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전라도 사람이란다

'조장', '수주대토'의 주인공들

등록 2008.01.26 10:44수정 2008.01.2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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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周)나라의 제후국 중 하나에 송(宋)이 있었다. 물론 이 송나라는 10세기의 제국 송과는 동명이국(同名異國)이다. 송은 지금의 하남성 상구현에 있던 소국이었다.

그런데 공자가 태어나고 자란 곡부는 상구현에서 서남쪽으로 200km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다. 중국 대륙의 광활함으로 볼 때 이 정도 거리면 공자의 출생지는 송나라와 같은 고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김용옥도 공자를 송의 후예라고 단정하여 말한다.


송은 오래 지탱하지 못하고 몰락하는데, 이 몰락의 사유가 꽤나 이채롭다. 당시 송의 통치자는 양공(養公)이었다. 그런데 양공은 매사에 어짐(仁)의 명분만을 추구하다가 나라를 말아먹고 만 것이다. 그래서 생겨 난 풍자적인 고사성어가 ‘송양지인(宋養之仁)’이다.

공자는 훗날 노나라 사람이 되었지만 그 뿌리는 바로 송양지인의 송에 있다. 이것은 전라도 사람이 서울에 와서 살아도 여전히 전라도 사람인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송나라 양공이 보인 어짐의 명분은 가히 공자의 조상다운 점인 것만은 틀림없다.

당시 중국에서는 바로 이 송나라의 지방색이 매우 뚜렷했다고 한다.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서에는 송인들을 왕왕 어리석은 사람으로 언급하고 있는데, 기실 그 어리석음이란 악질성이 아니라 비상식성의 파격성이다. 다시 말해 당대 송인들은 순진하지만 곧잘 상식의 궤도를 일탈하는 짓을 많이 했다는 것이다.

조장(助長)이라는 단어는 ‘도울 조’ ‘기를 장’ 자를 쓰는데, 이는 나쁜 일을 만들어 내고 부추길 때 사용하는 말이다. 우리는 흔히 지역감정 따위를 ‘조장’한다고 말한다. 원래 이 말은 <맹자>에 나오는 고사성어다.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되 성급히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맹자가 일러 한 말이었다.

송나라에 한 농부가 있었는데 새로 심은 모가 얼른 자라 주지 않자 손으로 일일이 잡아 뽑아 올렸다고 한다. 물론 그 모들은 얼마 후 모두 말라 죽는 운명을 감수해야 했다.


한편 한비자(韓非子)는 수주대토(守株待兎)라는 말로 송인을 풍자했다. 이는 일하러 나가다가 나무 그루터기에 부딪쳐 죽은 토끼로 수입을 잡은 농부가 다음 날부터 일은 안 하고 어리석게도 나무 옆에서 한사코 토끼를 기다리기만 했다는 데서 생겨난 말이다.

한비자는 진시황 시대에 법치를 주장한 이른바 법가의 마스터(master)였다. 서양식으로 해서 이른바 마키아벨리스트였던 것이다. 그는 도덕과 명분만을 중시하는 성인 통치를 꼬집어 ‘수주대토’라고 비판한 것이다. 도덕과 명분을 중시했던 요, 순, 우, 탕, 문, 무, 주공 등과 아울러 공자, 맹자 같은 이들은 한비자가 보기에 통히 답답한 위인들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한비자는 그들의 도덕적 정치사상을 ‘나무 그루터기에서 토끼를 기다리는 격’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아무튼 조장이건 수주대토건 그 주인공인 농부들은 왠지 순진하기도 하고 코믹하기도 한 어리석은 인격체들이다. 그들은 비상식적일지언정 악질은 아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농부들이 모두 공자와 같은 송인들이다. 송의 전신 은(殷)나라의 문화는 매우 찬란했다. 은의 후예인 송인 중에는 천재적인 예인이 많았다고 한다.

모든 역사법칙이 그렇듯이 승자인 주나라는 패자 은나라를 노골적으로 격하시켰다. 사실 은(殷)의 원래 이름은 상(商)이었다. 그런데 상나라를 초라하게 보이게 하려고 수도 이름으로 나라 이름을 삼아버린 것이었다. 따라서 상나라와 관련된 역사나 가담항설들에는 거의 왜곡이 있다고 보면 된다. 주나라는 자기들이 멸망시킨 나라의 사람들을 모멸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지어냈던 것이다.

주는 중국의 주류들이 선망하는 나라이다. 당시의 제자백가들은 하나같이 주나라를 흠모했다. 그러다보니. 은의 후신이면서도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인 기질이 다분했던 송나라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조장된 것이었다. 그래서 ‘조장’이나 ‘수주대토’의 어리석은 농부들이 모두가 송나라 사람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었다.  

똑같은 현상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튼 경상도 사람이 수십 년 동안 통치를 했던 우리나라에서는 전라도 사람들을 모멸하는 갖가지 편견들이 ‘조장’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실 전라도 사람들은 대체로 인정이 많고 머리가 좋으며 유머러스하고 개방적이면서도 모질지가 않은 편이다.

전라도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동편제·서편제의 판소리나 남도민요가 보여주듯이 그들은 매우 예술적이기도 하다. 공자는 음악적 재능을 타고났으며 언어적 능력을 각고의 노력으로 성취한 매력적인 인물이다. 또한 그는 당대 중국에서 우리의 전라도인과 비슷했던 송인의 후예이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 <정화된 밤>에 게시한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제 블로그 <정화된 밤>에 게시한 글입니다.
#공자 #전라도 #한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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