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간접 체험이라고? 아니 책은 직접 체험이야

책읽기는 또 다른 대화

등록 2008.01.10 08:48수정 2008.01.10 08:48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방학을 한 사촌동생이 집으로 놀러 왔다. 사촌동생은 고등학교 2학년으로 이제 좀 있으면, 지옥같은 고 3 생활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런 사촌동생이 학교와 학원의 방학을 맞이하여 놀러 온 것이다.

 

저녁 식사를 하고 나는 사촌동생이 앞으로 겪게 될 고 3생활에 관한 근심을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사촌동생은 "이상하게 책 읽는 거 별로 안좋아 하는데, 교과서 보다가 보면 그냥 다른책 읽고 싶어 질때가 있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럴수도 있겠다."고 말하면서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사촌동생은 "학교에서 공부하다가 답답하니깐 교과서 이외의 책을 읽으면 간접적으로라도 자유로워질 수 있잖아. 책은 간접 체험이니까"라고 대답했다.

 

나는 평소에 책에 대한 나름의 태도가 있었던 지라 자신도 모르게 언성을 높여, "책이 무슨 간접 체험이야! 책은 직접 체험이지"라고 말했다.

 

갑자기 언성이 높아지자 무안한 듯 사촌동생은 알았다고 나의 의견에 마지못해 동조했다. 갑자기 언성이 높아진데 나 역시 좀 무안했지만, 사촌동생에게 책이 왜 직접체험인지 설명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사촌동생은 다시 되물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에 책에 대한 내 태도를 이렇게 써내려감으로써 사촌동생이 묻지 않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자 한다.

 

우리는 보통 대화를 한다. 그리고 대화는 영어로 다이알로그(Dialog)이다. 뒤에 log에서 알 수 있듯이 대화는 logic 즉 논리, 이성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대화를 통하여 논리력, 이성적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이런 대화는 보통 나를 중심으로 한명, 혹은 다수와 하는데, 대화를 하는 동안 우리는 자연히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구분한다. 전자의 사람과의 대화에는 집중할 수 있지만, 후자와의 사람과는 그렇지 못하다. 그리고 이런 우리의 대화를 체험으로 표현하자면 그것은 직접 체험이라 말할 수 있다.

 

a

책은 간접 체험이 아니라 직접 체험이다. ⓒ 이상호

책은 간접 체험이 아니라 직접 체험이다. ⓒ 이상호

책에는 저자가 있고, 주인공이 있다. 우리는 책을 읽음으로 인해 저자, 주인공과 대화를 한다. 예를들어 <상실의 시대>를 본다면, 독자는 저자인 무라카미 하루키, 주인공인 와타나베와 책을 읽는 동안 끊임없이 대화를 진행한다. 그리고 책을 다 읽든 아니든 독자는 그 대화를 통해 나름의 결론을 짓는다. 독서는 내 역사와 전통이 책의 저자, 주인공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과 저자, 주인공 간의 대화가 잘 이어져 나간다면, 우리는 그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는 책을 덮어 그 대화를 중단한다.

 

이렇듯 독서는 대화의 일종이다. 그리고 대화가 우리의 직접체험이라면 독서도 마찬가지다. 좀 빗대어 설명한다면 책은 여러 사람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창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 창문을 통해 맞이할 수 있는 신선함은 직접적인 것이지 간접적인 것은 아니다.

2008.01.10 08:48 ⓒ 2008 OhmyNews
#말하기 #듣기 #쓰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하이브-민희진 사태, 결국 '이게' 문제였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