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옷을 정리하는 동네 아주머니들전국에서 보내 온 저 헌옷과 수건같은 면제품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이명옥
점심을 먹는 동안에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사람들은 별말이 없더군요. 점심을 먹은 뒤 커피 봉사를 하는 곳에서 커피를 한 잔씩 받아 마시며 비로소 사람들은 이곳저곳에 눈길을 돌려 볼 여유를 가졌지요. 재활용품이 놓여 있는 한쪽 마당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 잰 손놀림으로 보내주신 면 옷이며 수건들을 정리하고 계셨습니다. 앞으로도 무한정 필요한 물품들이 저런 면제품인 셈이지요.
여수 앞바다에 기름 유출사고가 났을 때 기름을 제거하는 데 약 1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생태계가 원래대로 회복되기까지는 그보다 훨씬 긴 세월인 10여년의 세월이 걸린다고 하네요. 생각보다 피해지역이 훨씬 넓은 것으로 드러난 태안 앞바다의 기름때를 모두 제거하려면 앞으로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 모른다고 합니다. 여기저기서 새로운 지역이 나타나고 있고 겉만 치운 곳도 속에는 여전히 기름이 고여 있으니 말입니다.
1시부터 2시까지 점심을 먹은 후 2차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밧줄을 타고 내려가 기름 덩어리를 제거하는 곳에는 자원하는 젊은이들이, 나머지 사람들은 면수건과 면옷을 가지고 바위와 돌 닦아내는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기름때를 닦아내는 일은 생각보다 빨리 진척되지 않아 바위 하나 닦아 내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닦아도 닦아도 본래의 제 모습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 돌들을 보며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