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방화사건의 피의자 채모씨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숭례문 사건현장에서 현장검증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숭례문 방화사건의 피의자 채모씨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숭례문 사건현장에서 현장검증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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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숭례문 방화 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이 15일 오전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서 진행됐다.
방화 피의자 채모(70)씨는 이날 오전 8시37분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채 경찰과 함께 서울 중구 남대문4가 숭례문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이른 출근시간대에 기습적으로 현장검증이 시작된 탓인지 구경하러 나온 시민들은 30명도 채 안됐으나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 감정을 고려해 전ㆍ의경 100여명을 곳곳에 배치,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회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씨는 경찰의 인도로 숭례문 현장에 들어서면서 "사건 현장에 돌아온 기분이 어떠냐", "그날 기억이 다 나느냐"는 등의 사건 관련 질문에 입을 꾹 다물었다.
채씨는 그러나 억울한 게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이라며 전날 영장실질심사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토지보상 문제 등을 원하는 대로 해결해주지 않은 정부 당국을 성토했다.
채씨와 경찰이 숭례문 주위를 둘러싼 가림막 안으로 들어서자 안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수십명이 일제히 일손을 놓고 방화 피의자의 모습을 지켜봤다.
숭례문 경내로 들어선 채씨는 "기분이 안 좋다. 순간적인 감정으로 그런 일을 저질렀다. 나 하나 때문에 없어져버렸으니"라면서도 "그래도 인명피해는 없었다. 문화재는 복원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채씨는 숭례문 위에 올라가기 직전까지도 "임금이 국민을 버리는데... 약자를 배려하는 게 대통령 아니냐. 진정을 3번이나 해도 안 됐다"라며 끝까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채씨는 흙으로 된 숭례문 서쪽 비탈길을 통해 위로 올라갔고 범행 장소인 누각 2층 대신 1층 공터에서 경찰이 준비해온 모형 시너병 3개 중 1개로 침착하게 시너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시늉을 10여분만에 마쳤다.
재연을 마친 채씨는 "문화재를 훼손해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짧게 말한 뒤 대기하고 있던 경찰 차량에 올랐다.
채씨가 차량으로 향하는 순간 현장검증을 구경하던 한 50대 여성은 욕을 하며 달려들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현장검증을 바라보던 시민 김순례(52.여)씨는 "중구에서 40년을 살았는데 화재가 난 뒤 매일 여기 나오고 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범인에게 물이라도 한 바가지 퍼붓고 싶다"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범행 루트는 물이 뿌려져 얼어있기 때문에 미끄러워 돌계단으로 누각에 올라갔다. 또 누각 2층은 없어져버린 데다 자재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어서 1층 공터에서 범행을 재연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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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5 12:38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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