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건물.
오마이뉴스 권우성
앞서 작년 12월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는, 지난 99년 삼성증권 유상증자 당시 발생한 실권주(회사가 유상증자를 할 때 주주가 배정한 신주 인수권을 포기, 주금을 납입하지 않은 주식)를 김용철 변호사 등 49명의 전·현직 임원들이 매입했고 이들 명의의 계좌 중 상당수가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에서 일괄적으로 개설한 차명계좌라는 정황을 포착했다.
당시 특본에 출석한 굿모닝신한증권 도곡지점장 이모씨는 "도곡지점에는 김용철 변호사의 차명계좌 등 차명계좌가 33개 개설돼 있었다, 모두 구조본이 개설·관리했다"고 진술했다.
또 특본은 삼성증권 유상증자가 실시한 직후인 2000년 3월 김 변호사의 차명계좌에 삼성증권 실권주 2200주가 입고된 사실도 확인했다. 당시 임원들의 명의로 개설된 계좌에 입고된 실권주는 무려 12만주나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상증자시 할인발행이 일반화되어 있어 실권주를 인수할 경우 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한 것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경제개혁연대의 전신인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의 '삼성·현대·LG·SK 등 4대 그룹 상장계열사의 유상증자시 실권주 배정 실태 분석보고서'(98~2000.8)에 따르면 실권주를 인수한 삼성그룹 등기임원들이 실권주 인수를 통해 얻은 재산상의 이익은 총 429억원이었다.
그러나 삼성 계열사의 '사업보고서'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발표하는 '기업집단소유구조현황' 자료를 분석하면 삼성그룹 임원들의 실권주 매입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
대개 회사의 임원이 자기회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은 회사의 이익과 경영진의 이익을 일치시키기 위한 것인데 해당 임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상당액수의 지분은 타 계열사의 지분이었다.
게다가 삼성은 1998년부터 2000년 동안 유상증자를 40차례 실시했는데, 그 주에 일곱 차례가 삼성 내부로 안 나가고, 전부 삼성의 임직원들이 인수했다. 또 실권주 배정 당시 의사회 의사록에 명시된 "전부 회사가 '가지급금'을 지급해서 우선 대신 인수자금을 내고 대신 2~3개월 내로 갚는다"는 대목을 보았을 때 임원들이 실제로 실권주 인수대금을 인수자에게 지급했는지 여부가 분명치 않는 등 석연치 않은 부분이 존재했다.
특본은 이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삼성이 계열사 실권주가 입고된 차명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증식·관리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납세 내역, 지분 이동 등 국세청과 금감원의 자료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인력과 시간이 부족한 특검의 특성상 차명 여부 확인과 비자금 사용 관리 의혹 수사가 막막한 상황이었다.
국세청-금감원 자료 확보한 특검, 수사 속도 빨라질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