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 모은다고? 국민감정 이용 말라"

[현장] 퇴근길에 만난 시민들... 오마이뉴스, 오늘 낮 12시 숭례문 앞 생중계

등록 2008.02.13 09:23수정 2008.02.13 12:01
0
원고료로 응원
 12일 밤, 숭례문 인근 횡단보도 앞에 선 퇴근길 서울 시민들이 무너져내린 숭례문을 말 없이 바라보고 있다.
12일 밤, 숭례문 인근 횡단보도 앞에 선 퇴근길 서울 시민들이 무너져내린 숭례문을 말 없이 바라보고 있다.오마이뉴스 선대식
12일 밤, 숭례문 인근 횡단보도 앞에 선 퇴근길 서울 시민들이 무너져내린 숭례문을 말 없이 바라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기사수정 : 13일 오전 11시 50분]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민감정 이용 말라."

 

국민 성금을 모금해 숭례문을 복원하자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제안에 큰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비단 온라인 세상의 네티즌뿐만이 아니다. 오프라인상의 네티즌, 다시 말해 거리에서 만난 서울 시민들 역시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 성금 모금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듣기 위해 12일 저녁 7시 45시 숭례문을 찾았다. 숭례문 주변에는 15m 높이의 펜스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공사는 절반 가량만 이뤄져 불 밝힌 숭례문은 주위 높다란 빌딩을 배경으로 폭격을 맞은 듯 무너져 내린 그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영하 10도의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

 

이날 저녁 서울의 기온은 영하 10도를 밑돌았다. 세찬 바람은 체감 기온은 더 떨어뜨렸다. 시민들은 한결 같이 옷깃을 세우고 총총 걸음으로 퇴근길을 재촉했다. 갈 길 바쁜 시민들을 멈춰 세워 국민 성금 모금에 대한 입장을 묻기란 쉽지 않았다.

 

기자 역시 취재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두꺼운 털장갑을 끼었지만, 추위가 장갑을 뚫고 들어와 손을 얼렸다. 언 손으로 취재수첩에 시민들의 말을 기록하기 어려워 녹음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입도 얼어 발음도 잘 되지 않을 정도였다.

 

숭례문 앞 삼성생명 빌딩 맞은편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국민 성금 모금과 관련한 입장을 물었다. 회사원 홍순학(48·서울 효자동)씨는 "성금의 뜻은 좋다"면서도 "개방 자체가 잘못됐다"며 이 당선인에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버스정류장에서 발발 동동 구르던 김차호(36·경기 고양시·회사원)씨 역시 "숭례문 개방은 이명박 시장 때 한 것"이라며 "국가가 관리를 소홀히 해서 사고가 났는데, 국민성금으로 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사임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 "청장만의 문제가 아니고 문화재 관련부처에 예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총체적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금모으기처럼 국민들 감정 이용하는 것"

 

옆에서 파주 행 좌석버스를 기다리던 장모(42·회사원)씨 역시 국민 성금 모금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그는 "국민 성금은 자발적으로 모아야 하는 것이지, 강요하면 안 된다"며 "정부의 정책이나 하나의 대안으로서 결코 좋은 방향은 아니"라고 말했다.

 

국민 성금 모금에 대한 비판은 계속 이어졌다. 인근 ㄱ편입학원에 다니는 김재헌(20·대학생)씨는 "국민 성금을 모금하자는 것은 IMF 외환위기 때 금모으기처럼 국가 잘못인데도 국민들 감정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이어 방화 용의자 채모씨가 사회에 불만을 품고 불을 저질렀다는 경찰의 발표에 대해 "토지 보상 문제 때문에 불을 냈다는데, 이유가 얼토당토않다"며 "또한 사회적인 문제도 있다, 안타깝다"고 밝혔다.

 

저녁 8시가 넘은 시각, 숭례문 인근의 횡단보도 앞에서는 몇몇 시민들이 카메라와 휴대전화를 이용해 무너진 숭례문을 담고 있었다. 횡단보도 앞에서 파란 불을 기다리던 시민들 대부분은 모두 고개를 숭례문 쪽으로 돌렸다. 역시 이들의 입에서도 국민 성금 모금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흘러나왔다.

 

횡단보도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신금미(25·인천·회사원)씨는 "(국민 성금 모금은) 핑계 같다"며 "시민들 세금으로 복원하면 욕먹을 것 같아서 이러한 방안을 내놓은 것 같다, 썩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씨는 또한 "초기 화재 진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에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횡단보도 앞에서 목포에서 서울로 출장 왔다는 오승윤(44)씨도 만났다. 사진을 찍고 있던 그는 숭례문이 무너진 모습을 직접 본 느낌에 대해 "가슴이 아프고, 울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 성금 모금은 뜻이 좋은 것 같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남대문 지하도에서 만난 김(33·서울 서초동)모씨 역시 "괜찮은 것 같다"고 동의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13일 낮 12시 '들이대는 인터뷰' 생중계

 

하지만 이들 외에 국민 성금 모금에 찬성하는 시민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인근 삼성생명 빌딩 앞 버스정류장에서 수원 행 좌석버스를 기다리던 박문규(31·회사원)씨는 "숭례문 전소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나 국가가 복원 비용을 처리해야 한다"며 "이 당선인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오마이TV>를 통해 13일 낮 12시부터 한 시간 동안 숭례문 인근에서 시민들에게 숭례문 복원을 위한 국민 성금 모금 등에 대한 입장을 묻는 '들이대는 인터뷰'를 생중계로 진행할 예정이다.

2008.02.13 09:23ⓒ 2008 OhmyNews
#숭례문 화재 #국민성금모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3. 3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4. 4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5. 5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