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암 베데스타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뇌성마비 1급 중증장애인 한규선(48)씨. 그가보건복지부, 청와대, 국무총리 비서실, 서울시, 양천구청에 보낸 요양원 이전 반대 요청 탄원서는 모두 석암재단법인 주소지인 양천구청으로 위임됐다.
이경태
현재 김포시 양촌면 양곡리에 위치하고 있는 석암 베데스타 요양원은 김포시 송마리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요양원 측은 양곡리가 택지개발로 인해 시설 앞에 도로확장공사가 예정되어 있어 공사기간 중 소음 및 먼지 발생 등을 근거로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현재 요양원이 있는 양곡리는 저상버스노선이 있는 데다, 주변에 각종 은행과 상점 같은 생활편의시설도 있지만 송마리에는 저상버스도 없거니와 일반버스를 타려해도 30분을 걸어 나가야 한다. 게다가 반경 2~3㎞ 이내에 민가도 없다.
비대위는 재단이 김포 양촌면이 신도시로 지정되면서 땅값이 오르니깐 시설 이전을 통해 차익을 남기겠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복만 원장은 "차익을 남기더라도 재단 기본재산으로 당국의 관리 감독을 받기 때문에 허투루 쓸 수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현재 요양원 이전 계획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이미 예정부지에는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그러나 서울시·보건복지부 등 관계 당국들은 장애인들의 요구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작년 한씨가 보건복지부·청와대·국무총리비서실·서울시·양천구청에 보낸 요양원 이전 반대 요청 탄원서는 모두 석암재단법인 주소지인 양천구청으로 위임됐다. 기본적으로 장애인 시설에 대한 1차적 관리·감독은 해당 구청에서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이날 비대위는 양천구청으로 모였다. 그리고 양천구청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구청장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의 전력은 끊겨져 있었고, 10여명의 구청직원들이 단단히 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세금으로 운영하는 시설, 그런데 장애인들에게 시혜 내리는 줄 알아"직원들을 등지고 선 비대위의 기자회견은 한국의 장애인 복지 실태에 대한 개탄으로 이어졌다.
"결국 한국의 장애인들은 시설에 가야 살 수 있다. 그러나 시설에서조차 시설장에게 왜 내 삶을 맡겨야 하나. 시설의 생활인들도 시설의 운영주체다. 그들에게도 의견을 묻는 것이 당연하다. 오늘 이렇게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보복이 갈 것이라 생각하니 참 걱정된다."최용기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정부의 장애인복지정책을 보면 시설만 강화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제 장애인들을 지역사회에서 살게 하는 것도 귀찮다는 뜻인가"라며 현실을 개탄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도 "재단은 시설이 자기들 재산인 줄 아는데, 우리가 낸 세금,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운영하는 것이다"며 "그런데도 그들은 마치 장애인들에게 시혜를 내리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비판했다.
또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십억의 차액이 남는데, 시설을 옮겨야지 안 옮길 수 있겠냐"며 "재단에서 시설을 산 속 깊이 옮겨놓고 안전하게 살게 해준다는데 참 안락하겠다"고 재단을 비꼬기도 했다.
이어 "직접 본인에게 전달하게 되어있는 장애수당도 지급하지 않는 데다 직원들에게 인권교육을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며 "양천구청은 석암재단에 대한 여러가지 의혹에 대해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설 이전 구청 권한 없어...여러분 의견은 전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