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애 아나운서사건, 아나테이너 어떻게 봐야 할까?

등록 2008.01.09 08:40수정 2008.01.0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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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예오락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사람들이 바로 아나운서들이다. 개그맨, 코미디언의 입지가 좁아지고 정체불명의 개그 MC들이 생겨나면서 아나운서들도 그들에 발 맞춰 급성장하고 있다.

 

현재 아나운서들은 색다른 정의가 필요하다. 기존의 아나운서들과 지금 한창 텔레비전에 얼굴을 내미는 아나운서들은 전혀 다른 노선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을 현대 신조어로 아나테이너(아나운서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라고 부른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아나운서들은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지성인이었다. 그들은 똑부러지는 말투로 텔레비전을 주름잡으며 뉴스나 스포츠 등 여러 분야에서 그들의 위상을 높였다. 시청자들은 그들의 진행을 바라보면서 한 편으로 부러워했고, 한편으로 신뢰했다.

 

이러던 아나운서들이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쇼 오락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미는 경우가 빈번해졌고,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해 웃음을 주거나 오락 프로그램에 출현해 장기를 뽐내기도 했다. 노현정과 최송현, 박지윤 아나운서처럼 고정으로 버라이어티쇼에 출연하는 경우도 잦아졌다.

 

2000년대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되어 김성주 아나운서가 그 현상을 부채질 하더니 그 뒤를 이어 강수정, 노현정, 오상진, 문지애 아나운서에 이르기까지 급속하게 연예인화 되어 가고 있다.

 

아나운서들, 안정된 진행으로 버라이어티쇼에서 긍정적인 역할 맡아

 

물론, 이들은 그동안 버라이어티쇼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많이 맡아왔다. 버라이어티쇼는 소재고갈과 구조적인 문제로 계속 인기 하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이로 인해서 연예인들은 더욱 과장된 말들을 사용하거나 옳지 못한 언어습관을 계속 유지해왔고, 오락적 상황들도 극단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현상에 균형 유지 역할을 아나운서들이 해왔고 그들은 점점 더 흥분하는 버라이어티쇼를 잠재우는 일을 그동안 굉장히 잘 수행해왔다. 여기에 아나운서들의 외모가 연예인 뺨치게 좋아지면서 방송사의 수요가 급증하게 됐고, 이에 따라 안 그래도 바늘 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아나운서 시험은 더 어려워져 1000대의 일의 경쟁률이 되기에 이르렀다.

 

아나테이너의 긍정적인 역할들을 무시할 생각도 없고 이들이 점점 더 연예인화 되어가는 것에 반대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미 아나테이너로 입지를 굳힌 아나운서들이 본연의 아나운서 직무를 담당할 때는 문제가 된다. 바로 그들의 연예인 성향탓이다.

 

최근 버라이어티쇼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강수정 아나운서를 보면 아나테이너의 입지가 슬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강수정이 한 오락 프로그램에 출현해 문제를 잘 못 맞추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 때 그 프로그램의 MC가 강수정에게 왈, "얘도 은근히 아는 게 별로 없다니깐".

 

이때 강수정은 아나테이너로서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아나운서로서 사람들에게 기억된다. 결국 강수정의 이러한 활동은 아나운서라는 직업영역까지 확대되어 잘못된 인상을 심어줄 여지가 있다.

 

이것은 극히 작은 부분이고 실제로 대한민국 사람들의 머리속에 아나운서의 신뢰성 부분이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나봤는데 대부분 뉴스나 스포츠, 라디오 등의 기존 분야 아나운서보다 오락프로그램의 아나운서들 즉 아나테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어떤 이는 뉴스와 같은 전문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다면 아나운서 말고 방송기자로 입사하는 방법이 더 좋다고 귀띔해 준 적도 있었다.

 

이렇듯 반듯한 이미지의 아나운서분야는 최근 혼란기에 접어들었다. 사람들은 더이상 아나운서를 통해서 전문성이나 신뢰성을 생각하지 않게 됐다. 그들의 얼굴을 보면서 웃음, 오락 연애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문지애 아나운서의 실수를 시청자들이 용납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흐름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아나테이너의 존재는 인정하고 그 필요성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지만, 뉴스나 전문 분야에서 이들이 오락프로그램과 똑같은 활동을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연예 오락프로그램에서 아나테이너였다고 뉴스에서도 아나테이너일 수는 없는 것이다. MBC도 이같은 문제점을 공감하며 문지애 아나운서에게 뉴스 도중 하차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아나운서와 아나테이너의 명확한 구분 필요

 

지금과 같이 뉴스나 스포츠 등의 전문분야와 오락 연예 버라이어티쇼의 특정 분야에 아나테이너가 공존하는 것은 별반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나테이너와 아나운서는 좀 더 명확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방송사측에서 아나운서 중에서도 아나테이너들을 확실하게 구별해서 프로그램의 차별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쇼 프로그램, 뉴스 프로그램, 스포츠 프로그램, 대담 사회 등에 아나운서들이 무분별하게 출연한다면 문지애 아나운서와 같은 사고가 앞으로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고 그 때마다 시청자는 항의에 항의를 거듭할 것이다.

 

아나테이너의 입지를 분명히 하는 것은 한국 오락 프로그램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그들이 오락프로그램에 자리를 확고히 잡아야 오락 프로그램이 좀 더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문지애 아나운서 사건은 아나테이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다. 이번에는 문지애 아나운서가 뉴스 말미에 웃었지만, 어쩌면 앞으로 시청자가 뉴스를 보면서 계속 웃을 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 다음 블로거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1.09 08:40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 다음 블로거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문지애 아나운서 #아나운서 방송사고 #아나테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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