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청산 공주대 만화학부 교수는 지난달 초 대전에 국제만화영상원을 열었다. 기존 국제만화연구소를 확대 개편한 것.
연구실, 자료실, 창작실, 시연실 등으로 꾸며진 이곳에서는 특히 노인만화·장애우만화·장년만화·동물만화 등의 전문만화 콘텐츠가 생산될 예정. 국내외로 미개척 분야인 이들 전문만화 개발을 위해 임 교수는 전문작가 수련생을 모아 뒷바라지 하며 책을 펴낼 계획이다. 그는 이러한 활동이 앞으로 만화계 독자를 늘리는 동시에 국내 만화산업을 더욱 튼튼히 하는 데 보탬이 될 거라 전망한다.
또, 만화 석박사 학위논문 컨설팅 및 만화연구를 위해 연구원들과 더불어 만화 연구에도 힘쓸 계획이다. 현재 그는 이곳에서 도서 및 영상물 등 5만여 점의 만화 자료와 3만여 점의 세계 유명만화가들의 카툰 원화를 정리,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16년간 대전국제만화영상전(DICACO)을 통해 모인 원화 3만여 점을 대륙별/권역별/국가별/작가별로 선별해 사이버상에 전시하는 ‘사이버국제만화관’을 오는 10월 중 개설한다. 이 작업은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져 ‘세계만화전집’으로도 출간될 예정이다.
국내 최초로 공주대 만화예술학과(현 만화학부)를 세워 당시 천대받던 만화를 학문으로서, 또 예술로서 한 차원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임청산 교수는 ‘국내 만화박사 1호’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2월 말 정년을 앞둔 그는 이번 영상원 설립에 대해 “전문만화를 창작, 출판하고 만화영상에 관한 학문적 연구와 콘텐츠 개발을 통해 한국의 만화영상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임청산 교수와의 일문 일답이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자료 정리로 바쁘다. 연구실 대학에 있는 게 1톤 트럭으로 5대, 개인적으로 가진 자료가 4대 분량이다. 이것을 전부 영상원에 모아 놓고 정비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 영상원에 자료를 모으는 동시에 국내외로 사각지대인 노인·장애우·장년·동물캐릭터 만화 등의 작품 콘텐츠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작가 수련생들을 모집중이다.”
-노인만화는 생소하다.
“노인들이 부담없이 노년에 즐길 수 있는 오락만화, 교양만화를 뜻한다. 장년, 장애우만화도 마찬가지 개념이다. 만화에 소외된 각 계층이 즐길 수 있는 전문만화를 개발해내고 싶다. 이렇게 저마다 보고 즐길 수 있는 만화가 늘게 된다면 누구나 스스럼없이 만화를 보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솔직히 일본은 길거리에서, 지하철에서도 남녀노소 만화를 보는데, 나는 그 분위기가 참 부럽다. 그런 분위기가 만화를 천박하게 보는 분위기를 없애는 데 일조하게 될 것이다. 또, 만화 마니아를 더욱 확산시키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영상원을 통해 전문만화를 펴내는 것 외에 또 어떤 일을 할 계획인가?
“원화 3만여 점을 대륙별/권역별/국가별/작가별로 구분, 오는 10월 공주대에 세계 최대 ‘사이버국제만화관’을 열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공주대에서 1억 원을 지원했다. 사이버상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한편, 세계 여러 나라의 작가들이 서로 교류하며 작품에 대한 영감도 주고받는 장이 될 것이다.”
-최초로 대학에 만화학과를 개설하고, 또 대전국제만화영상전을 열어 16년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쉽지 않았다. 카툰이라는 단어조차 없던 때였고, 만화학과를 세울 때는 조롱마저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만화가 스스로가 부끄러움을 느끼는 때는 지나간 듯해 다행스럽고,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기쁨도 느낀다. 만화가 예술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정립하는 데 있어 영상전이나 만화학과가 작으나마 기여한 것 같아 다행스럽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려 달라.
“영상원 운영과 함께 개인적으로는 <임청산박사 만화영상학> 전집을 발간하고, 초·중·고·대 학교 학생들을 위한 만화영상 특강을 열고 싶다. 또, DICACO의 원화들을 전국 광역시에 전시하는 세계만화순회전도 개최하고 싶다. 불러만 준다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가겠다. 만화영상학 인프라 확장에 기여하고 싶다.”
-후학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는.
“언제나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세계의 만화학과를 둘러보면서 느낀 점은 정말 기본 드로잉을 철저히 익히고 있고, 다들 무척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소 컴퓨터 그래픽 등 기계적인 스킬에 치중돼 있는 면도 있는데 물론 양쪽 모두 일장 일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기를 충실히 다지는 일일 것이다. 그것이 곧 실력이니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2.13 18:43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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