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소환된 '삼성 2인자' 이학수
특검은 그에게 무엇을 물어봤을까

저녁 7시 검찰 출석... 비자금·로비·경영권 승계 의혹에 모두 연루

등록 2008.02.14 19:07수정 2008.02.1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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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4일 밤 11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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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특검 소환 조사 받은 이학수 부회장 14일 저녁 소환 조사 받고 나오는 이학수 부회장은...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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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 겸 전략기획실 실장이 14일 밤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에서 소환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 윤대근


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 겸 전략기획실 실장이 14일 저녁 7시부터 밤 11시까지 총 4시간 동안 특검 조사를 받고 돌아갔다.

이 부회장이 이완수 변호사와 함께 2층 로비로 내려오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셨나?" "김 변호사 1차 폭로 이후 여러 번 접촉을 시도했다는 데 사실인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소환 일정도 오늘 논의했나?"

그러나 이 부회장은 "여러가지로 물의를 일으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앞으로도 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답한 후 입을 다물었다. 그 후 5분 동안 이 부회장은 묵묵히 플래쉬 세례와 숨가쁜 질문들을 받았다.

이완수 변호사는 "특검의 소환 요청을 받고 바로 온 것"이라며 그동안 이 부회장이 특검의 소환 요청에 불응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이학수 "여러가지로 물의를 일으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 삼성화재 대표이사,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거쳐 현재 삼성전자 부회장 겸 전략기획실 실장을 맡고 있는 등 '삼성그룹의 2인자'다.


또 지금 특검이 수사 중인 비자금 조성 및 사용, 정·관계 로비,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모두에 이 부회장의 이름이 언급되는 등 특검이 반드시 소환해야 할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급'이 높은 인물인 만큼 이 부회장의 소환이 이렇게 빨리 이뤄질 것이라 예측한 이들은 없었다. 일각에서는 특검이 수사를 마무리 과정에서 이 부회장을 소환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러나 특검은 출범 이후 불과 34일만에 이 부회장을 불러들였다.

현재 삼성 특검팀이 수사 중인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고발 사건은 에버랜드·서울통신기술·e삼성·삼성SDS 사건 등 총 4가지다. 이 모든 사건이 이 부회장과 김인주 전략기획실 사장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차명계좌, 분식회계 등을 통한 삼성의 비자금 조성 역시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물어봐야 할 사안이 많다.

이학수 부회장에게 던졌을 첫 질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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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이 한나라당에 370억원대의 불법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2004년 3월 4일 조사를 받기 위해 대검에 출두하는 모습, 이 본부장 뒤로 당시 김용철 법무팀장이 보인다. ⓒ 남소연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제일 먼저 던졌을 질문은 무엇일까?

이 부회장이 귀가한 후 특검 관계자는 "오늘 이학수 부회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피의자로 조사했다"며 "전반적인 의혹 사안에 대해 기초 조사했다"고 밝혔다. 또 "많이 나와야 할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또 다시 소환될 것임을 시사했다.

김용철 변호사도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쪽의 특검 수사가 진전된 것이 많다"며 "그 때문에 이 부회장이 오늘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의 변호인인 김영희 변호사(경제개혁연대 부소장) 역시 "이미 객관적 증거가 많이 확보된 비자금 의혹보다는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벌일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예상 외로 빨리 특검이 이 부회장을 소환한 것 같지만 모든 사건의 핵심인물인 만큼 오늘만 아니라 여러 번 소환해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 최한수 팀장은 "삼성SDS 신주인수권 부사채(BW) 저가발행 사건과 관련해 소환된 것 같다"고 전망했다. 최 팀장은 "삼성SDS BW 발행 당시 이 부회장이 삼성SDS의 감사인데다 해당사건의 피고발인이기 때문에 삼성SDS BW 발행 이유 등에 대해 물어볼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SDS BW 저가발행사건은 수사당국의 의지만 있으면 피고발인들을 충분히 기소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진방 인하대 교수(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는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보다는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소환됐을 것"이라고 점쳤다.

김 교수는 "경영권 불법 승계와 관련해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건과 관련해 소환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 전에 재판과정에서 증언했던 이들을 먼저 부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특검이 비자금에 관련해 계좌 추적을 꾸준히 해왔던 만큼 그를 일단락 짓고 이 부회장을 소환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이 소환된 만큼 김인주 전략기획실 사장, 최광해 전략기획실 부사장 등 나머지 전략기획실 핵심임원들이 줄줄이 소환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또 이들이 소환된 다음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등 '삼성 이씨 일가'가 소환될 차례라 특검의 다음 행보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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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5월 '이건희 삼성회장 명예철학박사 학위수여식' 만찬에서 이학수 부회장(왼쪽)이 이재용 상무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삼성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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