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화재 참사에 언론, 당신들은 왜 침묵하는가?

[주장] 내 탓을 말하는 책임 있는 사회를 기대하며

등록 2008.02.13 21:19수정 2008.02.1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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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한 숭례문 화재 참사가 일어난 지도 5일이 지나고 있다. '네 탓' 공방이 문화재청과 소방방재청을 지나 정치권으로까지 비화하는 가운데 그나마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한 인물은 내 기억으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홍준 문화재청장이다.

 

숭례문 개방을 밀어붙인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당선인은 비등하는 사과 요구 여론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국민성금 운운했다가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고 있다. 내가 과문한 탓인지 숭례문 관리 책임을 맡고 있다는 중구청장이 사과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없다.

소방방재청장이 숭례문 전소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밝혔다는 얘기도 없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문화재 관리를 담당하는 국회 문광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숭례문 화재위험을 지적했다는 보도는 현재까지 없다. 그렇다면 그들 또한 직무유기를 했다는 점에서 사과 한마디 할 법도 하건만 아직까지 침묵이다.

 

총선을 앞두고 유불리를 따지는 소리는 많이 들리는데 진지하게 자기반성하고 사과하는 내 탓이오는 한마디도 들리지 않는다.

한나라당에선 뜬금없이 숭례문 화재와 정부 직제개편과 연결시키는 기민함을 보였다. 비대해진 정부조직이 숭례문 화재를 낳았으니 정부조직을 슬림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거대야당으로서 국정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책임에 대해선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 탓이란다. 임기 얼마 남지 않았어도 책임을 확실히 묻겠다고도 한다.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장이 개방을 밀어붙인 사실에 대해선 말이 없다. 성급한 대응이 제 발등을 찍은 꼴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그렇다고 정부와 여당에서 이렇다 할 사과를 발표한 예도 없다.

 

문화재청장만 숭례문 화재와 관련 있는가? 문광부 장관은 아무 상관이 없는가? 국무총리나 대통령은 떠나는 마당이니 상관할 바 아니란 말인가? 4년 내 여당으로 지낸 통합민주당에선 왜 아무 말이 없는지 모를 일이다.

 

하루아침에 국보 1호를 잃은 국민들은 허탈하고 비통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는데 아무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 현실이 더 비참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면 제2의 숭례문은 얼마든지 더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답답한 것이다.

 

숭례문 관리와 아무 상관이 없는 민초들은 “내 탓이오”를 외치고 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를 연발하고 있다. 말로만 국보 1호였지 한 번도 국보대접을 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우리들의 숭례문은 죽어서야 비로소 국보 1호의 반열에 오른 것이 아니던가? 정치권의 국보 1호는 청와대 아니었나? 국회의원 배지 아니었나? 인수위 국보 1호는 영어 아니었나? 우리 사회 국보 1호는 서울대 아니었나? 부동산이나 펀드가 아니었나?

 

누굴 탓할 것 없다. 우리 속에 없던 국보 1호를 잃고 나서 다시 되찾은 것이다. 다만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언론, 당신들은 왜 말이 없나?

덧붙이는 글 | 네이버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2008.02.13 21:19ⓒ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네이버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숭례문화재 #숭례문 책임공방 #국보1호 #남대문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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