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꿈의 주인공, 우리들은 삶의 주인공

전문청소년 극단 ‘눈동자’ 창작 뮤지컬 <교실 Live>

등록 2008.02.21 16:44수정 2008.02.2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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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이 땅의 ‘교육제도’는 ‘입시제도’라 불러도 될 정도로 오로지 좋은 학력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발전했다. 과연 이런 교육은 ‘사람’을 기르는 교육일까? 공부하는 ‘기계’를 만드는 교육일까?

 

작년 대한민국 학생들의 성적은 읽기 1등, 수학 2등, 과학 7등으로 OECD 국가 중 세계에서 공부로는 최상위인 나라로 통계 되었다. 그런데 과연 우리의 교육이 세계에 내어놓고 자랑할 만한 그런 교육일까?

 

앞의 통계에서 우리 학생들의 학교만족도와 교육 여건은 최하위였다. 연간 30조 이상의 사교육비 지출 속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최고의 자살률을 보이는 나라, 중고생 74%가 소위 ‘공부 잘하기 위한 약’을 섭취하고 있는 ‘일등과 꼴찌의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오죽했으면 학력위조 사건까지 빈번히 발생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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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청소년극단 '눈동자'의 제14기 정기공연 <교실 Live> ⓒ 전문청소년극단 '눈동자'

전문청소년극단 '눈동자'의 제14기 정기공연 <교실 Live> ⓒ 전문청소년극단 '눈동자'

선생님, 학부모, 아이들, 지식인들 모두가 한 번쯤은 ‘지금의 이 교육이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발상의 전환을 전문청소년 극단 ‘눈동자’가 청소년들이 직접 만든 공동창작뮤지컬 <교실 Live>로 표현했다.

 

이번 제14기 정기공연인 <교실 Live>는 지금의 교육 현실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교육의 현실 속에 직접 처해있는 청소년 스스로 생각하여 담아냈다.

 

청소년들이 학력, 학벌위주의 사회풍토와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을 올바르게 비판할 수 있는 안목을 심어주고, 청소년들이 자신의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공연의 의의와 목적이다.

 

스스로 가슴과 생각, 열기로 가득한 연습 현장 

 

오후 7시. 도시가 어둠에 잠기고 거리는 집으로 향하거나 지인들을 만나기 위한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부산 사상구 주례2동에 둥지를 튼 ‘눈동자’의 연습공간에는 학교 일과를 마친 학생들이 모여들어 시끌벅적한 또 하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오는 3월 8일 토요일과 9일 일요일에 초읍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벌어질 창작 뮤지컬 <교실 Live>를 직접 만들고 연습하는 과정들이 펼쳐지는 것이다. ‘눈동자’ 식구들은 대부분 학생들이라 주로 방학을 이용해 뮤지컬과 연극 공연들을 보러 다니며 연습하였고, 지금같이 학교에 나가는 기간에는 방과 후의 시간을 쪼개서 열정을 쏟아 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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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중인 단원들 ⓒ 장원주

연습중인 단원들 ⓒ 장원주

지금은 공연에서 선보일 창작 음악들을 정리하며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다. 스스로 가슴과 생각으로 직접 만든 노래 가사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자신들의 삶을 표현하는 그들의 눈동자에서는 활력이 넘쳤다.

 

협소한 연습 공간의 실내온도는 분명히 낮았다. 하지만 그들의 열정 탓인지 마냥 보고만 있던 나의 손은 땀을 쥐고 있었고, 온몸에는 전율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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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우 기획팀장님 ⓒ 장원주

한현우 기획팀장님 ⓒ 장원주

한현우 기획팀장은 “어른들이 보는 시각보다, 아이들의 시각으로 그려냈다”라고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우리 교육의 현실을 학생들 스스로 생생히 담은 <교실 Live>

 

이번 작품은 전문계, 인문계, 학원, 꿈의 교실 이라는 4가지 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우리 교육의 현실을 학생단원들이 직접 즉흥 상황극을 통해 대사와 가사를 만든 것이다.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 개인적 삶의 차원을 중시하는 교육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담았다.

