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낀 양심, 삼성을 닦아내자"

환경운동연합 "기름유출 주범은 삼성크레인-현대유조선"

등록 2008.01.07 17:22수정 2008.01.0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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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반도 순백의 천사들이 7일 낮 12시 서울 중구 소공동 삼성생명빌딩 앞에 모였다.

하얀 방제복을 입은 30여명의 사람들은 기름을 닦아내던 걸레 대신 '기름 낀 양심, 삼성을 닦자', '공소시효 100년 환경범죄단 삼성은 꼼짝 마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섰다. 그들 앞에는 기름에 범벅이 된 삼성을 형상화한 펼침막이 섰고 자원봉사자들이 신었을 기름 묻은 연녹색 장화가 줄지어 있었다.

이날로 삼성중공업의 크레인 예인 선단과 현대오일뱅크의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태안반도 북서쪽 바다에서 충돌한 지 한 달째.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아직 단 한 마디의 사과도 한 적이 없다.

"지금껏 단 1방울의 기름이라도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해 복구활동에 주력하느라 그들에게 책임을 묻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서해를 절망의 바다로 만든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한 줄도 담지 않은 삼성을 규탄한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국토생태본부처장)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아니라 '삼성크레인-현대유조선 충돌 기름유출 사고'"

a  삼성크레인과 현대유조선 충돌 기름유출 사고 한달을 맞은 7일 오전 기름때 묻은 방제복을 입은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앞에서 무책임한 재벌의 태도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삼성크레인과 현대유조선 충돌 기름유출 사고 한달을 맞은 7일 오전 기름때 묻은 방제복을 입은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앞에서 무책임한 재벌의 태도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 권우성

태안 해경이 지난 2일 사고와 관련, 삼성중공업 소속 해상 크레인 예인선단 선원 3명과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 선원 2명 등을 입건해 검찰에 송치하면서 사실상 1차 수사는 종결됐다.

해경은 수사 결과 크레인 선단이 기상악화 속에서 무리하게 운행하다 정박 중인 유조선과 충돌해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 유조선도 적절한 피항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환경 단체들은 사고 당일 서해 중부 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선장의 결정만으로 선박 운항을 계속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예인선의 소유 회사인 삼성중공업 측을 수사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도 "한 달 사이에 50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매서운 바닷바람 속에서 기름덩이와 맞서 싸운 역사는 기적이었고 감동이었지만 사태를 일으킨 삼성중공업과 현대오일뱅크, 복구활동을 주관한 정부,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수사 당국의 태도는 참으로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삼성과 현대는 자신들의 안전불감증이 사고의 원인이었음에도 오히려 책임을 떠넘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 수사당국은 국민들이 복구에 전념하는 동안 재벌들 봐주기 수사를 통해 사태의 진실을 땅 속에 묻고 말았다."

또 윤 대표는 "환경운동연합이 이번 사고와 관련해 삼성 측에 책임과 사후 처리를 묻는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다"며 "더 이상 이들의 무성의함을 놓아둘 수 없다"고 일갈했다.

"환경연합은 이번 사고의 성격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태안 기름유출 사고' 등의 잘못된 명칭을 '삼성 크레인 현대유조선 충돌 기름유출 사고'로 고쳐부르고자 한다. 이번 사고는 명백히 삼성의 배금주의와 안전불감증 그리고 현대오일뱅크의 무법적 발상과 둔감한 사회적 책임이 불러온 재앙이기 때문이다."

"책임회피하는 삼성에 대한 고발 및 불매 서명 운동 벌일 것"

a  삼성크레인과 현대유조선 충돌 기름유출 사고 한달을 맞은 7일 오전 기름때 묻은 방제복을 입은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앞에서 무책임한 재벌의 태도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삼성크레인과 현대유조선 충돌 기름유출 사고 한달을 맞은 7일 오전 기름때 묻은 방제복을 입은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앞에서 무책임한 재벌의 태도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 권우성


a  삼성크레인과 현대유조선 충돌 기름유출 사고 한달을 맞은 7일 오전 기름때 묻은 방제복을 입은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앞에서 무책임한 재벌의 태도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삼성크레인과 현대유조선 충돌 기름유출 사고 한달을 맞은 7일 오전 기름때 묻은 방제복을 입은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앞에서 무책임한 재벌의 태도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 권우성


현재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 각 국 정유사 등 화주(貨主)들이 해양사고에 대비해 조성한 펀드)의 배상한도는 3000억원이다. 그러나 해당 기업 측의 중과실이 입증될 경우 배상한도 이상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염 처장은 "3000억원으로 지금 태안반도의 피해를 보상할 수 없다"며 "삼성 등 가해자들은 무한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또 "사고 직후 삼성은 법무팀을 대전지검 서산지청에 상주시켰고 현대도 국내 1·2위를 다투는 로펌과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재벌들이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고 답답해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삼성·현대 등 재벌들의 책임 회피 규탄 및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활동들을 펼칠 계획이다. 

안병욱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도 "삼성은 사고 발생 2시간 전에 대산 해양청의 충돌 경고에도 항해를 강행해놓고 사고 후 '해양청의 무선을 받은 적 없다'며 거짓 주장을 벌였고, 항해일지도 조작했다"고 주장하며 "이번 사고 책임을 묻기 위해 '삼성은 책임지세요' 캠페인을 벌여 삼성에 대한 고발 및 불매·서명 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12년 전 여수 씨프린스호 사고가 단일선체 때문이었는데도 현대오일뱅크가 여전히 사용 유조선의 83%를 단일선체 유조선에 의존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올해 말까지 이중선체 유조선 사용 법제화될 수 있도록 요구하고 법이 제정되기 전이라도 정유사들이 이중선체 사용을 자발적으로 협약할 것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사법당국의 수사 감시 및 주민들의 피해보상청구를 위한 사법지원단 창설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복구활동 지원 ▲정부의 방제시스템 점검 및 개선 방안 제출 등을 약속했다.
#태안반도 기름유츌사고 #삼성크레인 #삼성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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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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