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일반노조에서는 떡국떡과 모자를 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나도 마침 귀를 감싸는 모자가 필요했던지라 모자를 고르기 시작했다.
"잘 어울리네. 이것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이걸로 써볼래요?"
이랜드 노조의 아주머니들은 거울을 비쳐주시며 이것 저것 골라 주셨다. "평범한 것보다 좀 튀어 보이는 줄무늬 모자를 쓰면 좋겠다"는 말에 나는 얼른 줄무늬 모자를 집어 계산했다. 오늘 하루종일 서 계셔서 다리 안 아프시냐는 질문에 한 아주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저녁 8시, 민노당에서 제공해주는 물과 김밥 한줄로 식사를 끝마친 뒤, 이분들을 다시 찾아가 많이 파셨냐고 물었다.
이주노조 매대에서 비누세트를 판매하고 있던 김태식씨는 지금까지 47개의 비누세트를 팔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생각해 보세요. 1000명이 넘게 모여가지고 47개 팔았다? 물론 우리가 선전을 제대로 못한 점도 있고 판매 물품이 비누라
는 것도 생각해봐야 하지만…. 이건 좀 너무해요."
기륭전자분회는 산머루주, 황태채, 양말, 젓갈 등을 팔고 있었다. 당 분위기가 어수선해서 일부러 얼마 안가지고 왔다는 젓갈은 가격이 2만원에서 3만원정도 하는데도 다행히 다 팔렸다.
2만7000원 하는 황태채는 서너 개 정도 팔렸다. 기륭전자분회 재정사업 물품주문서에는 모두 35명 정도가 상품을 구입한 것으로 적혀있었다.
"재정사업들을 워낙 많이 하고, 팔리는 물품 중에 겹치는 것도 있고해서 잘 안 팔린 것 같아요. 또 민노당 당원들도 돈이 없잖아? 당 분위기가 좋지 않기도 하고…."
민노당이 제2의 창당으로 비정규직을 위한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기륭전자 분회의 윤종희씨는 "비정규직이 핵심인데 당연히 그래야 한다"며 "지금까지 그나마 우리를 도와주고 지지해준 분들이 민노당"이라고 했다.
이랜드 일반노조의 홍윤경 사무국장은 "오늘 하루 떡국떡 50봉지, 모자도 한 50개 정도 팔았다"며 특히 "떡국떡은 더 팔 수 있었는데 사정상 50개만 팔았다"고 했다. 당대회에 사람이 천 명 이상 왔는데 이 정도밖에 못 팔았다는 것이 좀 안타깝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그렇네요"라며 조용히 웃는다.
이어 그는 민주노동당 임시 당대회에 대해 언급하면서 "당내 싸움보다 현장에서 싸워 승리를 만들어내는 것에 전력투구해야 한다"며 민주노동당의 이번 사태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저녁 8시 50분이 되자 이랜드 일반노조의 매대부터 철수하기 시작했다. 10시경, 이주노조의 매대도 철수했다. 11시경에는 기륭전자의 매대도 황태채만 제외하고는 깨끗하게 치워진 상태였다.
이랜드 일반노조는 투쟁을 시작한지 220일이 넘었다. 기륭전자분회도 투쟁한지 햇수로만 4년이 되어가고 있다. 이들은 생계를 위해 재정사업을 시작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는 많이 팔지는 못했다.
분당이냐 혁신이냐의 기로에 선 민주노동당이었기에, 이주노조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당대회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크게 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 당대회에서 비대위의 혁신안이 수정되고 제명안이 부결되었다. 안타깝게도 이제 민노당의 분당이 확실화되어가고 있다. 그들의 희망이라던 민주노동당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그들은 앞으로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정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두려워하고 있다. 오늘 재정사업 판매량의 부진은 시작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이재덕 기자는 <오마이뉴스> 7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2008.02.04 09:58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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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명 당대회에서 비누 47개 판매... 민노당 대회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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