 

한현우 팀장은 “이번 연극을 기획하면서 인문계, 전문계, 학원, 대안학교의 선생님들도 초대하여 단원들과 토론을 거쳐 청소년들의 삶과 문화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기도 하였다"면서 "앞으로 이런 내용으로 토론회나 집회, 1인 시위를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의 교육에 대해서 당사자 모두가 함께 걱정하고 토론하면서 서로 입장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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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이 짜온 내용을 발표하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 ⓒ 장원주

자신들이 짜온 내용을 발표하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 ⓒ 장원주

<교실 Live>는 각각 인문계와 전문계 학교에 다니는 고3 수험생인 쌍둥이 남매 하늘과 미소의 이야기이다. 무대는 새벽 5시 집에서부터 시작하여 명문대를 가느냐? 못 가느냐?로 고민하는 하늘의 입장과 전문계 학교의 열등생 미소가 진학상담을 맞이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은가?’에 대한 의문 없이 성적에 맞춰 대학을 가는 현실을 못마땅해 하는 생각의 차이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하늘은 여전히 진행되는 자율학습 시간에 한 문제라도 더 풀어야 한다는 강박증에 안간힘을 다하지만 일부 산만한 학생들로 산만한 교실이 못마땅하기만 하다. 늦은 저녁, 학교 자율학습마저 마치고 학원 교실에서 만난 하늘과 미소는 하루 종일 교실에서 각자 느꼈던 서로 다른 못마땅함과 다른 입장과 고민으로 급기야 학원 교실에서 다투게 되는데….

 

학원 수업이 시작되고 아무런 생각 없이 숨 막히게 달려가는 죽은 교실의 시간 속에서, 미소는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은가?’에 대한 의문으로 ‘살아있는 꿈의 교실’에 대한 몽상에 잠긴다.

 

‘새벽 5시부터 시작되는 일과’, ‘엄마의 아침수업시간’, ‘눈이 풀렸어도 시작‘되는’ 수업’, ‘대학 가라 대학’, ‘재고처리 신세’, ‘공부도 못하는 불량품’, ‘인생한방’, ‘수능한방’, ‘명문대학’, ‘입시천국 대기업’, ‘졸음퇴치 공부위한 필수영양제 커피’ 등 극 중 대사 속의 한마디, 한마디는 우리의 교육 현실을 깊게 되새길 수 있는 일침과 같은 말들이었다.

 

작품은 어떤 삶이 있는지도 모르는 청소년들에게 그저 어른의 잣대로 강요만하는 선생님과 부모들을 통쾌하게 꼬집어 낸다.

 

모르겠어요.

진짜 원하는 게 뭔지

공부해서 대학가면 그걸로 인생 끝인지

누구도 내 인생 대신 살 수 없는데

도대체, 내 인생은 어디에 있는 건지

당신은 당신인생, 나는 내 인생인데

묻지 않아요, 정말 묻지 않아요...

 

-극 중 가사

 

지난 1993년부터 청소년 스스로에 의한, 스스로의 삶에 대한 성찰을 꾀하며 진정한 청소년 스스로의 문화를 이끌어 온 ‘눈동자’. 우리 학생들을 시험의 달인으로 만들어온 조기교육, 우열교육, 주입교육이라는 패러다임과는 정반대의 교육이 공교육과 의무교육의 틀 속에서 기본방향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치열한 조기교육, 속도경쟁보다 한 걸음 쉬어가면서 자신의 꿈을 생각할 여유를 주고, 지식의 획일화된 방법으로 습득하기보다는 각각의 학생들이 각기 다른 방법으로 답을 찾아가는 창의적 발상교육, 옆자리 친구들과 함께 손잡고 나아가는 평등의 교육만이 우리나라를 행복한 나라로 만들 수 있다는 교육에 대한 근본적 발상의 전환을 하는 것이다.

 

아직 우리의 사회는 이러한 생각들이 ‘대안교육’에서나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는 시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선진국들은 공립학교 교실에서 이미 현실화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고 있다.

 

나의 학창 시절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나의 경우는 그런 거대한 흐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일종의 반항(?)을 열심히 하면서 살았지만, 내가 속한 2080세대의 대부분은 치열한 입시주의 교육 속에서 살아왔고, 지금 이 시점의 청소년들은 더욱 심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들이 다 가니까 대학에 가고, 남들이 다 하니까 보통의 평범한 직장에 취직하는 것, 그 삶이 과연 행복한 삶일까? 남들처럼, 집에서 시키는 대로, 사회에서 시키는 대로 젖어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곧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비단 청소년들만이 가져야 될 의문은 아니다. 어른들은 이미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생각 안 해도 될까? 우리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볼 필요가 절실하다. 오히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배워야 하지는 않을까?

 

‘눈동자’들은 말한다. “우리는 꿈꾸는 교실에서는 선생님이 존경받고 학생들이 살아있을 수 있다고 믿는다. 꿈꾸는 자는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는 역사적 진실을 우리는 믿는다.”

 

어떤 꿈을 꾸는지 뭘 좋아 하는지 묻지 않아도

우리들 인생살이 교실이죠

살아있든, 죽어있든 인생살이 교실 Live!!!

