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으로 뒤섞인 태안 앞바다, 겉으로 들어난 몽산포 해변의 노을은 늘 그래왔듯이 평온하기만 하다.
송성영
숙소 앞에 펼쳐진 바다는 말 그래도 아름다웠다. 기름 유출과는 상관없어 보였다. 늘 그래왔듯이 노을이 지고 있었다. 구름 띠에 가려 있었지만 그림처럼 아름다운 노을이었다. 하지만 예전에 보았던 바다의 노을과는 전혀 감회가 달랐다. 분명 바다에는 온갖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기름이 뒤섞여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달랐다. 추위를 잊은채 그 바닷가에서 신나게 뛰놀고 있었다.
저녁 식사는 회원들이 마련해 온 음식을 한자리에 풀어 놓고 식사를 했다. 어떤 회원은 돼지고기 두루치기에 겨울배추를 마련해 왔고 또 어떤 회원은 김치를 가져오고, 또 어떤 회원은 과일을 준비해 왔고 멸치 볶음이며 나물이며 국거리, 밥 등등을 각각 준비해 왔다.
여러 손들이 정성껏 마련한 식단이다 보니 먹을거리가 푸짐했다. 거기에는 숙소에 오면서 누군가가 태안 현지 할머니에게서 구입했다는 생굴까지 놓여 있었다. 하지만 모두들 군소리 없이 그 생굴을 먹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태안 참여자치연대에서 일하고 있는 이정일씨로부터 ‘삼성중공업 예인선-허베이스피리트호 충돌 기름 유출 사고 피해 상황 및 향후 과제’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기름 유출 사고에는 풀어내야 할 여러 의문점이 남아 있었다. 사고 당시 항만당국과 예인선 그리고 부선간에 왜 교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왜 삼성중공업 예인선은 무리하게 경남 거제로 끌고 가려 했는지, 왜 선박 소유주는 소환하여 조사하지 않았는지, 무엇 때문에 항해일지를 조작하려 했는지 등의 의문점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 언론들은 나몰라라 입을 꽉 다물고 있었다. 삼성중공업의 예인선이 낸 사고라는 사실조차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몇몇 언론을 제외하고는 '조중동'을 비롯한 대부분 언론에서는 그 사실을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왜 그러고 있는 것일까?
한마디로 밥줄 때문일 것이었다. 삼성중공업과 같은 거대 자본들이 그들의 밥줄을 쥐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삼성이라는 거대자본이 광고를 통해 그들에게 밥을 먹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었다.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것일까?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것일까? 아직까지 삼성중공업 측에서는 사고에 대한 사과는 고사하고 사고가 나자마자 잘나간다는 국내의 해양사고 전문변호사들을 죄 끌어 모았다고 한다.
태안참여자치연대의 이정일씨는 사고내용과 원인, 피해현황과 예상, 국가 방제시스템의 문제와 개선사항 등을 설명했다. 덧붙여 좀더 효과적인 방제 작업을 위해서는 피해 지역을 마을 단위로 나눠 지속적이고도 집중적인 봉사활동이 필요함을 당부했다. 현재 전교조 등을 비롯한 몇몇 시민단체에서 한 지역을 정해 놓고 집중적인 봉사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