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참여정부와 차별화보다 창조적 정치 해달라"

노 전 대통령, KTX타고 고향행...노사모·조선족 동포 등 500여명 배웅

등록 2008.02.25 13:55수정 2008.02.25 23:54
0
원고료로 응원
[기사 보강 : 25일 오후 2시 52분]
 
a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씨가 25일 오전 서울역에서 노사모 회원들과 이해찬 전 총리 등 전 각료들의 환송을 받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 이종호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씨가 25일 오전 서울역에서 노사모 회원들과 이해찬 전 총리 등 전 각료들의 환송을 받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 이종호
 

이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그는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가는 첫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명박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서울역에서 KTX 특별열차를 타고 밀양역으로 출발했다. 밀양에서는 자동차를 이용해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로 갈 예정이다.

 

노 전 대통령은 KTX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 정부는 참여정부와 차별화보다는 스스로의 창조적 비전과 전략을 갖고 창조적 정치에 매진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열차 안에서 선 채로 이명박 정부에 조언을 해달라는 요구에 "새 정부가 잘하지 않겠느냐. 특별히 잘못할 이유가 없다. 새 정부 스스로 오늘 취임사에서도 말했지만 스스로의 비전과 전략을 갖고 창조적 정책 해나가줬으면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인수위도 그렇고 새 정부가 얼마 전까지 참여정부와 차별화를 계속 강조하고 그렇게 하려는 노력이 많이 있었는데, 그건 얼마 안 가서 밑천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귀향 후 계획에 대해서는 "집과 마당을 가꾸는 것이 제일 바쁜 일이 될 거 같다"며 "그런데 실제 이런 계획을 해도 손님 맞다가 볼일 못 볼까 제일 걱정"이라고 답했다.

 

25일 개통한 홈페이지(www.knowhow.or.kr)에도 애정을 쏟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지자들을 일일이 다 만날 수 없으므로 홈페이지를 통해 소통하겠다는 것이다.

 

"가급적 현실 정치 쟁점과 부닥치지 않도록 주의할 생각"

 

play

노무현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25일 오후 12시 10분경 서울역 앞에 도착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해 봉하마을로 향하기 전 환송행사에 나온 시민들을 향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를 외치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 문경미

▲ 노무현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25일 오후 12시 10분경 서울역 앞에 도착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해 봉하마을로 향하기 전 환송행사에 나온 시민들을 향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를 외치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 문경미

그는 "홈페이지를 통해 듣고 싶은 얘기와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생각인데, 가급적이면 현실적으로 정치쟁점하고 부닥치지 않도록 나도 주의해야 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은 "홈페이지가 열려 있으면 사람들이 이런저런 얘기 주고받으면서 뜨겁게 쟁점화돼 있는 얘기들을 많이 할 텐데 내가 또박또박 대답 잘하니까 현실에 끼어드는 꼴이 될까봐 걱정인데, 그건 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원론에 대한 이야기, 지난날의 이야기 등을 나눌 것인데, 그 사람들이 흩어지지 않고 있는 한 내가 피할 수 없는 도리"라면서 "그런 모임을 갖고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발언을 조심하겠다는 말이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그가 퇴임 후에도 정치에 개입할 것이라는 시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기자들을 만나면 역시 항상 내가 기사를 만들어 낸다"며 자리를 떴다. KTX에 동행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각 차량을 돌던 중 기자들을 방문한 것이었다.

 

a

노무현 전 대통령이 25일 오후 김해 봉화마을로 향하는 특별열차 안을 돌며 인사하던중, 기자들이 탑승해 있는 차량으로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종호

노무현 전 대통령이 25일 오후 김해 봉화마을로 향하는 특별열차 안을 돌며 인사하던중, 기자들이 탑승해 있는 차량으로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종호

 

안희정 "홀가분하다" ... 노사모 "노무현 짱"

 

앞서 서울역 청사 계단에는 11시경부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500여명이 노 전 대통령을 배웅하기 위해 나와 있었다.

 

"당신은 우리에게 가장 큰 선물입니다" "정말 눈물 나도록 고맙습니다"라고 쓴 펼침막과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을 들었다. 이들은 노사모의 상징인 노란 풍선을 흔들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 서울찬가의 뒷부분인 '랄랄랄라' 등을 부르며 노 전 대통령을 기다렸다.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이병완 전 비서실장, 김만복 전 국정원장, 이정우·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정동채 전 장관, 이정호 전 수석, 김희선·이화영·백원우 의원, 안희정씨, 영화배우 문성근씨와 청와대 수석, 비서관들도 나왔다.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들이었다.

