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 맘대로 실내 바꾼다더니...
발코니 확장, 이제보니 완전 '강요'네~

건설사 멋대로 짜놓은 틀에 계약자는 무조건 따라와라?

등록 2008.01.11 13:53수정 2008.01.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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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좋은 곳에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해 모델하우스를 보러 갔다. 오다가다 본 그 아파트 위치가 아주 좋다. 수도권에서도 벗어난 한적한 경기도 외곽. 5분 거리에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공원이 있고, 5분 거리에 시장을 낀 시내도 있다.

모델하우스는 2층에 있었다. 차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가는데 정말 품격이 느껴질 정도로 휘황찬란한 불빛이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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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모델하우스 화려하게 치장한 모델하우스, 모두의 시선을 끈다 ⓒ 이현숙



기대도 컸다. 실내를 입주자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둥 홍보를 많이 한 것이다. 세대 수는 작지만 나름대로 설계를 잘 했나 보다. 정말 마음에 든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옮겨보면 어떨까? 생각도 많았다. 평형은 30평형대와 40평형대(요즘은 제곱미터로 표시하지만 내 기준으로 해서) 두 가지가 있고 세대수는 300세대가 조금 안된다.

모델하우스 개관일이 아니어서인지 실내는 한산했다. 그리고 서비스는 좋았다. 양쪽으로 두 평형의 아파트 모델이 있었고 가운데는 휴식공간과 무료로 국산차를 마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놓았다. 우리는 여유 있게 차를 한 잔씩 마시고 본격적으로 모델하우스 구경에 나섰다.

모델하우스 앞으로 가자 도우미가 따라 붙었다. 특이한 점은 고급아파트처럼 아파트에 들어서기 전 문 앞에 창고가 있다는 점이었고, 도우미는 현관에 들어서자 신발장을 열어 보이는 등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30평형대를 먼저 보고 40평형대로 들어갔다. 이번에도 도우미는 따라 붙었고 아주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발코니 확장 안 할 수 없게 하는 건설사


그런데 설명을 듣다보니 뭔가 이상했다. 문제는 바로 발코니. 예전에도 모델하우스 구경을 한 적이 있었는데 요즘 아파트는 다 그런지, 발코니를 넓게 잡아 빨간 점선으로만 표시를 해놓고는 모델하우스에는 무조건 발코니를 확장해 보여 주었다. 상대적으로 넓게 잡은 발코니 면적을 빼면 거실은 턱없이 좁고 답답해 보였다. 더구나 확장한 면적에 고급 가구까지 들여놓았으니 이 모델을 본 입주자라면 모두가 확장을 선택할 것 같았다.

지난 겨울, 지인이 고급아파트로 이사를 하면서 발코니를 다시 시공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니까 발코니가 넓은 반면 좁아진 거실 공간을 키우고 발코니를 줄인 것이다. 이 입주자는 발코니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이었다. 무엇보다 완충공간이 필요하고, 발코니에 화분이라도 놓아야 그나마 삭막한 아파트 분위기를 신선하게 전환할 수 있다며. 그런데 다시 시공하는 비용은 만만치 않은 금액. 발코니 한뼘을 거실에 할애하는 비용치고는 부담이 큰 편이지만 모두 알 것이다. 거실 한뼘 공간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를.


그런데 도우미의 설명이 점점 점입가경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이를테면 확장형을 선택할 경우 입주자에게 돌아갈 이익을 설명하는 건데, 확장형을 선택하면 2중 방범문(?)을 시공해주고 기본형으로 하면 발코니 샤시는 입주자 부담이란다. 참고로 30평형대 분양가가 3억이 조금 안 되는 금액이다. 물론 서울과 비교하면 말도 안되는 액수지만, 확장형을 선택할 경우 1400만원을 더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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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평면도 기본형(왼쪽)과 확장형(오른쪽) 아파트 평면도이다. 평면도만 보면 기본형이 안정돼 보이는데 모델하우스에는 확장형만 있다. 발코니를 표시한 빨간선은 무시한 채 고급가구를 들여 놓아 확장형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 이현숙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나오려는데 도우미가 다음 설명을 해주었다. 확장형을 선택하면 온돌마루를 놔주고, 그냥 기본형으로 할 경우에는 룸카펫을 깔아 준다는 것. 온돌마루와 룸까펫. 나는 잘못들었나 해서 다시 물었다.

"아니, 온돌마루를 안 놓고 룸까펫을 깐다구요?"
"예, 확장형만 전부 온돌마루를 해주고 기본형에는 주방과 거실, 두곳에만 온돌이고 나머지는 룸까펫을 깔아 드립니다."

