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식당 '밀면' - 겨울에는 따끈한 '고기우동'도 좋다.
이윤기
돼지고기 수육, 밀면, 고기우동. 딱 세 가지만 하는 집. 세상 모든 맛집이 가진 공통점은 여러 가지 메뉴가 없다는 것. 이 집도 마찬가지다. 문도 열기 전인 오전 11시에 도착했다. 이미 제주 여행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맛집이다. 수육 맛이 일품이라고 하는데, 채식주의자인 나는 먹어보지 않아 그 맛을 전할 수 없다.
문 열기 전에 식당에 들어가 30분 넘게 기다리자 밀면과 고기 우동이 나왔다. 밀면은 시원한 맛, 고기 우동은 담백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밀면에는 돼지고기 수육 몇 점이 올려져 나오는데, 옆자리 일행에게 먹으라고 덜어주었다. 밀면 육수는 멸치로 우려낸 듯했는데 겨울이라 조금 춥게 느껴졌다. 대신 고기 우동은 국물이 뜨끈뜨끈해 겨울에 먹기 딱이었다.
밀면과 고기우동을 나눠서 시켜놓고 옆자리 동료와 함께 나누어 먹은 우리팀은 어느 것이 더 맛있다는 딱 부러진 결론을 짓지 못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겨울바람을 맞으며 추위에 떨었기 때문인지 따뜻한 국물이 좋았다는 쪽이 약간 우세했다. 돼지고기 수육 좋아하시는 분들, 밀면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딱 좋은 집이다.
우리가 밀면과 우동을 먹는 동안 홀에 손님들이 가득 찼다. 과연 이미 소문난 맛집이라는 것을 단박에 확인할 수 있었다. 오래된 맛집답지 않게 언제 지었는지 깨끗한 새 건물이다. 대정 초등학교를 찾은 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매일시장 싱싱한 활어회, 인심 후한 야채 노점 할머니지금부터 소개하는 곳은 '맛집' 반열에는 들 수 없지만, 나름대로 야박하지 않은 제주 인심을 잊을 수 없어 소개한다. 그래도 자전거 일주 여행을 하는 이들에게는 나름대로 도움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자전거로 제주 일주를 한다고 소문을 냈더니 몇 년 전에 다녀왔다는 후배가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 옆에 있는 OO마트에서 회를 사먹으면 싸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고 소개해주었다. 그 말만 믿고 찾아갔는데, 그동안 회 값이 많이 올랐는지 가격에 비하여 전혀 푸짐하지 않았다.
급히 작전을 변경하였다. 쌀과 부식만 바구니에 담으면서 진열대 근처에서 일하는 분에게 물어보았다. "여기 마트는 회 값이 비싼데 어디 가면 회를 살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서귀포 매일시장으로 가 보란다. 차를 타고 네비게이션에 매일시장을 찍어 회집 골목을 찾아갔다. 수족관에서 펄펄 살아 뛰는 놈들 중에서 돔, 히라스, 오징어 그리고 전복을 사와서 민박집에서 실컷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