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이 있어 좋은 백련사와 다산초당

산사와 초당을 돌아 나오는 길은 채움으로 가득하네!

등록 2008.01.16 09:47수정 2008.01.1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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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 가는 길 바랑을 짊어진 스님이 산사로 이어지는 길을 간다.
산사 가는 길바랑을 짊어진 스님이 산사로 이어지는 길을 간다. 조찬현
▲ 산사 가는 길 바랑을 짊어진 스님이 산사로 이어지는 길을 간다. ⓒ 조찬현

겨울산사는 비움이 있어서 좋다. 전남 강진의 백련사 가는 길은 동백나무 숲길이다. 양지 녘에는 제법 많은 동백이 꽃망울을 터트렸다. 앙증맞게 갓 피어나는 동백꽃은 소녀의 붉은 입술인 양 새치름하다. 기묘한 형태의 동백나무가 아픔인 듯 시야에 들어온다. 바랑을 짊어진 스님이 산사로 이어지는 길을 간다.

 

동백꽃 새치름하게 피어나는 붉은 동백
동백꽃새치름하게 피어나는 붉은 동백조찬현
▲ 동백꽃 새치름하게 피어나는 붉은 동백 ⓒ 조찬현

 

새치름하게 피어나는 붉은 동백의 백련사

 

백련사 주변에는 수천 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뤄 자생하고 있다. 백련사의 동백림은 집단으로 자생하고 있으며 다산 정약용 선생과 관련된 문화적 가치 때문에 1962년부터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길가에 뚝뚝 떨어진 꽃송이가 차라리 더 아름답다. 사찰의 입구에는 다랑이 논이 펼쳐져 있고 논두렁의 커다란 느티나무 고목은 부질없는 잎을 다 떨쳐버리고 나목으로 겨울을 나고 있다. 검버섯처럼 거뭇거뭇한 돌이끼를 뒤집어 쓴 입구의 부도탑, 공양간 2층 난간에 웅크린 고양이가 길손에게 이제 속세를 벗어났음을 말해주고 있다.

 

고양이 공양간 2층 난간에 웅크린 고양이
고양이공양간 2층 난간에 웅크린 고양이조찬현
▲ 고양이 공양간 2층 난간에 웅크린 고양이 ⓒ 조찬현
벽화 백련사 법당의 벽화
벽화백련사 법당의 벽화조찬현
▲ 벽화 백련사 법당의 벽화 ⓒ 조찬현

 

돌샘의 맑은 물에 마음 한 자락 씻어내고  백련다원 팻말이 내걸린 공양루로 들어섰다. 돌계단으로 서너 발짝 오르자 대웅보전의 목조 삼존불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돌계단에 오르다보면 2층 공양루의 마루판에 머리가 닿을 것 같은 느낌이 드나 전혀 문제가 없다. 만경루를 지나 육화당에 이르면 강진만의 툭 트인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강진 도암면 만덕산에 자리 잡은 백련사는 조선후기에 만덕사로 불리다가 현재는 백련사로 불리고 있다. 이 절은 확실치 않으나 신라 말에 창건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려 후기에 8국사를 배출하였고 조선후기에는 8대사가 머물렀다. 1232년 원묘국사 3세가 이곳에서 보현동장을 개설하고 백련결사를 일으킨 유명한 사찰이다.

 

나무창살 법당의 나무창살
나무창살법당의 나무창살조찬현
▲ 나무창살 법당의 나무창살 ⓒ 조찬현
댓돌에 놓인 하얀 고무신과 털신 선방 앞의 댓돌에는 하얀 고무신과 털신이 단정하게 놓여있다.
댓돌에 놓인 하얀 고무신과 털신선방 앞의 댓돌에는 하얀 고무신과 털신이 단정하게 놓여있다. 조찬현
▲ 댓돌에 놓인 하얀 고무신과 털신 선방 앞의 댓돌에는 하얀 고무신과 털신이 단정하게 놓여있다. ⓒ 조찬현

 

삼존불을 모시는 대웅보전이다. 법당의 나무창살과 나비 모양의 경첩장식이 이채롭다. 벽면의 벽화그림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대웅전의 건물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으로 겹처마인 다포식이다. 지장보살을 모시는 명부전에서는 한 신도가 108배를 드리고 있다. 명부전은 죽은 이의 넋을 극락왕생으로 인도하는 전각이다.

