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노동정책연구소'의 이종탁 부소장
새사연
- 연구소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우리는 이름 그대로 '산업'과 '노동'을 연구하는 곳입니다. 노동의 시각에서 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전망을 제시하고, 그 전망 속에서 노동문제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쉽게 말해 노동의 이해가 담긴 산업정책의 생산이 목표입니다.
또 연구자, 노동조합, 시민사회운동 등 진보진영에 계신 다양한 입장의 분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서로 비슷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의 입장에서, 당은 당의 입장에서 각자의 입장만 강조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증진시킨다면 더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산업정책을 연구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산업이라고 하면 1차 산업인 농업, 2차 산업인 제조업, 3차 산업인 서비스업 등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산업정책은 한국의 국가발전 전망 속에서 이런 산업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미FTA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산업정책은 1차 산업인 농업을 희생해서 다른 산업을 살려보자는 것이죠. 우리는 이런 정책이 과연 옳은 것인지를 판단하고 전체적인 산업정책을 새롭게 제시할 수 있는 연구를 합니다.
또 개별 산업에 대해서도 연구를 하죠. 각 산업별로 어떤 전망과 전략을 세우고, 노동을 비롯한 사회적 자원을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효과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룹니다."
- 노동과 관련된 많은 문제 중에서 특히 산업정책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IMF 이후 한국사회의 경제구조가 확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노동계를 비롯한 진보진영의 대응은 정리해고 반대, 구조조정 반대 등 고용에 국한되어 머물렀죠. 한국 경제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진보 진영의 대안이 없었던 것입니다.
과거에는 '재벌을 개혁하고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한다, 농업을 보호하면서 제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진보진영의 주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변화된 산업 구조에서 현재의 진보 진영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비판하고 문제를 지적하는 수준입니다. 문제 해결 역시 정부에게 요구할 수밖에 없고요.
새로운 사회를 열기 위해서는 진보 진영 그리고 노동계에서도 한국 경제와 산업발전에 대한 전망을 갖고 있어야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한국사회를 어떻게 변화하겠다는 대안을 내놓아야 국민적 지지도 얻을 수 있고요."
노동자의 경제 결정권 확보가 신자유주의와의 대척점- 그렇다면 현재 한국 산업구조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지금까지 산업정책의 주된 내용은 대외개방을 중심으로 하여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발전 전략을 도모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IMF 이후 경제구조의 왜곡이 심해지면서 내수와 투자가 위축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노동자 민중의 고통으로 돌아가고 있죠. 산업 자체의 심각한 불균형 상태, 순환구조의 파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보다는 자본 수익의 극대화를 중심으로 굴러가는 상황이 현재 한국 산업구조의 핵심 문제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산업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전진시키는 산업입니다. 우리 경제는 충분히 성장했습니다. 다만 성장의 결과물이 골고루 돌아가고 있지 않고 있을 뿐입니다. 경제 성장이 7% 된다고 경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죠.
기본적으로 국내 산업 기반을 구축해야 합니다. 농업이나 제조업 등이 저부가가치라는 이유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들이 튼튼한 산업적 토대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더 적은 시간 일하고, 더 편하게 일하면서도, 더 많은 사람이 일할 수 있도록 효율화해야 합니다. 신자유주의가 말하는 효율화와는 정반대의 개념이죠."
-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먼저 노동자, 민중 스스로가 자기 노동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해야 합니다. 내가 만든 물건, 내가 만든 서비스는 모두 나의 노동의 대가로 만들어진 것이며 나는 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정말 그런 요구를 할 만한 노동을 했는가에 대해서도 당당히 대답할 수 있어야겠죠.
두번째로는 산업과 경제 분야, 구체적으로 말하면 공장의 영역에서 노동자들의 참여 민주주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산업정책과 기업의 경영전략은 정부관료와 기업 경영진이 결정할 문제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노동자들도 자기 임금과 처우개선 문제를 뛰어넘어 산업과 경제 문제에서 결정권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노동의 가치가 인정받는 토대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또 노동자, 민중이 경제 분야에서도 자기 결정권을 갖는 것이야말로 신자유주의와 가장 명확히 구분되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자유주의에서는 주주만이 결정권을 갖고 있고, 모든 결정이 주주를 위해 이루어지지 않습니까? 반대로 우리는 노동자, 민중의 결정으로 노동자, 민중의 이익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작은 공장과 기업에서부터 국회나 정부 차원의 산업정책까지 노동자, 민중의 다양한 주체가 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