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복-김양건 대화록 통째로 유출
발칵 뒤집힌 인수위 "유출자 일벌백계"

[인수위는 지금] '경고'에도 불구하고 잇따른 보안사고 터져

등록 2008.01.10 11:25수정 2008.01.1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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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0일자 <중앙일보> ⓒ 중앙PDF

1월10일자 <중앙일보> ⓒ 중앙PDF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대형 '보안사고'가 터졌다. 김만복 국정원장이 지난 12월18일 북한을 방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나눈 대화록이 <중앙일보>에 통째로 유출된 것.

 

<중앙일보>는 10일자에 국정원이 지난 5일 인수위에 보고한 16쪽짜리 자료라며 그 내용은 물론 입수한 자료의 사진까지 공개했다. 국정원 자료가 이렇게 통째로 유출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더구나 남북 정보책임자들간 '은밀한' 대화내용이 생생히 공개됨으로써 남북관계와 대외관계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는 이날 아침 발칵 뒤집혔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일부 언론에 김만복 국정원장의 지난 12월 18일 방북 시 김양건 북한 통전부장과의 대화록이 공개됐다"며 "이번 사건은 국가 주요기밀이 누출됐다는 점에서 인수위 차원에서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엄중 대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국정원은 5일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두 사람의 대화내용을 추가 보고해달라는 인수위 요청을 받고 최근 보고를 했으며, 담당 인수위원에게까지만 보고됐다"고 말해 공개된 자료를 갖고 있었던 인수위 측 인사가 '소수'임을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유출경위에 대해 철저한 내부조사를 벌이는 한편 국정원 측에 이번 문건을 다룬 인수위 및 국정원 관계자에 대한 보안조사 실시를 공식 요청했다"면서 "만약 인수위 내부 관계자의 개입이 밝혀질 경우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 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출범 이후 크고 작은 '보안사고'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정부조직개편 1차 시안이 이명박 당선인에게 보고된 뒤 20분도 지나지 않아 모 방송에 보도되면서 허술한 보안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이경숙 위원장이 다음 날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도 보고받지 못한 내용이 보도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황당해 할 정도였다.

 

이 당선인은 이 사건 이후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측근들을 강하게 질타하고 각별히 보안유지를 당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다시 이런 '보안사고'가 터짐으로써 차기 정부의 '정보관리 능력'에 대한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김양건 통전부장 "대선결과 관계없이 남북관계 지속되기 희망한다"

 

7일 삼청동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재정경제부 업무보고가 진행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유성호

7일 삼청동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재정경제부 업무보고가 진행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유성호

 

한편 이동관 대변인은 "(중앙일보에 보도된) 내용 자체는 확인 결과 사실"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은 대통령 선거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 18일 평양을 방문한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에게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남북 관계가 지속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국정원장은 김양건 부장이 남측 대선에 대해 질문하자 "이명박 후보 당선이 확실시 된다"며 "이명박 정부가 남한 내 보수층을 잘 설득할 수 있어 현 정부보다 더 과감한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남북 관계가 (대선 뒤에도) 유지됐으면 한다"며 남측 정치상황에 대해 관심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김 국정원장은 "남북 관계는 남측에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잘 유지될 것으로 본다"며 "한나라당 당선이 확실하지만 한나라당의 대북 정책도 화해 협력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 부장은 "지금 남측 철도·도로 고찰단(조사단, 12월 12~18일 활동)이 와서 활동하고 있는데 많은 경험을 할 것이고 백두산 관광도 잘됐으면 한다"며 "남북 회담이 지금처럼 많은 적이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김 부장이 김 국정원장에게 "대선 뒤에도 국정원장직을 계속 맡느냐"고 물자 김 원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곧바로 교체되며, 이것이 남측 사회의 기본 질서"라고 답했다.

 

국정원은 방북 날짜를 대선 하루 전으로 결정한 데 대해 "대선을 며칠 남기고 방북할 경우 북풍 공작을 한다는 의구심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고, 대선 후에는 사실상 방북이 힘들어질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측이 당초 정상회담 사전협상 과정에서 표지석 설치에 반대했으나, 12월 11일 국정원이 김 원장의 방북을 제의하는 비공개 통지문을 보내자 하루 뒤인 12일 표지석 설치에 동의한다는 통지문을 보내 방북이 추진됐다는 것이다.

2008.01.10 11:25 ⓒ 2008 OhmyNews
#인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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