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광경은 정말 대단했다. 앞을 보니 어떤 아주머니도 아이를 안고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눈바람을 뚫고 간다는 사실이 조금 걱정되었지만 한 10분 정도만 걸으면 <오마이뉴스>가 나온다는 길 안내를 믿고 용기 있게 앞으로 나갔다.
땅이 얼어서 미끈거렸지만 조심스럽게 2번 출구 안내판을 따라 걸었다.
한참을 걸으니 드디어 2, 3번 출입구가 눈에 보인다. 얼른 출구 안으로 들어갔는데 안에서 본 2, 3번 출구는 꽤 길었다.
뭐랄까 판타지 게임에서 나오는 던젼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몬스터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렇게 한참을 걸어서 출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도착해서 본 출구가 3번이었다. 2번 출구로 나와야 했는데 잘못 나온 것이었다. 시간을 보니 오후 3시 20분, 오후 4시에 시작하는 집들이와 시상식 때문에 이때부터 느긋했던 마음이 조금씩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러다 늦는 것 아니야?'라고,
길을 잃어버린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길이라도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사람들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걷고 있는데, 다행히 주변에서 한 젊은 사람이 쪼그려 앉은 채 있었다. 나는 그에게 길을 물어보기 위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는 쪼그려 앉은 채 전혀 일어날 생각을 안 하는 것이었다.
'헉 설마 저런 자세로 얼어버린 것 아니야?'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그에게 조심스레 나아가는 순간, 나의 출현에는 아랑곳없이 그가 핸드폰을 귀에 대고 깔깔 웃기 시작한다. 연방 "사랑해", "사랑해"를 말하고 있었다.
앗, 아마도 애인이랑 통화를 하는 모양이었다. 대단했다. 폭설이 내려 추운 날, 거리 한복판에 쪼그려 앉아서 웃을 수 있다니, 정말 사랑의 힘이라는 것은 엄청난 모양이었다. 길을 물어보기 위해 10분을 기다렸지만, 통화는 끝나지 않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에게 길 물어보는 것을 포기하고 나름대로 <오마이뉴스>를 찾아 떠났다. 하지만 아무리 걸어도 상암초등학교는 나오지 않았다. 길을 잘못 들은 모양이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오마이뉴스> 담당기자한테 문자를 보냈다.
'길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세상에, 나이 스물 여섯이 되어서 길을 잃어버리다니…. 부끄러웠지만 집들이에 늦으면 안될 것 같아 문자를 보내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한 아주머니가 내 옆을 지나갔다. 왠지 그 아주머니는 길을 알고 있을 것 같아서 아주머니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아주머니, 혹시 누리 꿈OOO 어떻게 가는 줄 아세요?"
"엥, 그런 건물 몰라요!"
그때 또 다른 옆의 누군가가 답한다.
"누리 꿈 OOO? 저 지금 거기 일하고 있는데, 저 따라오세요."
앗, 은인의 출현이었다. 다행이다. 싶어서 얼른 그를 쫓아갔다. 같이 한참을 걷다가 그가 물었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아, <오마이뉴스>요. 오늘 행사 있어요."
"무슨 행사요?"
"네, 집들이 같은 것 한다 하더라고요!"
집들이란 말에 그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언론사에서도 집들이 같은 것을 해요? 신기하네!"
"네, 정말이에요."
의아한다는 그의 표정에 나는 정말이라는 말 밖에 달리 답할 길이 없었다. 한참을 걸어서 누리꿈OOO에 드디어 도착했다. 그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 <오마이뉴스>에서 붙여놓은 듯한 노란 안내 벽보가 있었다.
'환영합니다.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 시상식& 집들이'
나는 그가 보란 듯이 은근히 집들이 글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앗. 집들이 안내 게시판이네요. 하하하, 저 길안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잘다녀오세요."
이렇게 그와의 작별인사를 끝으로, 그리고 <오마이뉴스> 18층에 도착하는 것으로 '좌충우돌! 오마이뉴스 길 찾기'는 끝이 났다.
다행히 집들이 시간에 늦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다. 비록 추위 때문에 고생은 했지만 광화문에서 상암동으로 이동한 <오마이뉴스>는 뭔가 달라 보였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길 찾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점인데, 위의 기사를 참고한다면 길 찾기가 한결 쉬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2008.01.14 11:24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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