집으로 이사 갔다"며 "국회의원이란 게 직업도 아니고 4년 비정규직 아니냐, 뭐가 잘못됐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보수적으로 변한 거 같다'고 지적하자 "새로운 방법, 안 하던 방법으로 해 봐야 한다"며 "계속 밀어붙이면 안 된다"고 부인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선 의원은 지난 대선과 함께 치른 시의원 보궐선거에서 자신의 지역구에서 출마한 통합신당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를 이기고 완승한 것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근거가 된다"며 "그 분이 열심히 했고 한나라당에서는 당지지도만 믿고 선거운동을 소홀히 한 데다 전임자가 자기 실수로 의원 자격이 상실 됐기 때문에 나름대로 지역의 심판이 있었던 거 같다"고 평가 했다.

 

선병렬 의원은 "4년 동안 시간이 화살처럼 흘러서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할 시기가 다가오는데 겸손한 마음으로 지난 4년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계획을 지역 주민들에게 말씀드리고 지역발전 나라발전위하는 일들을 하겠다"며 재선에 도전하는 포부로 마무리 발언을 대신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대전시티저널 (www.gocj.net)과 다음 (www.)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1.06 10:27ⓒ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대전시티저널 (www.gocj.net)과 다음 (www.)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선병렬 #4·9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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