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장로가 해서 잘 했다'는 평가받겠다"

한기총 주최 특별기도회 참석... 당선인의 종교 행보 눈길

등록 2008.01.09 15:22수정 2008.01.0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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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열심히 하겠다.…장로로서 지적받지 않도록 하겠다. 장로가 대통령이 돼서(웃음), 그렇게(열심히) 하는가 하는 이야기를 기독교뿐만 아니라 종교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독교 장로가 해서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기간 자신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개신교계에 무한한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교회 장로인 당선인이 '특정 종교 챙기기'로 보이지 않기 위해 편파적인 발언은 자제했다.

 

이 당선인은 9일 오전 11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주최로 서울 장충동 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특별기도회에 참석했다.

 

대기업 총수, 중소기업 대표, 경제연구원 등 재계를 만난 뒤 이번에는 종교계로 행보를 옮긴 것이다. 이 당선인은 지난달 27일 자신이 장로로 있는 소망교회에서 주최한 '이명박 장로 대통령 당선 감사예배'에 참석한 바 있다.

 

잇따른 '개신교 챙기기'로 인해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듯 이 당선인은 이날 오후 김수환 추기경을 예방하고, 오는 16일에 불교 종단 신년 교례회에도 참석한다.

 

이명박 "하나님을 욕되지 않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9일 장충동 엠베서더호텔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국민대화합과 경제발전을 위한 기도회'에 참석해 기도를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9일 장충동 엠베서더호텔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국민대화합과 경제발전을 위한 기도회'에 참석해 기도를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9일 장충동 엠베서더호텔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국민대화합과 경제발전을 위한 기도회'에 참석해 기도를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 당선인은 "많은 교회와 기도 모임이 이곳저곳에서 알게 모르게 기도로 저를 오늘 이 시간까지 오게 도와주셨다"며 감사의 뜻을 전한 뒤 "어쩌면 지금까지보다 더, 앞으로의 5년에 많은 기도가 필요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교인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 당선인은 "어떻게 하면 하나님을 욕되지 않게, 많은 국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지에 대한 생각 때문에 두려운 마음을 갖고 있다"며 "예수님이 이 땅에 섬기는 마음으로 왔듯이, 저도 국민에게 낮은 자세로 섬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많은 점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며 "부족한 것은 여러분의 기도로서 채워주시면 앞으로 조심성 있게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500여 명 참석자들은 "아멘"이라는 연호와 박수로 호응했다.

 

이 당선인은 다른 종교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듯 "장로가 대통령이 돼서"라고 말하며 크게 웃은 뒤 "기독교뿐만 아니라 종교가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도 '기독교 장로가 해서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한다"고 몸을 낮췄다. 

 

이 당선인은 또한 "우리 사회가 갈기갈기 찢어졌다, 가를 수 있는 모든 것은 갈라졌다"며 "갈라지고 찢어져서 얻어진 이득으로 권력을 갖게 된 사람들이 권력을 유지했다"고 현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한기총, 자세 낮췄지만 열렬한 환영... "BBK 문제 안돼"

 

종교 갈등을 일으키지 않기 위한 노력은 이 당선인뿐만 아니라 행사 주최 측도 마찬가지였다. 한기총은 애초 이날 특별기도회의 명칭을 '17대 이명박 당선인과 국가를 위한 특별기도회'로 정했다가 '국민대화합과 경제발전을 위한 특별기도회'로 바꿨다.

 

최희범 총무(목사)는 경과보고에서 "이 모임을 만들 때 한 두 가지 깊이 고민한 점이 있었다"며 "모임을 계획할 때 '이명박 당선인'을 행사 이름에 넣으려고 하다가 일단 접었다"고 털어놓았다.

 

최 총무는 "이 당선인은 특정 종파에 속한 분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이끌어야 할 사명을 짊어졌고, 세계 열강을 이끌 지도자 반열에 섰기 때문에 지나치게 속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자유롭게 해드려야겠다는 뜻으로 '이명박 당선인'을 뺐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총무는  "오늘 성경·설교 말씀과 특별기도 내용은 이 당선자가 앞으로 국정을 운영하는데 명심하고 지표로 삼을 것"이라며 "한국 교회는 정치 일선에 나서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교회는 선교의 사명을 충실히 하고, 뒤에서 기도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최측이 행사 이름에서부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지만 이 당선인을 향한 참석자들의 지지는 뜨거웠다.

 

1시간 반 동안 진행되는 행사 도중 이 당선인이 머물 예정이던 그랜드볼룸은 행사 시작하기 30여 분 전에 이미 500석이 꽉 찼다. 주최측은 경호상의 이유를 들어 행사장의 문을 일찌감치 닫았다. 미처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한 참석자들은 호텔 19층에 있는 별도의 공간을 이용했고, 이마저 행사 전에 만석이 된 탓에 지하 1층 연회장으로 옮겨야 했다.

 

한기총은 이날 이 당선인에게 성경책을 선물했다. 이용규 대표 회장(목사)은 "이 당선인은 '대통령'이라는 존함이 너무 중요하지만 그보다 하나님이 주신 '장로님'이라는 직책을 더 귀하게 알고 당당하게 하나님 편에 서서 일해달라"며 성경책 증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지덕 한기총 명예회장(목사)은 축사에서 "이 당선인은 준비된 대통령으로 멋지게 해낼 것"이라며 이 당선인을 추켜세운 뒤 무대에 함께 한 그를 향해 "고려대학교(당선인의 모교)도 중요하지만, 저는 이 장로님과 초등학교 동문"이라고 농담을 건넸다. 이 당선인과의 연대를 강조한 것. 

 

지 회장은 이어 "다가오는 BBK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다, 바비큐밖에 안 된다"며 "우리 모두 하나가 돼서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는 대통령으로 만들자"고 이 후보의 든든한 지지자임을 내세웠다.

2008.01.09 15:22ⓒ 2008 OhmyNews
#한기총 #특별기도회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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