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8.01.30 09:54수정 2008.01.30 22:01
빨간색만큼 단번에 우리 눈을 사로잡는 색이 또 있을까 생각해본다. 그 강렬함에 매혹되어서일까? 사람들은 ‘빨강‘이란 색에 유난히도 다양한 의미를 부여한다. 때론 금기시되어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경고나 위험을 가리킬 때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열정과 에너지를 표현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색깔이기도 하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국제무대에서 붉은색 옷을 입은 우리 선수단과 응원단이 늘어남에 따라 빨간색은 이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색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여기 누구보다 빨간색의 매력에 푹 빠진 아티스트가 있다. 그녀는 마치 빨간색만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온 마법사 같은 모습으로 등장했다. 맨 처음 우리에게 "심장이 왜 빨간색인지 생각해 보았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고는 모든 생명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몸 안에 따뜻한 피가 돌고 매순간 심장이 뛰어야 하지 않느냐고, 자신은 그런 생명 속 액체의 빛깔인 맑고 투명한 빨강이 되고 싶다고 한다. 소녀처럼 또랑또랑한 목소리와 해맑은 미소가 아름다운 아티스트 이윰. 그녀가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28일 오후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낭독의 발견> 방송 녹화를 위해 온 그녀를 방청객의 입장이 되어 만나보았다. 처음엔 약간 긴장한 듯 보였지만 카메라가 돌자 이윰 특유의 생기발랄함으로 1시간 여 동안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무대를 꽉 채웠다.
사람들에겐 누구에게나 깊고 오래된 상처가 있다. 깊이 감추어놓으면 언젠간 잊혀지리라 노력해 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작가는 그 상처를 숨기지 말고 밖으로 드러내라고 이야기한다. 차라리 드러내서 발산해 버리라고, 그래서 깨끗이 치유될 수 있도록 말이다. 사람들의 딱딱하게 굳어버린 회색빛 심장이 다시 활기를 찾고 빨갛게 빛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다고 이윰은 말한다.
이런 그녀의 에너지의 원천은? 무한한 상상력과 호기심이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했지만, 조각을 만들기보다는 스스로 살아있는 조각이 되고 싶었다는 이윰.
95년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설치미술, 행위예술, 뮤지컬 공연에 책까지 내면서 모든 경계를 뛰어넘는 활동을 펼쳤다. 낯선 영역으로의 도전을 누구보다 즐긴다고 했다. 그녀 명함에 ‘미술계의 이방인’으로 살고 싶다는 맹세는 굳게 지켜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이윰은 자신을 향한 주위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걷는다. 호평이든 혹평이든 기쁘게 받아들인다. 칭찬만 받는 작가는 너무 정답 같은 인생을 사는 것 아니냐며, 자신만의 자유로운 개성을 존중하고 사랑한다.
그녀가 20대를 겪고, 30대가 되고 나서의 변화처럼 40대, 50대 때의 이윰도 어느 한 곳에 머물지 않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할 아티스트로 재탄생하여 세상에 밝은 빛을 전할 것이다.
그녀가 세 가지 이름을 갖게 된 사연과 그녀가 직접 쓴 글, 멋진 퍼포먼스는 오는 2월 14일 목요일 밤 0시 45분에 방송되는 KBS 2TV <낭독의 발견>에서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작가 약력) 본명은 이유미.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와 동대학원에서 조각을 전공. 95년 첫 개인전 <빨간 블라우스>, 97년 개인전 <하이웨이>, 2007년 실험 예술제에서 빨간 블라우스 뮤지컬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작가 홈페이지 www.ium.name
2008.01.30 09:54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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