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 수사관들이 25일 저녁 서울 중구 삼성화재 본사에서 압수한 물품을 상자에 넣어 나오고 있다.
권우성
지금과 같은 상황을 특검팀이 어떻게 풀어갈지 묘수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조준웅 특검팀은 29일에도 박태진 삼성탈레스 사장과 장병조 삼성전자 부사장 등 계열사 임원 4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전날 정기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부사장 등을 불러 조사한 것 등까지 합치면 지금까지 삼성 특검팀은 모두 20명의 그룹 임원진을 불러 조사했다.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소환을 제외하고도 지금까지 특검팀이 소환한 삼성그룹 관계자들은 임원급과 실무급을 합해 30~40명을 훌쩍 넘는다.
출범 직후 현재까지 20일째 특검팀은 이들을 상대로 차명계좌 개설 경위와 운용 실태, 비자금 조성 및 관리 등을 캐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불법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서도 소환조사를 서두른다는 방침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특검 수사팀이 삼성비리 3대 의혹(▲비자금 ▲경영권 불법승계 ▲불법로비)의 전체 큰 그림을 그리고 여러 갈래로 벌여가는 게 아니라 차명계좌 개설, 고가 미술품 구매 의혹, 삼성화재 보험금 미지급금 비자금 전환 등 불거진 현안에 일일이 대응하는 방식으로 '우후죽순 수사'를 벌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각이 안 서는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나온다.
김용철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작은 것들... 큰 규모 나와야"김용철 변호사도 지난 26일 특검팀의 소환조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하면서 삼성화재 수사와 관련해 "고객들의 푼돈을 모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나올 줄은 몰랐다"며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작은 것들이고 큰 규모의 것이 나와야 한다"고 특검팀의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삼성특검팀이 벌인 수사 활동은 세 갈래로 압축할 수 있다.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계좌추적이 그것이다. 특검팀은 공식 출범 직후 참고인 자격으로 '삼성 비자금 비리 의혹'을 가장 먼저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를 불러 조사했다.
곧이어 인터넷에 비리제보카페를 만들었고, 이건희 회장 개인 집무실 승지원과 이학수 부회장 등 삼성 핵심관계자의 자택 등 개인거처 8곳을 압수수색했다. 이건희 회장의 자택과 '비밀금고' 의혹이 제기된 삼성본관 27층에 대한 압수수색도 잇달아 벌였다. 성과는 별로 없었다. 사무실은 이미 새롭게 단장된 상태였고, 삼성본관 27층에서는 비밀금고의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또 삼성특검팀은 언론의 보도에 따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의 거대 창고를 압수수색했고 1만여 점이 넘는 고가 미술품들이 보관된 수장고를 발견했다. 국민들로서는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었지만, 특검팀은 이 미술품들 가운데 비자금으로 사들인 것으로 보이는 고가 미술품 2~3점을 발견한 것 이외에 드러난 사실은 없다고 전했다.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30점의 고가 미술품리스트'에 등장한 그림과 일치하는 것인지 확인되지 않는다고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고가 미술품 구매경로 등과 관련해서도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를 소환한 것 이외에 또 다른 수사 활동이 눈에 띄지 않는다.
김용철 변호사가 밝힌 대로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재무팀 관재파트에 수시로 연락해 미술품 구입 대금을 홍송원 대표에게 지급하라고 전했다는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