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등록 2008.02.18 11:31수정 2008.02.18 16:16
0
원고료로 응원
a 불타 버린 숭례문

불타 버린 숭례문 ⓒ 권우성

▲ 불타 버린 숭례문 ⓒ 권우성
 
 

숭례문

 

태조 7년

관악산 화기를 누르기 위해

세로로 현판을 썼다는

 

600년 전 이미

자신의 운명을 알았음인가

불에 타 재가 될 줄

이미 알았음인가

 

그래도 비끼지 못한

네 운명

사람이면 스스로

물에라도 뛰어들고

모래라도 뿌리련만

 

금강송 뼈 속까지

타 스러질 때까지

한 치도 움직이지 않고

운명을 받아들인

네 모습

 

미안하다

정신 차리마

 

판도라의 상자 속 희망처럼

오똑하니 남은

단단한 석축

 

다 탄 머리 흩은 채

석고대죄 두 눈 부릅뜬

비장한 숭례문

덧붙이는 글 | 지난 토요일 아이들과 함께 숭례문 화재 현장에 갔어요. 그 모습이 너무 처참하고 비장하여 미안한 마음 가눌 길이 없었어요. 숭례문에게 보내는 나의 축문입니다.

2008.02.18 11:31ⓒ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지난 토요일 아이들과 함께 숭례문 화재 현장에 갔어요. 그 모습이 너무 처참하고 비장하여 미안한 마음 가눌 길이 없었어요. 숭례문에게 보내는 나의 축문입니다.
#숭례문 #시 #남대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3. 3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4. 4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5.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