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안섬풍어당굿의 맥을 찾아가 본다

마을의 풍어와 무사태평을 바라는 기원제

등록 2008.01.23 11:21수정 2008.01.2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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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섬풍어당굿 입구에 있는 칼을 든 장승
안섬풍어당굿 입구에 있는 칼을 든 장승조정숙
안섬풍어당굿 입구에 있는 칼을 든 장승 ⓒ 조정숙

서해대교를 지나 당진IC를 빠져나가 서해바다를 향해 달리는데 '안섬풍어당굿'이라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네 조상들은 만선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어떤 풍어제를 지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안섬을 찾아 들어갔다.

 

안섬포구에 도착해보니 작고 아담한 포구가 마을을 감싸고 있다. 풍어당굿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 보니 칼을 든 장승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 풍어제는 언제 하는 것인지 궁금하여 마을 횟집에 들려 "풍어제는 언제 올리나요?"라고 묻자 새해 첫 진사일 날 제를 지낸단다.

 

덧붙이는 말이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으면 마을 초입에 있는 안섬풍어제 전수관에 가면  안섬당굿보존회 대표 지운기님께서 자세히 설명해 줄 거란다. 그래서 나는 전수관을 찾아 보존회 대표를 만났다.

 

  안섬당굿보존회, 대표 지운기님
안섬당굿보존회, 대표 지운기님조정숙
안섬당굿보존회, 대표 지운기님 ⓒ 조정숙

올해로 72세가 되신 지운기님의 말에 의하면 이 행사가 시작된 지는 450여 년이 되었으며 새해가 되면 한 해의 풍어와 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하고자 마을 주민들이 제를 지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제는 마을의 큰 행사로 70여 호의 마을 주민들이 모두 모여 낮에는 제를 지낼 모든 것을 준비하고, 밤 9시가 되면 본격적인 제를 지내기 시작하여 다음날까지 이어진다. 이튿날 제를 내리고, 뱃고사와 오방굿, 거리굿, 용왕제, 지신밟기를 끝으로 행사가 마무리된다.

 

- 안섬풍어제는 언제 하나요?
"새해가 되면 첫 진사일(용과 뱀날)을 택해 풍어와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제를 올린답니다. 올해에는 2월 10일에 제를 지낼 예정입니다. 안섬풍어제는 대제와 소제가 있는데 대제는 예산 부족으로 2005년도에 마지막 제를 지냈고, 그 이후로는 소제로 한 해를 시작한답니다."

 

- 제를 지내는 당굿 입구에 도착하자 칼을 들고 있는 무서운 장승이 입구를 지키고 있던데 보기 드문 장승을 세우게 된 동기는 무엇인지요?
“칼을 잡은 장승을 세우게 된 것은 마을을 지키는 장승이기도 하지만 이곳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이 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했고 고기 잡는 일이 주업이었기 때문에 어부들이 배를 타고 나가면 풍랑으로 사고를 당해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간혹 있었지요. 그래서 좀 더 강한 인상을 전달하여 잡귀를 몰아내고 재앙을 물리치고 싶은 생각에 칼을 든 장승을 세우게 되었답니다.”

 

 풍어당굿을 하는 장소
풍어당굿을 하는 장소조정숙
풍어당굿을 하는 장소 ⓒ 조정숙

 풍어당굿 전수관에 가면 언제든지 보존회 대표를 만날수 있다.
풍어당굿 전수관에 가면 언제든지 보존회 대표를 만날수 있다.조정숙
풍어당굿 전수관에 가면 언제든지 보존회 대표를 만날수 있다. ⓒ 조정숙

안섬풍어제는 매년 동짓달 그믐날 당주와 주감과 화장이 주관이 되어 새해의 제를 지낼 계획을 세우고 행사에 들어갈 모든 기획을 한단다. 새해 첫 진사일(용과 뱀날)날 배 크기순으로 뱃기가 올라 제의를 드리고 대동 및 개인 소지를 드린다.

 

송악면 내도리 주민들이 모여서 오색의 뱃기를 들고 한 해 동안의 풍어와 무사태평을 빌며 질병과 재앙을 물리쳐 주기를 기원하는 제를 올린다. 풍어제를 올리는 마을의 최대 행사로서 소제와 대제가 있는데, 소제는 1박 2일에 걸쳐 진행되며 대제는 2박 3일 동안 행사가 이어진다.

 

 풍어당굿의 오색기에 대해 설명중이신 보존회 대표
풍어당굿의 오색기에 대해 설명중이신 보존회 대표조정숙
풍어당굿의 오색기에 대해 설명중이신 보존회 대표 ⓒ 조정숙
 전시관에 비치된 장승
전시관에 비치된 장승조정숙
전시관에 비치된 장승 ⓒ 조정숙

 전시관에 있는 배 모형,
전시관에 있는 배 모형,조정숙
전시관에 있는 배 모형, ⓒ 조정숙

안섬풍어제에 대해 설명을 해 주시던 지운기님께서 두툼한 열쇠 꾸러미를 가지고 나서며 갑자기 따라 오란다. 그래서 나는 따라나섰다. 2층을 향해 올라가 도착한 곳에 전시관이란 간판이 보인다. 

 

그곳에 풍어제를 지낼 때 쓰는 모든 도구들이 있고 풍어제를 지낼 때 했던 행사내용을 담은 자료가 보존되어 있었다. 뜻하지 않게 풍어제에 관한 자료들을 보면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1994년에는 무형문화재 충청남도 도 대표로 나가 문화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는 말을 하며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문화재가 예산 부족으로 사라져 갈까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1997년 이후 한보철강, 동부제강 등이 들어서 산업도로가 연결되는 등 문명사회의 전환에 따라 신앙으로서의 원형이 사라져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안섬은 작고 아담한 포구가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안섬은 작고 아담한 포구가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조정숙
안섬은 작고 아담한 포구가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 조정숙
 등대 건너편으로 한보철강 동부제강 건물들이 보인다.
등대 건너편으로 한보철강 동부제강 건물들이 보인다.조정숙
등대 건너편으로 한보철강 동부제강 건물들이 보인다. ⓒ 조정숙

안섬풍어당굿을 알고자 지운기 보존회 대표를 찾았을 때 첫 마디가 “나는 무속인이 아니오”라고 했다. 이 말처럼 무속행사의 틀을 벗어나 주민과 관광객이 하나가 되어 소중한 우리의 문화재가 영구히 보존되는 한편 신명나는 축제의 장으로 거듭 나기를 기대해 본다.

#안섬풍어당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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