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곡물가격 지수 추이
한국은행
덧붙여 둘 것은, 물가상승을 부채질 하는 것이 원유가격과 곡물가격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광물자원 가격의 급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며 이는 곧 공업제품 가격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2월 18일 포스코는 세계 최대 철광석 회사인 브라질 발레와 올해 철광석 도입 가격을 전년 대비 65% 인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철광석 가격 상승은 철강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조선, 자동차, 건설, 가전의 원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렇다면, 원자재 가격은 왜 일제히 상승하고 있는 것일까?
세계 금융자본의 과잉유동성이 찾은 마지막 비상구 실물투자 2000년 IT 중심의 나스닥 버블이 붕괴하고 미국경제가 급격한 침체양상을 보이자 미국연방준비은행은 금리를 1% 내외로 내리는 등 초저금리 정책으로 선회했다. 이를 시작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으며, 금융자본의 글로벌 유동성은 엄청나게 팽창했다. 문제는 급팽창하고 있는 금융 유동성이 미국의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서 연이어 거품붕괴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서브프라임 사태 역시 이런 과정에서 등장했다.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처를 잃은 금융자본은 본격적으로 원유나 곡물과 같은 실물투자로 옮겨갔다. 달러화 표시 가격 인상을 포함하여 가뜩이나 인상요인이 누적되었던 유가와 곡물가 등에 실수요가 아닌 금융자본의 투기적 수요가 가세하면서 가격이 폭등하게 된 것이다.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역시 현재 세계적으로 유가와 금뿐 아니라 구리, 납, 콩, 밀가루, 면, 커피, 코코아, 가축에 이르기까지 예외 없이 발견되는 가격 상승의 원인을 단지 지정학적 이벤트나 바이오에탄올 생산증가 등에서만 찾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가격 폭등이 가장 큰 이유는 이들 상품이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의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2007년 10월, ‘Oil is not the only commodity on a tear’ 중)
미국의 서브프라임 부실은 이런 경향을 크게 증폭시킨 데 불과했다. 하이일드 펀드와 구조화 채권시장에 머물러 있었던 투기 자금조차 주택담보시장이 붕괴하자 대거 상품시장(실물시장)으로 이동했고, 달러화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특히 금이 피난처로 각광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중국펀드 등 해외펀드에서 적자가 발생하자 이른바 ‘원자재 펀드’라고 해서 원유를 포함한 에너지·금·구리 등의 금속과 옥수수·밀 등 농축산물에 투자하는 펀드가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예 퀀텀 헤지펀드의 공동 창업자인 짐 로저스는 미국경기 침체에 대비해서 달러 자산을 매도하는 한편 곡물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거두라는 조언까지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도 밥은 먹어야 하기 때문에 곡물투자는 경기침체에도 안정된 수익을 보장할 것”, “농산물에 투자한다면 전 세계 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고 수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중국발 인플레이션 발생할 경우, 국내 물가에도 큰 타격즉 세계 금융자본의 팽창과 과잉 유동성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해 달러시장과 금융시장에서 탈출하여 실물시장으로 옮겨갔고, 그 자금들이 결국 전 세계 원자재 시장과 곡물 선물시장으로 몰리면서 투기적 수요를 만들어내 가격 폭등을 부채질 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특히 2006년 기준 전 세계 수출의 8.1%를 차지하면서 세계 소비품 공급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의 인플레이션을 부채질 하고 있다. 실제 중국은 2007년 상반기 2% 수준이던 물가상승률이 하반기에는 6% 이상까지 치솟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과 중국 등 세계 경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며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서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