 

-극 중 가사

 

꿈의 교실에서 극 중의 아이들은 말한다. ‘꿈을 좇아 항상 땀 흘리며 매일 희망차게 살고 싶어요.’ 그리고 원한다, ‘나의 삶을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 교실’을.

 

우리들은 꿈의 주인공

우리들은 삶의 주인공

 

-극 중 가사

 

눈동자 3기 출신으로 군대에서 오래 있다가 작년에 대위로 전역하고 예전에 큰 위안이 되었던 기억과 경험했던 문화를 찾아 이번 연출을 맡게 된 김세환 총연출 감독. 이번 공연의 연출 의도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공연을 통해 함께 만들어 가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자신들이 말하고 싶은 모습, 노래, 질문에 대한 대답들을 말이다. 학생들에게 맡긴 부분들이 있어 아직 미완성 단계이다. 우리는 연극을 잘하기 위해 연극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이라는 주인공을 고민한 만큼 보여주고자 공연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번 정기공연은 ‘진짜’ 청소년들의 펄떡이는 가슴과 생각, 진정한 청소년문화를 만날 기회다. 청소년들은 물론 선생님, 학부모, 어린이들이 함께 손에 손을 잡고 방문한다면, 우리 아이들의 현실과 이 땅의 교육에 대해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모두,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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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눈동자 '박태룡 대표님 ⓒ 장원주

극단 '눈동자 '박태룡 대표님 ⓒ 장원주

‘눈동자’는 순수 비영리단체이다. 적게는 3000원부터 시작하여 십시일반으로 도와주는 후원회원들의 후원 덕에 이렇게 자그마한 보금자리를 가지고 청소년들의 꿈을 끌어안고 있다. 예전에 비해 사회적 관심도 받고 지원도 나아졌지만 여전히 경제적으로 힘든 형편이다.

 

김세환 총연출 감독은 “이런 문화적 가치가 현실적 경제적 문제 때문에 끊어져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눈동자’의 공간 운영은 자율로 이뤄지고, 매번 공연마다 극작을 공동으로 해왔다.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상황에 맞게 대본을 만드는 배우중심의 방식인 것이다. 또 연극을 하는 극단이지만, 발성이나 연기, 동작 등 기술적인 것만을 가르치지 않는다. 연극 아카데미는 물론이고 청소년문화 전반에 대한 워크샵, 문화학교 등을 마련하여 환경, 역사, 친구, 자기, 어른 등을 바라보고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청소년 연극놀이교실'을 통해 장애인들도 무대 위에 올라가서 속삭이고 얘기하고 소리치는 기회를 마련하고 함께하고 있다.

 

현재 이들은 ‘청소년 문화발전소 <나다>'라는 청소년 문화 공동체를 야심차게 준비 중이다. 청소년 문제는 결국 사회에서 파생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전반으로 눈동자를 돌려 시야를 넓혀 가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형편에도 이 땅의 교육 현실을 보다 깊이 있게 생각하고 고쳐나가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뛰고 있는 극단 ‘눈동자’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청소년들의 소중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극단 ‘눈동자’. 지금까지 ‘눈동자’를 거쳐 가며 자신의 꿈과 삶을 제대로 찾아가고 있는 선배 단원들처럼 지금의 단원들도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이 나라의 청년들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주소 : 부산광역시 사상구 주례2동 52-48 B1 (617-833)

전화 : 051)904-9402  

E-mail : 386dragon@hanmail.net

덧붙이는 글 | <교실 Live>
일시 : 2008년 3월 8일(토)-오후 2시, 5시 / 9일(일)-오후 3시
장소 :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 대강당
관람료 : 무료
관람대상 : 7세 이상 누구나
공연시간 : 80분
주최 : 청소년문화발전소 「나다」, 복지법인한국청소년복지회
후원 : 부산광역시교육청, 부산청소년축제 「반」
협찬 : ok오병원, 영광도서, (주)인터버드부살)향가․화랑연구원

2008.02.21 16:44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교실 Live>
일시 : 2008년 3월 8일(토)-오후 2시, 5시 / 9일(일)-오후 3시
장소 :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 대강당
관람료 : 무료
관람대상 : 7세 이상 누구나
공연시간 : 80분
주최 : 청소년문화발전소 「나다」, 복지법인한국청소년복지회
후원 : 부산광역시교육청, 부산청소년축제 「반」
협찬 : ok오병원, 영광도서, (주)인터버드부살)향가․화랑연구원
#전문청소년극단 #눈동자 #나다 #청소년문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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