 

선방 앞의 댓돌에는 하얀 고무신과 털신이 단정하게 놓여 있다. 보물 1396호인 백련사 사적비는 보수작업 중이다. 사찰을 감싸 안은 만덕산의 기암괴석도 볼거리다. 경내를 한 바퀴 돌아 나와 다산초당이 있는 숲길로 향했다.

 

오솔길 다산초당 가는 오솔길이다.
오솔길다산초당 가는 오솔길이다. 조찬현
▲ 오솔길 다산초당 가는 오솔길이다. ⓒ 조찬현

비움과 채움으로 가득한 다산초당

 

다산초당 가는 숲길이다. 이곳에서 다산초당까지는 800m, 해월루까지는 190m라는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백련사에서 다산초당 가는 숲길에는 군데군데 전나무와 삼나무의 나무뿌리가 드러나 있다. 숲속에는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이 정겹다.

 

맑고 깨끗한 물웅덩이와 야생차밭, 자연 그대로 잘 보존된 숲은 신이대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숲길을 가다 어느 곳에서건 고개를 들면 탐진강의 푸른 물결이 보인다. 숲길에 떨어진 붉은 동백꽃송이 하나 어느새 내 가슴에 스며들어 분홍빛 물을 드리운다. 

 

다산초당 다산초당은 귤원처사 윤단이 초가로 건립하여 후손을 가르치던 서당이었다. 본래의 초당은 1936년 허물어지고 현재의 건물은 옛 건물터에 중건하였다.
다산초당다산초당은 귤원처사 윤단이 초가로 건립하여 후손을 가르치던 서당이었다. 본래의 초당은 1936년 허물어지고 현재의 건물은 옛 건물터에 중건하였다.조찬현
▲ 다산초당 다산초당은 귤원처사 윤단이 초가로 건립하여 후손을 가르치던 서당이었다. 본래의 초당은 1936년 허물어지고 현재의 건물은 옛 건물터에 중건하였다. ⓒ 조찬현
서암(다성각) 서암(다성각)이다. 뒤란의 굴뚝이 인상적이다.
서암(다성각)서암(다성각)이다. 뒤란의 굴뚝이 인상적이다. 조찬현
▲ 서암(다성각) 서암(다성각)이다. 뒤란의 굴뚝이 인상적이다. ⓒ 조찬현

다산초당은 다산선생이 1808년부터 1818년까지 10여 년 동안 거처한 곳으로 주변에 동암과 서암, 흑산도에 유배된 둘째 형 정약전과 가족을 그리워하며 마음을 달랬던 천일각 등의 유적이 있다. 다산초당은 귤원처사 윤단이 초가로 건립하여 후손을 가르치던 서당이었다. 본래의 초당은 1936년 허물어지고 현재의 건물은 옛 건물터에 중건하였다.

 

발길 뜸한 오솔길은 고즈넉하고 쓸쓸하다. 수북한 낙엽, 숲속에 나목들, 산길을 걷다 제일먼저 만난 곳은 동암이다. 동암은 다산 선생이 유배 생활 중 초막을 짓고 거쳐하였던 곳이다.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 등 500여권의 책을 저술 실학을 집대성한 곳이다. 소나무들이 무성하여 솔바람이 불어오는 암자라 하여 송풍암으로도 불린다.

 

서암(다성각)이다. 뒤란의 굴뚝이 인상적이다. 서암은 1808년 다산선생 유배 당시 지어진 초막이다. 윤종기, 윤종벽, 윤종상, 윤종진, 등 18명의 제자들이 거처하였던 곳이다. 허물어져 없어진 것을 1975년 강진군에서 다시 지었다.

 

다산초당에 잠시 머물면 이곳이 선계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새소리 물소리 들으며 잠시 마음을 내려놓으니 어느덧 욕심을 사라지고 마음은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백련사 #다산초당 #동백꽃 #다산 정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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