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지원조례 제정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부산지역 지자체·의회에 대해 아파트 입주민 등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각 구의회는 공동주택 지원에는 예산 문제로 난색을 표하면서 의원 의정비는 대폭 인상시켜 비난을 사고 있다.
현재까지 부산지역 16개 구·군 중 공동주택 지원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는 단 1곳으로 기장군(지난해 7월 공포)이 유일하다. 반면 서울의 경우 25개 자치구 모두 조례를 제정·시행하고 있으며, 경기지역도 아파트가 거의 없는 양평·가평군을 제외한 나머지 29개 지자체가 조례를 공포했다. 전국적으로 조례를 시행중인 지자체는 모두 123곳으로 지난해에만 13개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했다.
그러나 부산지역 지자체는 예산 부족을 들어 공동주택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20세대 이상 공동주택이 195개 단지에 이르는 부산진구의 관계자는 "자립예산이 부족해 조례 제정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연내 조례안을 만들기로 했지만 열악한 재정 때문에 검토에 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155개 단지가 건립돼 있는 북구의 관계자는 "재정자립도가 14∼18%에 이르는 상황에서 관내 공동주택을 지원할 여력이 없다"며 "주택법령의 입법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조례 제정 가능성은 불투명하다"고 토로했다.
213개 단지로 부산지역 중 가장 많은 공동주택이 있는 해운대구 관계자도 "구 재정여건이 열악해 조례 제정에 어려움이 있다"며 "다만 상황이 호전될 시에는 실정에 맞는 내용으로 조례를 제정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사하구와 남구, 사상구 등도 공동주택 지원에 필요한 예산 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해당 입주민 등은 공동주택 관리에 대한 지자체와 의회의 관심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낮은 재정자립도에도 불구하고 최근 5∼24% 가량 의정비를 인상시킨 구의회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온다.
(사)부산광역시 아파트 협의회(회장 최대수) 이진호 사무총장은 "수년 전부터 공동주택 지원조례 제정을 위한 건의·청원을 실시했지만 3개구 정도만 노력하겠다고 답변했을 뿐 나머지 구는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보다 강력한 대응책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또 "시민사회단체 등의 잇따른 비판에도 불구하고 최근 각 의회는 의정비 인상안을 관철시켰다"며 "의원 본인들 월급을 올릴 예산은 있고 부산지역 주민의 60%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공동주택을 지원할 예산은 한푼도 없는가"라고 꼬집었다.
행정자치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수영구의회와 사상구의회가 구의원 의정비를 24% 인상한 것을 비롯해 영도구의회는 21%, 강서·연제구의회는 19%, 서구의회는 18%, 동구의회는 14%, 해운대구의회는 13%를 각각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진구가 유일하게 의정비를 동결했지만 이는 인상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행자부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부산지역 각 구의회는 본연의 업무는 뒤로 한 채 사익(私益)에 혈안이 됐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한편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부산시회(회장 우남우)는 조례를 시행중인 기장군을 제외한 나머지 15개 구의회와 각 의원들에게 최근 '공동주택 지원조례 제정에 관한 청원서'를 보내고, 적극적인 검토를 요구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산시회는 청원서에서 "부산을 제외한 나머지 상당수 지자체는 조례를 제정·시행하고 있거나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부산지역 지자체도 공동주택의 장수명과 안전성 확보를 위한 지원책을 수립하고 일반주택과 동일한 납세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입주민들에게도 공평하게 행정적 지원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시회는 각 의회가 이번 청원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지부별로 해당 의회를 항의 방문할 방침이며, 입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재차 청원할 계획이다.
지자체가 공동주택을 지원해야 하는 '근거' |
정부는 전국민의 50% 이상이 공동주택에서 거주하는 현실을 고려해 지난 2003년 주택건설촉진법을 주택법으로 개편하면서 법 제43조 제8항에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정하는 바에 의해 제7항의 규정에 의한 관리주체가 수행하는 공동주택의 관리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는 지자체 업무인 공동주택 단지 내의 도로, 상하수도, 방역, 쓰레기수거 등 업무를 관리주체가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부담으로 처리하고 있으므로 이는 단독주택 주민과의 형평성에 위배되기 때문에 이를 조정하려는 취지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입주민은 일반 주택에 거주하는 입주민과 달리 상하수도 유지비용은 물론 쓰레기 수거비용 등을 부담하고 있다. 이에 아파트 입주민들은 일반 주택 입주민에 비해 행정기관의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주택 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후 2003년 11월 주택법이 제정되면서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공동주택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고, 2008년 1월 현재까지 전국 123개 기초지자체가 '공동주택 지원조례'를 제정·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사유재산이라며 사유재산의 관리는 소유주가 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 왔으나 전국의 아파트 거주율이 50%를 상회하고 있고, 일반 주택에 펼치는 행정서비스에 비해 아파트에 대한 행정서비스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잇따르자 주택법령과 주택법령에 따른 조례를 통해 이를 보완했다. 만일 전국민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를 사유재산 관리측면에서만 바라보게 되면 아파트 입주민들은 경비원을 모두 해고하고, 경찰에 치안서비스를 요구할지 모른다. 전국의 아파트 경비원이 모두 해고되면 행정당국은 경찰력을 두배 가까이 증원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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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정현준 기자는 아파트관리신문 기자입니다.
2008.01.30 13:24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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