난 내 귀를 의심했다. 아파트 문화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 그러니까 옛날 고릿적에는 그 라디에이터를 방이며 마루 등에다 놓고 난방을 했다. 지금도 옛날에 지은 아파트는 더러 그런 곳이 있는데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한다. 물론 지금은 기술이 나아져서 그때보다는 많이 보완이 됐겠지만 아무려면 온돌에 비할까? 그런데 확장형을 선택하지 않은 죄(?)로 룸카펫을 깐다고. 이건 정말 어느 나라 법인가? 완전 강요 수준 아닌가?

온돌도 안 깔아주고, 샤시도 부담해야 하고, 부분 확장도 안 되고

또 한가지, 그럼 부분 확장은 안되나 물었다. 내 생각에는 방 하나는 확장을 해서 넓게 쓰고 거실과 주방은 발코니를 두는 게 합리적일 것 같아서. 그러나 안 된단다. 웃기지 않는가. 공장에서 통으로 찍어내는 완제품도 아닌 아파트를. 현장에서 시공하는 아파트가 부분 확장이 안 되다니, 정말 말이 안 된다.

"이게 말이 돼요? 하루 살다 말 것도 아닌 아파트를 계약자가 원하는대로 부분 확장은 안 되고 전부 확장 아니면 기본형이라니. 게다가 기본형을 선택할 경우 온돌도 안된다면서."
"네, 손님 저희는 시공상의 문제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예, 그렇다면 이 아파트 입주자 300세대가 다 확장형 아니면 기본형으로 만족할까요?"

나는 그러면서 도우미에게 따져 물었다. 당신이라면 이런 점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당신이 만일 이 아파트 계약자라면 이런 설명을 납득하겠느냐고. 그러자 이 도우미 대답이 곤궁했던지 로비에 책상을 놓고 죽 앉아 있는 상담사를 손짓해 보이며, 궁금한 점이 있으면 가서 물어보란다.

도우미인들, 상담사인들 무슨 권한이 있으며 그들에게 무슨 도움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하지만 알 수 없는 것은 1400만 원의 위력이다. 위력도 위력이지만, 그럼 3억 가까운 돈을 들여 내 집 장만을 하는 계약자의 권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발코니 확장? 모두 불법으로 발코니 확장을 하는 바람에 발코니 확장 파장이 법에까지 갔고 판례가 나오기도 했다. 어느 선까지 가능한지를 명시해서. 그러나 어찌 보면 전시효과일뿐 나는 단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현관문을 들어설 때 거실이 넓어 보이고 집이 품위 있어 보이는 효과뿐이지.

이사하면서 발코니 확장을 한 내 조카의 예를 들어보겠다. 비가 오면 마음대로 문을 열어 놓을 수도 없고, 조심한다고 하는데도 거실 끝으로 습기가 들이쳐 그 부분만 마루 색이 누렇게 변해 있었다. 참고로 발코니는 확장은 쉬운데 다시 시공하기는 힘들단다. 그래서 한 번 발코니 확장을 해본 사람이라면 다시 발코니 확장은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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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평면도 실내 공간을 계약자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아파트 평면도. 그 공간은 방 두 칸을 하나로 하는 것과 거실과 맞붙은 방을 거실로 통합해 쓸 수 있게 하는 것 ⓒ 이현숙


애초 홍보한 대로 실내공간을 계약자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부분은 방 두 칸을 한칸으로, 또 거실과 맞붙은 방을 터서 거실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두 가지 사항뿐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건설사가 강요하다시피 내어놓는 발코니 확장이었다. 1400만 원이라는 돈을 더 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하는. 하지만 내 생각에 1400만 원 때문에 건설사가 제시하는 불이익을 감당할 계약자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모두 확장형을 선택한다면 1400만 원이라는 돈은 결국 선택이 아니라 분양가에 포함시켜야 할 금액이 아닌가 싶었다. 그걸 부인이라도 하듯 광고 전단지에는 발코니 확장과 관련한 어떤 설명도 나와 있지 않은데 말이다.

시대가 달라지고, 소비자의 힘이 전보다 많이 세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건설사의 횡포는 왜 사라지지 않는 것인지, 궁금하다. 사실 내가 이런 이의를 제기한다 한들 이 건설사가 꿈쩍이나 할까? 꽤 유명한 건설사고 그들 이익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 건데. 그리고 이 아파트는 위치가 좋아 분양도 잘 될 텐데.

하지만 누구 말마따나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도 한 번 공론화하고 싶었다. 설령 이번에는 그대로 넘어갈지라도 잘못되었다는 건 누구나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덧붙이는 글 | 사진을 저녁 무렵 찍어서 어둡게 나왔습니다. 또 모델하우스 안에는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해서 안내서의 평면도 사진만 올립니다.


덧붙이는 글 사진을 저녁 무렵 찍어서 어둡게 나왔습니다. 또 모델하우스 안에는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해서 안내서의 평면도 사진만 올립니다.
#아파트 모델 하우스 #아파트 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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