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탓에 허리가 휘다 못해 부러지겠네"

등록금 인상 둘러싼 학교와 학생 측의 '총소리 없는 전쟁' 시작

등록 2008.01.19 09:07수정 2008.01.1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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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학교 등록금 인상 반대 동영상 ⓒ 한림대학교 23대 총학생회

▲ 한림대학교 등록금 인상 반대 동영상 ⓒ 한림대학교 23대 총학생회

 

 

2008학년도 등록금을 둘러싸고 학교 측과 학생들 간의 마찰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물가인상을 이유로 많은 수의 대학이 두 자릿수 인상안을 제시해 학생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경북대 14%, 한림대 12.5%, 상명대 11%, 한국외대 10.6%, 전남대 8.6%, 대구대 8%, 한양대 7.2%, 중앙대 6.8%의 인상률을 학교 측이 제시한 상태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비롯한 서울 소재 대학들은 주변 대학의 경과를 살피고 있지만 조만간 두 자릿수 인상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부경대와 부산교대, 강원대의 경우 학교 측이 각각 30%, 25%, 24% 등 연평균 물가상승률(2~3%)의 10배에 이르는 인상안을 제시해 논란을 가열시키고 있다. 부경대에 재학 중인 윤성혁(25)씨는 “본교가 사립대학인지 국립대학인지 구별할 수 없는 처지”라며 “국립대에 입학해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드린다고 생각했는데, 30%가 인상된 등록금 고지서를 어떻게 내밀어야 할지 고민이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한 한림대에 재학중인 김민지(22)씨는 “등록금을 인상하려면 그에 대한 타당한 근거 제시를 통해 학생들을 이해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교측은 그저 물가인상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인상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로스쿨 유치를 희망하는 대학의 경우 등록금에 이와 관련된 비용을 포함해 학생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강원대는 기성회비 15%에 로스쿨 관련 9%를 더한 24%의 인상안을 제시한 상태다. 중앙대의 경우도 로스쿨 유치 비용을 등록금 인상안에 포함시켰는데 만약 이것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의학과의 학기당 등록금이 522만 원으로 한 해 등록금이 1천만 원을 넘게 된다. 이에 대해 장성현(26)씨는 “대학 발전을 위해 로스쿨 유치에는 찬성하지만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학생들에게까지 그 비용을 부담케 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학생들의 반응에 대학 측에서는 ‘등록금 인상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양대의 한 관계자는 “학교 수입은 재단 전입금, 국가보조금, 등록금뿐”이라며 “이 중 국가보조금은 지원해야 할 곳이 정해져 있어 손댈 수 없는 돈이기에 결국 대학이 더 많은 기자재와 우수한 교수를 확보하기 위해선 등록금을 올려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렇듯 등록금 인상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지난 17일 전국 100여개 대학 학생들의 모임인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원회'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대책위는 “매년 반복되는 등록금 인상에 학부모들의 등골이 휘다 못해 부러지려 하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 등록금 인상을 저지해 달라”고 주장했다.

 

 

a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림대학교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등록금 인상 반대에 관한 글과 지난 17일 열린 등록금 인상 반대 기자회견 참가자의 모습.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림대학교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등록금 인상 반대에 관한 글과 지난 17일 열린 등록금 인상 반대 기자회견 참가자의 모습. ⓒ 황원종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림대학교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등록금 인상 반대에 관한 글과 지난 17일 열린 등록금 인상 반대 기자회견 참가자의 모습. ⓒ 황원종

 

동결에 인하하는 곳도 있는데...

 

하지만 이러한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일찌감치 등록금을 동결하고 면학 분위기 조성에 힘쓰는 곳도 있다. 부산 소재의 경남정보대는 올해 등록금을 작년과 같이 동결시켰다. 이에 대해 이재민(23)씨는“매년 물가 상승에 따라 등록금이 인상됐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동결됐다”며 “학교 측의 배려라고 생각하는 만큼 좀 더 능동적으로 학업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김갑순 부학장은 “동결로 인해 부족한 학교 수입에 대해서는 학교 기업 활성화를 통한 수익 증진과 기술 지주회사 설립 등의 투자유치를 통해 보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한 부산정보대도 '전문대의 등록금이 4년제 대학 못지않은 상황에서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동결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대학도 외국 유학생 유치나 대외 사업을 통해 부족분을 충당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인상과 동결의 논란 속에 미국의 대학가에는 등록금 인하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의 명문 예일대가 올해부터 연소득 12만 달러(약 1억1200만원) 이하의 가정에 대해 수업료를 50% 낮추기로 했다. 또 연소득 6만 달러 이하 가정의 학생들은 학비를 면제하고 올해 수업료 인상액을 물가상승률에 연동시키기로 했다.

 

앞서 하버드대도 연소득 18만 달러(약 1억6800만원) 이하 가정의 학생에게 수업료를 연소득의 10% 이내로 낮춰주기로 했다. 듀크대와 펜실베이니아대, 포모나대, 캘리포니아 공과대 등도 잇따라 학비경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더불어 일본의 도쿄대도 올해부터 부모의 연소득이 400만 엔(3천190만원) 미만인 학생들은 전액 학비를 면제하고 우수두뇌 확보를 위해 박사과정 대학원생의 학비도 사실상 없앤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등록금에만 의지하는 대학, 정책 제고해야...정부의 적극 대처도 필요

 

차기 이명박 정부는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오히려 교육 자율화 정책으로 인해 교육비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에서 언급한 미국과 일본 대학의 사례는 우리의 현실에 비춰볼 때 오히려 씁쓸함만 더해준다. 물론 그들이 보유한 자산이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교육을 장사가 아닌 국가발전을 위한 인재 양성에 기초를 둔 그들의 발상은 분명 우리에게도 필요한 덕목이지 않을까 싶다.

 

무조건 등록금을 통해서만 예산을 확보하려는 대학과 이러한 논란에 대해 뒷짐만 지고 구경하는 정부로 인해 결국 피해자가 되는 것은 우리의 학생들과 부모들이다. 아무쪼록 학생들은 걱정 없이 공부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또 부모들은 부담 없이 아이들을 교육시킬 수 있도록, 대학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정부도 심각성을 깨닫고 적절히 대처할 때다.

2008.01.19 09:07ⓒ 2008 OhmyNews
#대학등록금 #등록금 #등록금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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