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는 왜 영국 교수보다 서울대 강사 택했을까

한승수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앞두고 '허위경력' 논란 휘말려

등록 2008.02.18 16:54수정 2008.02.1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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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부 정부의 첫 총리로 지명된 한승수 유엔기후변화 특사가 1월 28일 오전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명부 정부의 첫 총리로 지명된 한승수 유엔기후변화 특사가 1월 28일 오전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명부 정부의 첫 총리로 지명된 한승수 유엔기후변화 특사가 1월 28일 오전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지명자가 18일 학력 위조 논란으로 인해 곤욕을 치렀다.

 

김영주 통합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 후보자의 영국 대학교수 경력이 허위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 후보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이 그의 주장을 재반박하는 등 이 문제가 20~21일 인사청문회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13~16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했던 한 후보자의 선거 공보물과 포스터, 의원들의 주요경력을 기재한 국회 수첩 등에는 그가 1965~68년 영국 요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68~70년 케임브리지대학교 응용경제학과 교수를 지낸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당선인이 5일 국회에 제출한 총리 인사청문 요청안에 첨부된 한 후보자의 이력서에는 1965년 영국 요크대 경제학과 '연구원' '보조강사', 68년 케임브리지대 엠마누엘 칼리지에서 응용경제학과 '연구관'을 각각 지낸 것으로 적혀있다.

 

한승수 후보자 "연구교수였다" - 김영주 의원 "연구원이었다"

 

요크대 경제학과의 시먼스 학과장은 "한 후보자가 사회경제연구소의 연구원(Research Fellow)과 경제학과 보조강사(Assistant Lecturer)를 역임했다"고 확인했다고 김 의원측은 밝혔다.

 

영국 대학내 교원의 지위를 따져볼 때, 한 교수가 맡았던 '강사(Lecturer)'는 '정교수(Professor)'와 '부교수(Principal Lecturer or Reader)', '조교수(Senior Lecturer)'에 이어 '서열 4위'에 불과하다는 게 주영한국대사관의 해석이라는 것이다.

 

한 후보자는 1963년 2월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친 뒤 같은 해 영국으로 건너가 65년 7월부터 68년 9월까지 요크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낸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한 후보자는 68년 7월 동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고 하는데, 당시까지 경제학 비전공자였던 그가 박사학위를 받기도 전에 같은 과 교수를 지낸 것도 납득할 수 없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김 의원은 더 나아가 한 후보자가 영국에서 '보조강사'를 맡았다는 시기에 실제로는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업무를 보고 있었을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김 의원이 이날 오후에 공개한 한 후보자의 서울대 재직증명서와 공무원 인사기록카드를 보면, 그는 1963년 7월 5일부터 67년 4월 10일까지 서울대 행정대학원 임시조교로 재직하고 있었다.

 

한 후보자의 63~67년 서울대 대학원 조교 시절이 그가 영국 요크대에 머물렀던 65~68년과 시기적으로 상당 부분 중첩되는 셈이다. 한 후보자가 67년 4월까지 서울대 조교 일을 하다가 영국 유학을 갔다면 그는 불과 1년 남짓한 기간 동안에 외국 박사학위를 받은 셈이다.

 

 김영주 통합민주당 의원이 1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승수 총리 내정자의 영국대학 교수경력 허위의혹을 주장했다.
김영주 통합민주당 의원이 1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승수 총리 내정자의 영국대학 교수경력 허위의혹을 주장했다.이종호
김영주 통합민주당 의원이 1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승수 총리 내정자의 영국대학 교수경력 허위의혹을 주장했다. ⓒ 이종호

 

"케임브리지대 교수 지냈다" - 경력증명서엔 '연구관'

 

한 후보자가 요크대를 나와 2년간 교수로 재직했던 케임브리지대의 행적도 논란에 휩싸이기는 마찬가지다.

 

바둑 애호가였던 한 후보자(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의 취미를 소개한 <동아일보> 기사(1995년 12월17일)에서 그는 "68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로 있을 때 바둑동호회를 만들어 옥스퍼드대와의 정기교류전 종목에 바둑을 포함시킨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케임브리지대가 최근 발급한 한 후보자의 경력증명서에는 그가 '연구관(Research Officer)'를 지낸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주영한국대사관은 "(한 후보자가 맡았던) '연구관'은 연구소와 대학 등에서 연구직에 종사하고, 때로는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는 회신을 김 의원에게 보냈다. 이는 한 후보자가 얘기한 것처럼 그가 케임브리지대에서 교수 대우를 받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한 후보자의 서울대 재직증명서에 따르면, 그는 1970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주4시간, 같은 해 3월부터 4월까지 주10시간씩 행정대학원에서 시간강사를 한 것으로 되어있다.

 

이에 대해 김영주 의원은 "외국 박사학위자가 드물었던 1970년 상황에서 영국 유수의 대학 교수를 지낸 분이 국내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했다는 게 납득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과거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후보자가 경력증명서를 (선관위에) 제출하지 않아도 돼 경력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고, 한 후보자가 상공부 장관과 경제부총리·외교통상부 장관에 임명될 때도 인사청문회가 없어서 그의 경력이 검증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같은 의혹들에 대해 한 후보자는 "나는 60년대 영국 요크대에서 국제경제학을 강의했고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다"며 "미국식 교육제도와 다른, 영국의 교수직 제도에서 오는 혼선을 피하기 위해 국회에는 영어로 된 정확한 자료를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한승수 "케임브리지대에선 교수 타이틀 앞에 '리서치'가 붙는다"

 

특히 그는 "케임브리지대 응용경제학과의 경우 모든 교수의 타이틀 앞에 '리서치(Research)'가 붙는다"고 반박했다. 케임브리지대학 경력을 놓고 한 후보자의 '연구교수' 주장과 김 의원의 '연구원'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한 후보자는 자신이 한국인 최초로 60년대 영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수여받고 경제학 강의를 담당했고, 유럽의 경제통합을 다룬 박사 논문은 이 분야 학위논문 73편 중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돼 71년 유럽공동체 학술상까지 받았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한 후보자는 "각 나라의 교육·교직 제도의 차이에서 오는 불필요한 오해가 차제에 불식되고, 학자의 평가는 무엇보다 학문에의 기여를 기본으로 하는 풍토가 정착되기를 기원한다"며 상황을 수습하고자 애썼다.

#한승수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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