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나이키 숍 다국적기업인 나이키와 바르셀로나의 공존이라 해야 할까?
배정민
지도를 펼쳐들었을 때 한낮 점으로 표현될 뿐인 도시는 그 곳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어느덧 평면적인 2차원에서 입체적인 3차원의 공간으로 변형된다. 뿐만 아니라 만약 그 도시에 나와 같은 생각을 공유했던 친구나 지인이 살고 있다면, 그 도시는 언제나 마음 속에 살아남게 된다. 바르셀로나는, 내게 그런 도시였다.
마드리드를 거쳐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나는 몸을 제대로 가눌 수도 없을 정도로 심하게 물갈이를 하고 있었다. 무리한 일정이 익숙치 않았을 뿐만 아니라, 외국음식에 대한 적응력이 약한 한국 남성 특유의(!) 습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 공항 국내선 청사를 나오는 순간 나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지중해에 면한 이 해안도시가 가지고 있는 쾌적한 날씨를 두고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는 것은 세상을 창조한 조물주에 대한 명백한 위법행위라는 생각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는 그렇게 내게 온화한 바람처럼 다가왔다.
카탈루냐 인의 도시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를 연고로 하고 있는 FC바르셀로나와 수도 마드리드를 연고로 하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축구 더비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것은 바르셀로나가 카탈루냐 지역의 대표 도시이고, 언어 역시 카탈루냐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바르셀로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첫 번째 집단적 정체성은 스페인이 아니라 카탈루냐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유럽의 에라스무스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소재로 삼은 영화 <스패니쉬 아파트먼트>에는 한 여학생이 바르셀로나 대학에서 교수에게 카탈루냐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강의를 해 줄 것을 요구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교수는 가차없이 그 외국인 학생의 요청을 무시하는데, 그 이유는 이곳 바르셀로나가 '카탈루냐 인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카탈루냐의 정체성은 강력하며, 스페인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바르셀로나의 위상은 이러한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적 성격을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바르셀로나 사람들의 성격을 알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스페인이 아니라 인도에서였다. 군에서 제대하자마자 쓰나미 구호 캠프로 달려갔던 2005년 여름, 인도의 한 어촌에서 만났던 스페인 친구 엘레나는 자신을 스페인 사람이 아니라, '카탈루냐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때만 해도 장난이려니 했던 나였으나, 워크캠프 참자 프로필을 적는 란에 그녀가 국가명을 'SPN(스페인의 약자)'이 아니라 'CAT(카탈루냐)'라고 적는 것을 보고는 생각을 고쳐먹지 않을 수 없었다.
바르셀로나를 방문하게 되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이 이 카탈루냐인의 도시에서 옛 친구를 만나는 것이었다. 이미 스페인으로 출발하기 전에 엘레나에게 이메일을 보내 둔 상태였고, 다행히 시간이 맞아 바르셀로나를 떠나기 전날 밤에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서 나오는 첫 마디는 예상대로, 'Welcome to Barcelona and Welcome to Catal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