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혐의와 성폭력특별법 위반으로 지난해 11월 29일 대법원에서 50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된 권연옥(71) 천안문화원장. 확정 판결 이후 지역에서 시민단체와 예술단체 등 문화원 안팎으로 퇴진 여론이 고조됐던 권 문화원장이 28일 천안문화원 총회를 통해 신임 원장으로 재선출됐다.
형식은 임원 총사퇴 후 치러진 원장 선출 투표에서 입후보를 통해 당선된 결과이지만, 도덕적 흠결이 문제가 된 인사가 지역 문화기관의 대표격인 문화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에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임원진 총사퇴로 물러난 인사가 원장으로 재선출
천안문화원은 28일 오전 11시 문화원 지하 회의실에서 ‘2008 정기총회’를 가졌다. 총회는 천안문화원 78명 가운데 위임 9명, 총회 참석 57명으로 개회했다. 권연옥 원장이 주재한 총회에 상정된 의안은 3개. 지난해 사업실적 및 결산안의 인준과 올해 사업계획 및 예산안의 승인. 사업결산 및 예산안은 특별한 이의없이 통과됐다.
회원들 관심사가 집중된 안건은 세 번째 의안인 임원 거취 문제. 권 원장은 “지난 25일 이사회에서 천안문화원 임원은 총사퇴하고 새로운 임원진을 구성, 명예를 회복키로 했다”며 원장과 부원장, 이사진 등 천안문화원 임원의 총사퇴안을 상정했다.
사퇴안이 원안대로 가결됨에 따라 권 원장은 원장직에서 물러나 총회 주재를 임시의장으로 선출된 최한규 회원에게 넘겼다. 임시의장에는 민병달 전 천안문화원장도 추천됐지만 표결에서 최한규 회원이 선출됐다.
최한규 임시의장이 신임 원장 선출을 위한 후보 추천을 요구하자, 이규태 회원은 권연옥 전 원장을 추천했다. 이한식 전 부원장은 관선 천안시장을 역임한 류철희씨를 추천했다. 민성동 회원은 문화원 문화대학에서 사진강좌를 진행한 남상호씨를 추천했다.
후보 추천을 둘러싸고 회원들간 논쟁도 벌어졌다. 문화원 파행 사퇴의 책임을 지고 임원진이 총사퇴한 처지에서 전임 임원진의 수장인 권연옥 전 원장이 후보로 나서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
원장 후보로 천안문화원 회원자격이 없는 사람이 추천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정관상 특별한 규정이 없다는 해석이 우세하며 세 명 후보를 놓고 차기 원장 선출을 위한 투표가 실시됐다. 일부 회원은 원장 선출을 위한 후보자 추천 전 정회시간을 갖고 의견을 조율하자는 안을 내놓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57명이 투표한 결과 권연옥씨가 과반수를 넘는 38표를 얻어 원장직을 다시 맡게 됐다. 류철희씨와 남상호씨는 각각 10표, 5표를 획득했다.
당선 수락 연설에서 권연옥 원장은 “새로운 문화원을 만들어달라는 회원들의 요구로 받아들인다”며 “어제를 거울삼아 본인과 천안문화원의 명예회복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도덕적 흠결있는 인사 재선출은 안될말, 논란 계속
지속적인 사퇴여론에 직면했던 권연옥 원장은 28일 총회에서 다시 원장직에 선출되며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했다. 자신의 사퇴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었던 일부 부원장과 이사들도 임원진 총사퇴로 모두 물러난 상황에서 운신의 폭도 훨씬 넓어졌다.
그렇다고 정부보조금 지원 중단 등 파행사태를 겪고 있는 천안문화원의 정상화를 기대하기에는 무리라는 분석. 일각에서는 권연옥 원장이 재선출된 문화원 총회 결과는 천안문화원이 자정능력을 상실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라며 한층 강력한 대응도 모색하고 있다.
지난 22일 시민단체 및 예술인단체 대표자들과 함께 문화원장을 방문, 총회 전 원장의 자신사퇴를 권고했던 전수철 천안시민포럼 문화분과 위원장은 “도덕적 결함이 있는 권연옥 원장이 다시 출마한 것 자체가 부도덕한 행위”라며 “다시 출마했다고 (권 원장을) 찍어준 문화원 회원들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권 원장 체제가 계속되는 천안문화원 사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회 결과에 대해 지역 예술인들도 수긍할 수 없다는 분위기이다. 윤성희 천안예총 회장은 “총회 결과를 시민들 차원에서 인정하기 어렵다”며 “합법의 외피를 둘렀지만 도덕적인 흠결과 부도덕한 인사가 (원장에) 재선출된 것에 시민차원의 좀 더 강력한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원 내부에서도 반발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임원진 총사퇴에 합류했던 이사 가운데 한명은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며 “그동안의 천안문화원 파행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모든 임원진이 물러나기로 결의하고 이행된 상황에서 파행사태의 복판에 서 있었던 권연옥 원장이 다시 후보로 나와 원장직을 맡으며 총사퇴의 의미가 무색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갈등의 씨앗들도 있다. 권연옥 원장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 천안문화원 문화학교 수강생들로 구성된 문화사랑문화가족, 화미회, 다도회를 모두 없애고 다른 모임 및 강좌를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폐지대상으로 지목된 단체들이 원장 결정을 그대로 수용키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석이 된 이사진 구성과 임기 문제를 둘러싸고도 내홍이 증폭될 수 있다.
정부보조금의 지원재개도 불투명하다. 천안시는 2007년도 천안문화원 관련 예산 중 향토문화 발전사업비 1/4분기분 3000만원과 문화의 집 운영비 상반기분 1500만원만 천안문화원에 지급했다. 추후 예산은 모두 지급이 중단됐다.
지난해 말 행정사무감사에서 천안시는 “시민들이 문화원이 정상화 되었음을 인정할 때까지 지원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천안시의회도 천안문화원 정상화 없이 예산지원은 없다며 지난해 말 예산 심의에서 천안문화원 올해 지원예산 1억58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시 관계자는 “보조금 지원 재개는 문화원 정상화 여부를 좀 더 지켜본 뒤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2008.01.28 19:20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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