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의 치마가 자주색 화기가 되었다. 낡고 빛바랜 자주빛 옷과 꽃이 어우러져 그대로 하나의 그림을 완성한다.
윌북
원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그 선택 안에서 만족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행여 그 과정이 고통스럽거나 불편해 보인다 하더라도 부럽기만 하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것은 오로지 하루 24시간 뿐이다. 하루의 시간을 어디서, 누구와, 어떤 일을 하며 어떤 마음으로 보냈는가에 따라 삶의 질은 달라지고, 행복과 불행은 결정된다.
타샤 튜더의 오늘은 또 어떤 하루였을까, 티 타임은 어땠을까, 그녀는 무슨 꽃 스케치에 어떤 색을 덧입혔을까, 지난 크리스마스엔 어떤 장식으로 손녀를 행복하게 했을까, 오븐에는 무슨 파이가 익고 있을까, 너른 정원의 겨울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책을 덮으면 아흔이 넘은 할머니의 하루 일상이 궁금해지고, 가본 적 없지만 익숙한 정원의 풍경이 떠오른다.
타샤 튜더의 책들은 미국 버몬트에서 200년 전 스타일로 자급자족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는 동화작가이자 정원사인 한 사람의 생활 이야기를 담았다. 정원, 식탁, 집, 크리스마스 등 그녀가 아끼고 가꾸는 생활 조각들을 퀼트처럼 하나씩 하나씩 꿰맨 흔적들이다.
나는 거친 손과 발을 좋아한다. 뉴트로지나 핸드 크림을 한 통 다 털어 발라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노인의 거친 손에 직접 키운 꽃 몇 송이가 들려 있는 사진들로 타샤 튜더는 나를 팬으로 만들었다.
예쁘장한 얼굴에 흙으로 단련된 거친 손을 가진 도예가들의 손만큼 매력적인 손은 없다고 생각해 온 내게, 타샤 튜더의 굳은 살이 박힌 두 손은 단번에 그녀에 관한 책들을 읽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