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은 백악관을 차지할 수 있을까?

[사소한 뉴스2] 미 대선주자 오바마의 특이한 이름

등록 2008.01.11 16:17수정 2008.01.1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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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약점인 정치인,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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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 버락 오바마 홈페이지


미국이 슬슬 달아오르고 있다. 제44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성큼 다가온 탓이다. 민주당의 예선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과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흥행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을 향하는 대선 열차가 아이오와를 거쳐 뉴햄프셔를 찍고 미시간을 향하는 지금, 민주당의 스타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다. 힐러리 대세론을 가볍게 누르고 첫 승을 올리며 선전한 결과다.

올해 46세인 오바마 의원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 역사상 상원의원에서 백악관으로 직행한 세 번째 대통령이 된다. 그만큼 드물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곧 그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짧은 정치경력 외에도 그의 약점은 또 있다. 그의 '이름'이다. 버락 후세인 오바마(Barack Hussein Obama). 그의 이름을 천천히 불러 보시라. 누가 연상되는가? 굳이 자세한 설명을 보태지 않아도 '감'이 올 것이다.

오바마 의원은 아버지 '버락 후세인 오바마 시니어'(Barack Hussein Obama Sr)의 이름을 물려받았다. 사랑과 존경을 표시하는 뜻으로 자녀에게 자신의 이름을 붙여주거나 부모의 이름을 붙이는 풍토를 고려하면 낯설지는 않다.

이름(名)인 '버락'은 케냐의 아프리카 남동부에서 공통어로서 쓰이는 '스와힐리어'다. 오바마 의원은 홍보 동영상에서 아버지가 아프리카 케냐 사람이고 자신의 이름 '버락'은 스와힐리어로 '신에게서 축복받은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소개했다.


중간 이름인 '후세인'의 출처는 무슬림이었던 할아버지 '후세인 온양고 오바마'였다. 할아버지의 이름을 아버지를 거쳐 물려받은 것이다. 오바마 의원을 공격하는 쪽에서는 그의 이름에 꼭 후세인을 덧붙인다. '사담 후세인'을 연상시키려는 전략이다.

성(姓)인 '오바마'는 9·11 미국폭발테러의 배후자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의 이름과 비슷한 탓에 이들의 뿌리가 같다는 황당한 소문이 돈 적도 있다. 라디오 토크쇼 등에서 활약하는 보수주의 정치 평론가 러시 림바우는 노골적으로 '오바마 오사마'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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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의 홍보 동영상 '버락을 만나다'에 등장한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 사진 ⓒ 버락 오바마 홈페이지


지난해 초에는 뉴스전문채널 <CNN>이 오사마 빈 라덴의 사진 밑에 "오바마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자막을 내보내는 방송사고가 있었다. <CNN>은 "자막 담당부서의 단순 실수였다"고 해명하고 사과했지만, 오바마 의원이 이름 때문에 겪는 고초가 얼마인지 짐작하게 하는 사례였다.

한 우익매체는 오바마 의원이 어린 시절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에 살면서 다녔던 이슬람 학교인 '마드라사'가 이슬람 근본주의를 가르치는 곳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이 인도네시아에 기자를 파견해 확인한 결과 오바마 의원은 인도네시아에서 공립 초등학교에 다녔음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러한 시도는 그의 이름을 이용해 이슬람 근본주의자들과 연관시키려는 전형적인 이미지 조작인 셈이다. 무슬림이라는 세간의 오해와 달리 오바마 의원은 그리스도 연합교회(United Church of Christ)에 다니는 개신교인이다.

오바마 의원은 공개적으로 자신의 이름에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미국에서 정치하기에 부적절함을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의 "이름(중간 이름까지 포함해)인 '버락 후세인 오바마'를 감춘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정치적인 견해를 담은 자신의 책 <담대한 희망>(The Audacity of Hope) 서문에서 9·11 테러 직후 미디어 컨설턴트와 대화했던 내용을 빌려 "이제 막 정계에 입문하는 처지라면 별명 같은 것이라도 쓸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나마도…"라는 속내를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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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해 주세요' 버락 오바마의 홈페이지 초기 화면 ⓒ 버락 오바마 홈페이지


이름에 대한 관용도를 시험하는 대선

이스턴 워싱턴대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그랜트 스미스 교수는 오바마의 이름이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부동층은 투표장에서 확고하지 못한 느낌으로 투표를 하는데 이때 후보자의 희한한 이름이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담 후세인'과 '오사마 빈 라덴'이 섞인 그의 이름이 '아주 강한 암시'를 준다는 것이다.

미 대선에서 후보 이름에 대한 공격은 새로운 병법이 아니다. 빌 클린턴이 대통령 선거에 뛰어든 1992년 대선에서도 클린턴 진영은 상대후보인 조지 H.W. 부시의 이름을 공격 소재로 사용했다. 부시 대통령을 언급할 때마다 일부러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George Herbert Walker Bush)라고 부른 것이다.

이렇게 장황한 이름은 미국인들로 하여금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영국인 귀족'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현직 대통령 이름을 거창하게 부름으로써 도도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으로 몰아간 것이다. 그러한 전략이 주효한 탓인지, 경제 정책이 큰 이슈였던 92년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하고 말았다.

92년 클린턴 캠프에서 의장을 맡은 미키 캔토는 이러한 공격의 효율성을 안다는 듯 "(아버지) 부시 행정부는 미국인들의 마음과 경제적인 고통을 알지 못했다. 거기에 더해 그것(이름에 대한 공격)이 강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시 돌아와 2008년 미 대선. 화려한 언변이 넘실대고 동정을 구하는 눈물이 흐른다. 과연 미국인들은 '후세인'이라는 이름이 백악관을 차지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번 대선에서 버락 후세인 오바마 후보는 미국인들의 이름에 대한 관용도를 시험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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