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시대 "대한민국 생태복지 162위"

국내외 저명인사 참여 기후변화센터 출범, 창립기념 심포지엄 열려

등록 2008.02.22 22:48수정 2008.02.22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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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기후변화센터 창립총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기후변화센터 창립총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정환



"IT가 15년 남았다고 한다. 물론 사라진다는 얘기가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한다. 그다음은 무엇인가. 바로 에너지, 환경, 복지, 건강 사업이다. 이들 사업이 앞으로 세계를 먹여 살리게 된다. 그런데 우리 복지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인간복지는 28위, 하지만 생태복지는 162위다."

22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기후변화센터 창립기념 심포지엄에서 '기후변화 시대'에 대한 공론의 장이 활짝 열렸다. 또한 이날 심포지엄에 앞서 열린 창립총회를 통해서는 정부·기업·시민사회, 그리고 해외 저명 생태학자들이 두루 망라된 기후변화센터 출범이 공식 선언됐다.

이날 창립총회를 통해 기후변화센터는 고건 전 국무총리를 초대 이사장으로 선출했으며,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소장, 이희범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열 환경재단 대표,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허동수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회장 등을 공동대표로 각각 선출하고 공식 활동에 돌입했다. (상자기사 참조)

"이상하게 우리나라는 박정희 정권 시절처럼"

'기후변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 제1주제 '기후변화와 2020년 대한민국' 발표자로 나선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먼저 "지성을 가진 사람이 지구가 뜨거워진다는 것을 부인할 수 있을까"라며 "지난 2~3년 동안 기후 변화 판도는 완전히 바뀌었고, 이것은 부인하고 싶어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며, 명확한 현실"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최 교수는 "그래서 다른 나라는 국가 미래 전략청을 두고 몇십 년을 내다보고 그에 맞춰 움직이면서 환경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이상하게 우리나라는 박정희 정권 시절처럼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스타일처럼 인수위가 몇주 내에 5년 계획을 다 세우려고 무리해 걱정스럽다, 국가 미래를 진심으로 꾸려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최 교수는 이제 "환경이 경제"라고 못박았다. 그는 "이런 것을 신경 써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런 것을 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21세기 경제의 세 가지 키워드는 음식, 에너지 그리고 물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문적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운동적으로만 대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 교수는 "한 사람이 여러 분야를 넘나들 수 있는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닐 뿐 아니라 생태 문제는 환경학자, 경제학자 등 누구도 혼자 풀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일"이라며 "남의 분야도 소통하면서 함께 일을 풀어나갈 수 있어야 하며, 그래야 시민들도 힘을 합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a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왼쪽),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오른쪽)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왼쪽),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오른쪽) ⓒ 이정환


"여기 오신 분 중에서 차 갖고 오신 분들은..."

최 교수에 이어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기업·시민사회의 역할'을 제2주제 발표 카드로 빼들었다. 윤 교수가 먼저 전제한 것은 "이제 우리에게 기후변화는 협상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라는 점이었다.

우선 윤 교수는 작년 말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에서 채택된 발리로드맵에 대해 "선진국만이 개도국도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 핵심은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각국이 감축 행동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만큼, 이를 받아들이고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구 기후 변화에 대한 한국책임론도 '당위'의 근거가 됐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는 현재 CO₂를 세계 평균에 비해 굉장히 많이 배출하고 있으며, 또한 UN이 작년 작성한 탄소발자국 순위에서도 세계 9위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뒤로 미루면 미룰수록 기후변화 대응 비용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이제는 적응 노력을 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정부에 "감축 목표를 설정할 때 전망치를 확실하게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어떤 노력을 했을 때 배출량이 어떻게 달라지고, 어느 정도 감축할 수 있는지 논의가 빨리 이뤄져야", "시민단체와 기업 등에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고 그래야 실제 감축행위를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생활양식이 전환되지 않으면 기후변화는 근본적으로 풀기 힘든 문제"라고 전제한 윤 교수는 "대중교통이 잘 안 갖춰진 나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보다 연료 사용량이나 주행거리가 많은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여기 오신 분 중에도 차 갖고 오신 분이 많을 텐데 과연 그런 생활을 하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는 말로 여운을 남겼다.

