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지켜온 마을 공동체 제사 '별신제'

전남 장흥군 부산면 호계리 별신제

등록 2008.02.23 11:01수정 2008.02.2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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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부산면 호계리 전남 장흥군 부산면 호계리 마을 307넌 째 맞는 별신제가 열리게 될 마을 전경

부산면 호계리 전남 장흥군 부산면 호계리 마을 307넌 째 맞는 별신제가 열리게 될 마을 전경 ⓒ 마동욱


올해로 307번째 하늘에 지내는 제사라고 한다. 전국의 민속학자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다지만, 일반 대중들과 정작 우리 고장인 장흥군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장흥군 부산면 호계리 별신제가 열리고 있는 호계리를 지난 2008년 2월 20일 보름 전날 저녁 9시경에 찾아갔다.

마을회관 앞에 있는 호계리 문화예술박물관은 2008년 1월에 문을 열었다. 호계리 출신 향우들과 마을 주민, 장흥군, 전남도의 예산 지원을 받아 완공된 호계리 박물관은 농촌 마을에서는 거의 유일하리 만큼 많은 5억의 예산이 집행된 박물관이다.


호계리 마을에 문화예술박물관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박물관이 문을 열게 된 것은 순전히 300년을 넘게 지켜온 마을 전통인 별신제(別神祭)라는 하늘에 제를 올리는 천제(天祭)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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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동욱

호계리 마을에는 약 65호 80여 주민들이 살고 있다. 마을에서 가장 젊은 사람이 50세로 대부분 주민들이 60-80대의 노인들이다. 그래서 매년 단 한번 지내는 별신제가 버겁기만 하다.

마을 이장을 맡고 있는 최양기(68)씨는 “인자 참말로 심 들어라. 평생 단 한 번도 별신제가 끊기지 않고 지금까지 왔는디, 인자 별신제를 지낼 사람도 없당께요” 한다.

호계리 마을의 김점규(68)씨는 “참말로 우리마을 별신제는 인정해 줘야 한당께요. 옛날 한국전쟁 때도 별신제를 지냈당께요. 인민군들이 총을 들고 난리였는디, 마을 어르신들은 그라고 사슬이 파랄때도 제를 올렸당께요. 오늘이 딱 307번 짼디, 옛날에 마을에 우안(좋지 않은 일)이 있었을 때 한해에 두 번 세 번도 지냈다고 어른들이 말했고,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지낸 제사랑께요" 했다.

a 별신제에 참여한 학생들과 마을 주민 별신제에 고생하는 학생들을 격려하기위해 부산면장도 참석을 하여 기념 촬영을 부탁했다.

별신제에 참여한 학생들과 마을 주민 별신제에 고생하는 학생들을 격려하기위해 부산면장도 참석을 하여 기념 촬영을 부탁했다. ⓒ 마동욱


이 마을에서 처음 별신제를 지내게 된 것은 1702년 (숙종 28년)때부터였다. 마을 사람들은 천제라고 부르기도 했으며 삼신(三神)인 천신(天神), 지신(地神), 인신(人神)에게 오곡(무명, 수수, 팥, 콩, 보리)과 무, 가래떡, 밤, 대추를 제물로 올리면서 마을의 안녕과 국태민안(國泰民安) 그리고 마을의 풍요와 무병장수를 기원했다.


호계마을 김종관(68)씨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40대 때만 해도 별신제는 이웃마을인 월만, 장항, 만수마을과 함께 4개 마을 사람들이 참여하여 제를 지냈제. 별신제는 정월 초 이렛(7 일)날 4개 마을이 회의를 하여 날짜를 정했제. 제를 올리는 초헌관과 음식을 장만하는 장찬은 정월 이렛날부터 열 나흘 날까지 찬물로 몸을 씻어야 한당께. 음식 장만을 맡은 사람은 꼭 혼자 사는 여자가 장만해야 하고, 대문에는 금줄을 치고 치칸(화장실)에 가고 나믄 꼭 찬물로 몸을 씻어야 한당께요. 그랑께 그놈의 치칸을 안 갈라고 아무것도 안 묵어불믄서 일주일 정도를 견뎌븐당께요.”


a 제물 제물은 간단하지만 반드시 있어야 할 곡식으로 준비가 되었다.

제물 제물은 간단하지만 반드시 있어야 할 곡식으로 준비가 되었다. ⓒ 마동욱


다음은 호계마을 김종근(78) 할아버지의 말이다.

“제사는 그래도 어찌게 하든지 지내 것는디, 사람이 없어 븐께 참말로 심이 든 당께요. 옛날에 참여했던 이웃마을은 인자 참여하지 않고 우리마을만 제를 올리게 됐는디, 제를 올리는 사람은 있는디, 제를 올리라믄 신께 풍악을 울려야 하는디, 풍악을 해줄 사람들이 없당께요. 그란디 올해는 참말로 다행인 것이 전남대학교에서 학생들이 풍물을 해 주것다고 이라고 찾아와서 천만 다행이랑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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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동욱

호계마을 별신제가 전통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외부 도움이 절실하다는 김종관씨는 꼭 공공기관이나 언론사 등과의 자매결연이 필요하다며 연결이 될 수 있도록 부탁을 했다.

“호계마을은 박물관이 있고 마을회관이 있어 잠자리와 음식 등을 충분하게 준비할 수 있응께, 자매결연을 맺게 되면 우리마을에 찾아와 며칠씩이라도 묵어 가믄서 우리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을 맘껏 먹으면서 별신제도 함께 참여하면서 큰 잔치를 열수 있을 것 같은디, 어디 자매 결연을 맺을만한 기업을 소개 한번 해주쇼.”

저녁 9시경부터 시작된 별신제는 학생들이 풍물을 울리면서 시작되었다. 마을 어른들은 하룻밤을 초경, 이경, 삼경, 사경, 오경으로 나누어 풍물을 치면서 천신께 “초경이요, 이경이요,  삼경이요”라고 알리면서 사경이 끝나면 제를 올린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 밤은 오경까지 가지 않고 초경과 이경을 하나로 묶어서 알리고 삼경과 사경을 함께 묶어서 신께 알리고 난 밤 11시경부터 제를 올리기 시작했다.

집사의 부름에 초헌관과 아헌관 등 제를 올리는 마을 어른들이 나와 술을 올리고 신께 엄숙하게 절을 올리기를 수십 번 한 뒤 밤 12시 30분경에야 제사가 끝나고 음복에 들어갔다.

제를 올렸던 음식을 먹어야 복을 많이 받는다며 제에 올렸던 제주(祭酒)를 마을 어른들과 학생들에게 권한다. 모두 음복을 하면서 올 한해 마을의 풍요와 무병장수를 기원했다.

전통문화를 배우면서 참여한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전통극문화연구회 학생들은 의미 있는 행사에 참여하여 추운 줄도 모르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잃지 않고 지켜내기 위해 우리 모두 우리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지역신문인 장흥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지역신문인 장흥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별신제 #호계리 #부산면 호계리 #마동욱 #민속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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