 

노 전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이었지만 지난 5년이 정치적으로는 침잠기였던 안희정씨는 "홀가분하다, 평화로운 퇴임이라 한편으로는 기쁘고 또 한편으로는 우리의 현실과 미래 때문에 걱정이지만 지금은 5년 임기를 무사히 마친 대통령께 축하드리는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정우 전 실장은 밝은 얼굴로 "고향으로 내려가는 첫 대통령이신데 마음이 흐뭇하다"고 말했다. "한미FTA 문제로 갈등도 있지 않았느냐"고 묻자 "다 잘 할 수는 없는 것이고, 크게 보면 잘하셨다"고 평가했다.

 

대 언론전선의 선두에 서 있었던 양정철 전 홍보기획 비서관은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해 차분하고 담담한, 이성적인 평가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뿐이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이 전 총리 등 상당수가 노 대통령과 함께 KTX를 타고 봉하마을로 이동한다.

 

'노무현 짱', '노무현'을 연호하는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이 부인 권양숙씨와 함께 도착하자 노사모 회원들이 몰려들면서 잠시 북새통이 되기도 했다.

 

"조선족은 노무현을 사랑합니다" ... 서경석 목사도 배웅

 

a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씨가 25일 오전 서울역에서 서경석 목사 등 재중동포들의 환송을 받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 이종호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씨가 25일 오전 서울역에서 서경석 목사 등 재중동포들의 환송을 받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 이종호

노 전 대통령은 우선 서경석 목사 등 조선족 교회에서 나온 조선족 동포 30여명과 인사를 나눴다. 이들은 "2003년 11월 가장 어려울 때 조선족의 눈물을 닦아주신 일 고맙습니다", "조선족은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합니다"라고 쓴 대형 펼침막을 들고 있었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노 전 대통령은 발언을 하지는 못하고, 손만 붙잡았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11월 29일 조선족 동포들이 국적회복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던 현장을 방문했고 이들은 농성을 풀었다.

 

참여정부 내내 노 전 대통령에게 비판적이었던 서 목사는 "당시 '불법체류자들이기 때문에 가지 말아야 한다'며 노 대통령이 조선족 교회를 방문하는 것에 대해 반대가 많았는데, 노 대통령은 이를 무릅쓰고 방문을 해주셔서, 오늘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노사모 회원들은 경호원들이 애를 먹을 정도로 열띠게 배웅했다. 노 대통령은 잠시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입에 손을 모아 큰 소리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외친 뒤 열차로 이동했다.

 

기차를 타러가는 한명숙 전 총리는 "이렇게 멋지게 마지막을 장식하기가 쉽지 않은 일 아니냐"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관저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 뒤, 25일 오전 10시30분께 수백명의 비서실·경호실 직원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청와대를 출발했다.

 

노 전 대통령 부부는 청와대 정문을 나가기에 앞서 잠시 차에서 내려 축하 꽃다발을 받은 뒤 손을 흔들기도 했다. 직원들은 "대통령님 행복했습니다"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를 연호하며 노 전 대통령 부부를 배웅했다.

 

a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씨가 25일 오전 청와대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 이종호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씨가 25일 오전 청와대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 이종호
 
play

고향가는 노무현 "이명박 정부에 바란다" 25일 오후 1시 40분경 서울-밀양 행 KTX 안 기자실 ⓒ 문경미

▲ 고향가는 노무현 "이명박 정부에 바란다" 25일 오후 1시 40분경 서울-밀양 행 KTX 안 기자실 ⓒ 문경미
2008.02.25 13:55 ⓒ 2008 OhmyNews
#노무현 #안희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서양에선 없어서 못 먹는 한국 간식, 바로 이것
  2. 2 모임서 눈총 받던 우리 부부, 요즘엔 '인싸' 됐습니다
  3. 3 카페 문 닫는 이상순, 언론도 외면한 제주도 '연세'의 실체
  4. 4 생생하게 부활한 노무현의 진면모...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
  5. 5 "개도 만 원짜리 물고 다닌다"던 동네... 충격적인 현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