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여성계를 중심으로 지역구 여성후보 공천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각 정당들은 2006년 5·31 지방선거에 즈음해 지역구의 여성공천 30% 의무할당제 도입을 약속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당헌·당규에 여성 30% 의무할당제를 강제조항으로 못 박은 정당은 민주노동당 뿐이다.
특히 정당 중 가장 먼저 공천신청을 받은 한나라당의 경우, 여성 신청자가 있는 지역구가 전체의 17%에 불과해 '여성 우선 전략공천' 등 여성 후보의 비율을 높이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여성 공천신청자 17%... 모두 공천해도 여성후보 턱없이 적어
한나라당의 공천 신청 현황을 보면, 전국 243개 지역구 중에서 여성 공천신청자가 있는 지역구는 42곳이다. 비율로 따지면 17.3%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지역구 48곳 가운데 15곳에, 경기는 50곳 가운데 9곳에 여성 신청자가 있다.
그나마 수도권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다른 지역을 보면, 대구·경북은 6곳, 부산·경남 9곳, 충청 2곳, 호남 1곳에 불과하다. 이들이 모두 공천을 받는다고 해도 여성후보의 비율이 20%를 밑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도 주요 정당들의 지역구 여성 공천 비율은 턱없이 낮았다. 민주노동당이 9.7%로 가장 높았고 다른 정당들은 여기에도 못미쳤다. 자민련이 5.7%, 열린우리당이 4.5%, 민주당이 4.4%, 한나라당이 3.7% 수준이었다.
김은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부장은 "지역구 공천신청자 중 여성의 비율이 떨어지는 데에는 여성의 정치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기반 마련에 소홀했던 정당들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여성 정치신인을 발굴하고 키우는 데 미흡했다는 점을 스스로 방증하는 예"라는 것이다.
"당선 가능성 높은 지역에 여성 우선 전략공천 해야"
여성 정치인이 크기 힘든 한국의 정치 토양도 한 몫 한다. 아직도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조직과 돈의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여성을 배려한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김은희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사무국장은 "보통 정당들이 지역구에서 여성공천 비율이 낮은 이유를 ‘출마하는 여성이 없다'는 데서 찾지만, 그만큼 지역구 선거에서 남성 정치인들의 기득권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이유로 아예 지역구 출마를 접는 여성들이 많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성계에서는 진작부터 지역구 여성 후보의 비율을 높이기 위한 대안을 정치권에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여성을 우선 전략공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은경 부장은 "정당들이 여성 공천 신청자가 없다는 점을 들어 면피해선 안 된다"며 "전략공천 지역에 여성을 우선 할당해 지역구 여성후보의 비율이 최소한 30%는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마련한 토론회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김은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토론회에서 "그간 각 정당들은 여성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하는 경향이 많았다"며 "그러나 실제 유권자들은 정당이나 인물을 보고 투표하기 때문에 성별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김 연구원은 "공심위가 선출직에서 여성에게 30%를 의무 할당하는 것은 물론 비례대표 후보도 현행 50%에서 샹향 조정하고, 전략공천 지역에 여성을 우선 할당하는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여성 국회의원들도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 국회의원의 비율은 14%로 세계 189개국 중 81위에 불과하다"며 각 정당과 선관위에 ▲지역구 여성공천 의무할당제 도입 ▲지난 2006년 시·도의원 선거에서 여성 후보를 많이 공천한 의원과 여성 후보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등 여성의 정치참여를 활성화하는 제도 도입 ▲복수선거구에 여성후보 1명이상 공천, 경선시 여성후보에 가산점 부여 등을 촉구했다.
2008.02.13 16:36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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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여성 공천신청, 겨우 17%... "답은 전략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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