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대화록' 유출, 국정원 소행 가능성에 무게

인수위 "내부 유출 가능성 적다... 국정원 소행이라면 중대한 범법행위"

등록 2008.01.11 12:26수정 2008.01.1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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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0일자 <중앙일보> ⓒ 중앙PDF

1월10일자 <중앙일보> ⓒ 중앙PDF

10일자 <중앙일보>에 공개된 김만복 국정원장과 북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간 지난 12월18일 평양 대화록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측보다는 국정원 내부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11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일부 언론에 따르면 국정원 측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만에 하나 그것이 사실이라면 도덕적 해이를 넘어서 국가 정보기관의 중요 책무를 저버린 중대한 범법행위"라고 말했다. 가정법을 사용하긴 했지만 공식 브리핑에서 이 정도 언급했다면 사실상 국정원 내부 소행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 대변인은 "국가 주요기밀이 누출됐다는 점에서 그냥 넘길 수 없는 중대사안"이라며 "인수위는 내 집 앞의 눈을 먼저 쓸겠다는 심정으로 내부조사를 하는 한편 국정원에도 조사를 요구한다"고 거듭 국정원 측을 압박했다.

 

인수위 정무분과 간사인 진수희 의원도 이날 오전 간사단회의에 앞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우리가 아니라 그쪽(국정원)에서 흘린 거다. 내용을 봐라, 이쪽에 잘 보이려는 듯한 내용 아닌가"라며 "국정원이 일부러 흘린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침묵하는 국정원, '조사 중' 답변만 되풀이

 

이동관 인수위원회 대변인.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유성호

이동관 인수위원회 대변인.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유성호

인수위의 이 같은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국정원 관계자들은 '조사 중'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인수위 측에서 나오는 얘기에 적극적으로 반박하지 않고, 난감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인수위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문제의 문건은 지난 5일 통일외교안보분과가 국정원의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박진 간사의 지적에 따라 국정원이 8일 추가로 제출한 자료다. 2부가 제출됐는데, 1부는 아직 박진 간사에게 보고가 되지 않은 상태였으며, 다른 1부는 정무분과의 남주홍 인수위원(경기대 교수)에게 보고된 뒤 대외비 자료를 보관하는 캐비닛에 보관돼 있는 상태라고 한다.

 

이동관 대변인은 "인수위 내부에서 문건을 접한 사람은 불과 3명이고, 이 중에서 2명은 국정원 파견직원이었다"며 "따라서 여기서 문건이 유출됐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인수위 측이 국정원 내부 소행임을 자신하는 이유는 이런 자체조사 결과 외에도 김만복 국정원장 측의 '자가발전' 흔적이 곳곳에 나타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공개된 발언록을 보면 김만복 원장이 면죄부를 받으려고 자기 홍보성 내용으로 채운 냄새가 나지 않느냐"고 말했다.

 

보고서의 형식도 애초부터 언론 공개를 염두에 둔 것으로 인수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동관 대변인은 "의아한 것은 보통 국정원 문건의 경우 '대외비'나 '2급 비밀' 등의 분류가 붙어 있는데 전혀 그런 표시가 없었다"며 "내용도 비문으로 정리하는 것이 상식인데, 이 문건은 평문으로 마치 보도자료 같은 문장"이라고 지적했다. 처음부터 국가기밀 유출의 법적 책임 회피까지 염두에 둔 의도된 문건 작성이라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 때 자기 홍보성 행보의 재판?

 

인수위의 다른 관계자는 "김만복 원장이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 때 보여준 자기 홍보성 행보가 이번에도 그대로 나타난 것으로 본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밀 분류 여부와는 상관없이 유출된 내용 자체가 국가기밀이기 때문에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이날 간사단회의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히 인수위의 신뢰뿐 아니라 새 정부에 대한 신뢰의 문제이며 국가 기강과 질서에 관련된 것”이라며 철저한 조사와 처리를 당부했다.

 

이번 국정원 문건 유출사건에 대한 보안감사는 관계자들에 대한 대면조사와 통화내역 조회 등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할 때 내주 초에나 그 결과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가 정권교체 과정에 미칠 파장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8.01.11 12:26 ⓒ 2008 OhmyNews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정원 문건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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