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위원장 박승규, 이하 KBS노조)가 20일 ‘사장과 관련한 결의문’을 담은 특보를 발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KBS노조가 돛의 방향을 바꾼 건 사장 퇴진 운동 추진에 대한 KBS 내부의 ‘동력’과 ‘명분’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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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노조가 20일 발행한 특보 ⓒ PD저널
▲ KBS노조가 20일 발행한 특보
ⓒ PD저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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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노조는 특보에서 “정연주 사장은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면서도 “더 이상 사장퇴진 운동에 소모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사장과 상관없이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KBS 노조는 결의문에서 △독립된 사장을 경영진으로 맞기 위해서 법적 장치 확보 △디지털 시대 공영방송의 역할과 규제방식 △안정적인 재원확보 등을 주요 안건으로 내세웠다. 또한 KBS노조는 “공영방송 시스템 확보가 우리의 관심사”라는 점을 결의문 말미에 밝혔다.
이 같은 KBS노조의 행보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KBS노조는 그 동안 정연주 사장의 퇴진을 사실상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 특보에서는 KBS노조가 정 사장에 대한 공개적인 퇴진 운동을 접고 KBS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기 때문이다.
19일 KBS 노조 중앙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는 정 사장 관련 결의문 채택 과정에서 투쟁 방향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중앙위원은 “‘정 사장에 대한 퇴진운동을 계속 진행하는 것이 맞느냐’라는 지적과 함께 ‘노조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는 요구도 있었다”며 “일부 중앙위원들은 노조 집행부 위주의 의사결정에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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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노조는 지난해 11월 8일 KBS 본관 앞에서 총회를 개최했다. ⓒ PD저널
▲ KBS노조는 지난해 11월 8일 KBS 본관 앞에서 총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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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노조의 명분을 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노조는 이번 특보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자세하게 밝히지 않았다. KBS의 한 조합원은 “설문조사 과정에서 질문 구성이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며 "더군다나 사장 퇴진을 원하는 사람 가운데 당장 퇴진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약 20%밖에 되지 않았다” 고 말했다.
KBS 노조가 노보 등을 통해 두루뭉술하게 입장을 밝혀온 것도 KBS 내부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KBS 노조는 그 동안 수차례 정 사장의 ‘무능경영’, ‘적자경영’ 책임론을 제기했다. 사실상 노조의 요구는 퇴진을 촉구한 것으로 비춰졌다. 하지만 노조는 언론과의 공식인터뷰에서는 "사장 퇴진 요구를 하는 것은 아니"라며 모호한 입장을 취해왔다.
KBS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정확히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노조가 사장 퇴진 등에 대해서 어정쩡한 입장만 보이면서 오히려 KBS 내부 직능간 구성원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 보도국의 한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상당수의 사람들이 노조의 입장이 불분명하다는 측면에서 염증을 느끼는 것 같다”며 “수신료 인상안, 국가기간방송법 등과 관련한 현안에 KBS가 적극적이지 않으면서 신뢰가 무너진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PD저널'(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2008.02.21 09:25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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