다음은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토론자들의 주요 발언.

a  이동규 교수

이동규 교수 ⓒ 이정환


[이동규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IPCC 보고서 내용 중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기후 변화가 지구 표면에 전체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또는 국지적으로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가 좀 더 정확하게 기후 변화 예측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아울러 과학적 문제에 접근할 때는 선진국 또는 잘 교육된 분들의 말만 믿을 것이 아니라, 우리는 우리대로 대응할 수 있는 예측 기술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의 지금 기후변화 예측은 매우 뒤떨어져 있다. 이에 대한 노력 또한 필요하다."

a  김현진 수석연구원

김현진 수석연구원 ⓒ 이정환


[김현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경제 성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선진국대로 5% 정도의 감축률을 적용했을 경우, 우리 연구소가 시사한 바에 의하면 49억달러, 약 4조6천억원 정도 감축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경영 활동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다가올 수 있다.

반면 긍정적 측면도 있다. 스턴보고서에 의하면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세계가 GDP의 1%를 관련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대규모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이뤄질 경우 거대 시장이 태동하게 된다. 어떻게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한 것인가가 중요하다."

a  오성규 사무처장

오성규 사무처장 ⓒ 이정환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후 변화에 대한 인지지수는 80인데, 행동지수는 30 정도에 머물러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실제로 구체적인 실천, 예를 들어 승용차를 안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든지 하는 부분에 대해 미흡하다는 것이다. 바로 시민운동이 필요한 지점이다.

실제 생활에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기후 변화 대응은 단기간에 이룰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도 중요하다. 특히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스템에 흠뻑 젖어 살아가고 있는 미래 세대들에게 기후 변화 위협에 대한 인식을 제공해야 한다."

a  이성호 소장

이성호 소장 ⓒ 이정환


[이성호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재정 문제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다른 세제와 마찬가지로 '유발자 부담' 원칙이 철저히 지켜져야 할 것이다. 과거 '교통세'에서 '교통·에너지·환경세'로 명칭은 바뀌었으나, 아직까지는 교통시설 개선 쪽에 대부분이 사용되고 있다. 유발자 부담인 환경·에너지 분야에 대한 사용은 극히 미미하다.

또한 국내 전기 요금 등 가격 체제가 왜곡돼 있지 않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가 통제가 철저하다 보니까 시장 왜곡을 일으킨다. 지나치게 전기 요금이 낮다고 본다. 결국 에너지 다소비 국가로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적절한 가격 정책이 필요하다."

a  조홍섭 한겨레 기자

조홍섭 한겨레 기자 ⓒ 이정환


[조홍섭 한겨레신문 환경전문기자]

"기후변화센터가 기후 변화에 대한 소통을 자임하고 나섰다. 굉장히 시의적절하고 현재 필요로 하는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소통 주체로서 시민사회뿐 아니라 기업, 국가, 학계를 망라한 것은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만 전제가 있다. 서로 믿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통 기능을 못할 가능성이 있다. 기업이 기후변화에 진정으로 대응하고자 하는지, 아니면 녹색세탁의 일환인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대중을 계몽시켜야 할 수동적 존재로 보지 말고, 스스로 한계를 털어놓고 참여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a  조석 에너지정책기획관

조석 에너지정책기획관 ⓒ 이정환


[조석 산업자원부 에너지정책기획관]

"2005년 기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5억9천백만톤으로 90년 2억9천7백만톤 대비 98.7% 증가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된다. 그러나 대내 에너지 및 산업 여건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에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이나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하지만, 그것 또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대외 협상 대응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갖고 경제성장, 기술경쟁력, 에너지 안보 등과 조화하여 접근한다면, 기후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a  최열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

최열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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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온난화 #지구 #기후변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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