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윤 어린이이도윤 어린이는 지난해 고구려역사기념관 건립 구리시추진위 출범식에서 기념관 건립기금으로 써 달라며 저금통을 통째로 기증했다.
최육상
"친구들, 주몽 알죠? 주몽이 누구죠?"
"활 잘 쏘는 사람이요. 고구려를 세웠어요."
"단군 할아버지는 누구죠?"
"우리나라, 고조선을 세운 할아버지요."
내가 그렇게 물어볼 때는 모른다고 하던 아이들의 입에서 주몽, 단군, 고조선 등을 안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아이들은 이제 선생님이 묻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먼저 꺼내기도 했다.
"선생님, 저는 대조영도 알아요. 발해를 세웠는데 지금은 죽었어요."
"저는 왕건 알아요. 고려를 세운 왕이에요."
"의자왕도 알아요. 부인이 3천명이나 있었는데, 술 마시고 노는 것만 좋아했어요."
선생님이 "그런 이야기들을 어디에서 들었어요?"라고 묻자, 아이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여기저기서 아우성이었다.
"책에서 봤어요."
"컴퓨터에서요."
"텔레비전 드라마에서요."
"국립중앙박물관에 갔을 때 봤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의 대답은 나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더욱이 아이들이 보장왕, 연개소문, 후백제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입에 올릴 때에는 놀라웠다. 송정은 선생님은 "역사에 대한 요즘 아이들의 생각은 매우 깊다"며 다음과 같이 귀띔했다.
"이곳 유치원에서 3년째 7살들하고만 생활하고 있는데, 고구려 사극의 영향인지 이번 아이들은 고구려를 잘 알아요. 3년 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일이에요. 수업시간에 종종 역사 이야기를 하면 딱딱할 텐데도 아이들이 재미있어 해요. 우리 역사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뿌듯해요."
송 선생님은 내친 김에 '고구려역사기념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번에 도윤이 친구가 저금통을 고구려역사기념관 세우는 데 쓰라고 낸 거 알죠?"
"네, 선생님. 그런데 기념관은 언제 세워요?"
"2011년이요."
"헉, 선생님! 그럼, 너무 오래 기다리잖아요."
아이들은 8살답게 2011년까지 시간을 계산하느라 '1월, 2월, 3월…' 두 손을 다 동원하고도 모자라 곱하기를 해가며 골똘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걸작이다.
"어휴! 그럼, 11살이잖아요. 고구려기념관 빨리 세우면 안 돼요?"
이날 만난 스물다섯 명의 유치원생들은 두 손을 높이 들며 "고구려의 기상, 대한민국"이라고 자랑스럽게 외쳤다. 하지만 705년 고구려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손과 저금통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아이들의 외침이 더 큰 메아리로 전국에 울려 퍼지기 위해서는 이제 청소년들과 어른들도 다함께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