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 태안군 소원면 도로에서 자원봉사 가던 주민 최아무개씨 사고로 사망

12월 18일 방제작업 후 귀가하던 주민 조아무개씨 사고로 사망

1월 10일 생계 터전 잃은 60대 어민 음독자살

1월 15일 어민 김아무개씨 음독자살 사망

1월 18일 음독한 지아무개씨 집단 시위현장에서 분신 사망

기름 유출 사고 한 달여 만에 태안지역 주민 5명이 숨을 거뒀다. 그런데도 사고를 내고 죽음을 야기한 삼성중공업은 22일에서야 신문 광고를 통해 사과했다. 광고 문구에는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썼지만 실제 삼성 직원이 머리를 숙였다는 소식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게다가 사과문 어디에도 주민의 피해보상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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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일간지 조간에 실린 삼성중공업의 사과 광고.

▲ 22일 일간지 조간에 실린 삼성중공업의 사과 광고.

삼성중공업의 사과문 게재에 맞춰 일부 언론들의 "삼성그룹이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기름 유출사고 이후 대규모 자원봉사와 장비 지원 활동을 벌여왔다"는 보도는 더욱 기가 막힌다. 이들 언론은 "그런데도 삼성은 사고당사자라는 이유로 이를 알리지 못해 사과도 하지 않고 피해복구에도 소극적이라는 비난과 오해를 받아왔다"고 썼다.

주민들이 목숨을 던지며 목이 터져라 삼성에 요구한 것은 "숨어서 봉사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솔직하고 정정당당하게 국민과 주민에게 사과하고 피해 주민들과 합의점을 만들기 위해 나서 달라고 외쳐왔다. 주민들이 요구대로 숨어서 일하지 않고 당당히 나서 합의점 찾기 위해 노력했다면 생계를 비관하고 음독, 분신자살하는 사태는 절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삼성이 오해를 받아왔다'니 이게 무슨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소리인가. 언론이 미치지 않았다면 삼성이 계획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초일류 그룹'을 외치며 성장한 삼성이 기름유출 사고이후 보여준 행동은 '초일류 배반 행위'였다.

삼성중공업은 사고 직후 국내 최고의 변호사 등 법무관계자를 내려 보내 해경의 수사 과정에서부터 관여해 왔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시골 바닥에서 그물질하며 먹고사는 어민들도, 낫질과 호미질로 하루 일과를 보내는 농민들도 알 것은 안다. 삼성이 진정으로 사과하고 있는지, 주민들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하고 있는지 말이다.

삼성도 알아야 한다. 이제라도 진심으로 죄를 뉘우치고 주민들 앞에 당당히 나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더 큰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주민들은 더 이상 무시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생존권을 얻기 위해 싸울 것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모르진 않을 것이다. 굳이 설명을 필요로 한다면 이는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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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름유출 사고로 피해를 입은 충남 태안·서산 지역주민들은 23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피해어민에 대한 국가의 선보상과 기본 생계비 지원, 삼성측의 무한책임,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 권우성

▲ 기름유출 사고로 피해를 입은 충남 태안·서산 지역주민들은 23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피해어민에 대한 국가의 선보상과 기본 생계비 지원, 삼성측의 무한책임,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 권우성

삼성예인선단은 풍랑주의보가 예견된 바다로 배를 끌고 나가는 무모한 행위를 저질렀다. 항해를 계속하게 되면 유조선과 한 시간쯤 후에 충돌할 것이라는 경고도 있었다. 그런데도 닻을 내리거나 피항 하지 않고 무모한 항해를 계속하다 최악의 사고를 냈다.

유조선측은 당시 상황을 충돌보다는 근접 통과 상황으로 오판하고 적극적인 피항 조치를 취하지 않는 잘못을 저질렀다. 하지만 운항중인 배가 정박 중인 배를 피해가야 한다는 것은 어린아이도 아는 상식이다. 말이 쌍방과실이지 사실상 사고의 원인은 누가 봐도 삼성 측에서 제공한 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삼성은 '쌍방과실'을 내세워 또다시 자신의 책임을 덜어내려고 하고 있다.

쌍방과실? 운항중인 배가 정박중인 배를 피해가야 하는 건 당연

문제해결 방안은 가해자인 삼성이 자신의 과실로 피해를 일으킨 것을 깨끗하게 시인하고 피해를 모두 배상하는 것이다.

최근 프랑스 정부가 99년 있었던 에리카호 사고에 대해 가해 선박회사와 정유회사까지 책임을 물어 IOPC 배상한도액을 넘는 판결을 얻어낸 바도 있다.

▲ 태안유류피해 투쟁위원회 김진권 위원장. ⓒ 김진권

▲ 태안유류피해 투쟁위원회 김진권 위원장. ⓒ 김진권

정부 또한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쳐다보고 있을 게 아니라 국제적인 관행에 따라 우선 피해주민들의 피해를 선보상해야 한다. 선보상 비용은 프랑스 정부처럼 가해 회사와 유조선 회사를 상대로 부터 받아내면 될 일이다. 얼마 전까지 수많은 손해사정사와 변호사들이 마을별로 우후죽순으로 설명회를 열어 마을을 어수선하게 했다. 이 또한 정부가 주민 피해 보상 문제를 남일 보듯 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삼성그룹에 다시 말한다. 삼성은 자신의 잘못을 사과문으로 감추려 하지 말라. 주민들 앞에 당당하게 나서 진심으로 머리를 숙이고 무한피해 보상을 약속하라.

정부에 다시 말한다. 정부는 주민 피해를 우선 보상하고 그 비용을 삼성으로 부터 받아내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