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향><한겨레> 1면에 광고 '눈에 띄네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삼성 비판 언론 광고 금지 해제?

등록 2008.02.26 18:22수정 2008.02.2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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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삼성이 26일 <경향신문>과 <한겨레> 1면에 이명박 대통령 취임 축하 광고를 실었다.

삼성이 26일 <경향신문>과 <한겨레> 1면에 이명박 대통령 취임 축하 광고를 실었다.

삼성이 26일 <경향신문>과 <한겨레> 1면에 이명박 대통령 취임 축하 광고를 실었다.

26일 신문 지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광고’다. 광고쟁이들을 예외로 한다면 기사보다 광고에 눈길이 먼저 가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삼성 광고가 실렸기 때문이다.

 

삼성은 오늘 <경향신문>과 <한겨레> 1면에 이명박 대통령 취임 축하 광고를 실었다. 대통령 취임 때면 으레 하는 광고지만, 두 신문에 실린 오늘 광고는 조금은 다르다. <한겨레>에는 지난해 11월 초 이후 3개월 만에 낸 광고다. <경향신문>에도 지난해 11월 이후 두 번째 실리는 삼성 광고다.

 

<경향신문> <한겨레> 1면에 삼성 광고, 눈에 띄네

 

삼성은 삼성 비자금 사건이 터지고 난 후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광고를 주지 않았다(<경향신문>에는 1월 22일자에 삼성중공업의 사과 광고를 한 번 싣기는 했다).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 비자금 관련 보도 때문이다.

 

지난 1월 10일 이 두 신문을 제외한 전국 종합일간지에 광고를 게재한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기사가 안 좋게 나가고 있는 마당에 광고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이 이 두 신문사에 광고 ‘해금조치’를 취한 것일까? 아직 속단하기는 어렵다. 삼성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좋은 날이어서 광고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두 신문에 앞으로 계속 광고를 내게 되느냐는 질문에는 “지금으로서는 뭐라 말 할 수 없고 그때 그때 상황을 보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아직 “전반적으로 광고 예산이 아직 없는 편”이라고도 했다.

 

광고를 받은 쪽도 조심스런 편이다. 신문사 형편을 살피자면 광고 하나가 아쉬운 신문사 광고쟁이들이지만 “두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낙관적인 전망을 경계했다. ‘기사는 기사대로 쓴다’는 원칙이 확고한 두 신문사 광고쟁이들로서는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험난하다는 판단인 셈이다.

 

“우리로서야 어떻게든 광고를 받고 싶지만, 그렇다고 편집국에 기사 쓰지 말아 달라고 할 수도 없지 않나요.”

 

이들 신문사들 광고쟁이들은 그래서 고달프다. 비단 이 뿐만 아니다. 광고주들에게 비판적인 기사가 나가면 어김없이 광고주들의 불만스런 항변에 시달려야 한다. 기사를 빼달라는 감당하기 힘든 주문도 있다.

 

광고주들로서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홍보하자고, 기업 이미지 좋게 하자고 하는 광고인데, 비판적인 기사가 나가면 어떻게 광고를 낼 수 있겠느냐는 항변이다.

 

광고를 주는 실무자들도 고달프기는 마찬가지다. 윗사람 눈치는 눈치대로 보아야 하고, “아무리 그래도 기사는 기사이고, 광고는 광고인데, 그럴 수 있느냐”는, 평소 안면이 있는 신문사 광고쟁이들의 성화는 성화대로 받아야 하는 처지가 고단할 수밖에 없다.

 

신문사 광고쟁이나, 기업 홍보실이 정말 ‘좋은 날’은 언제...

 

삼성이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축하 광고를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싣는 데도 우여곡절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삼성으로서는 줄까 말까 고민했다는 이야기다. 지난주 금요일 정도에 최종 결정이 됐다. 대통령이 취임하는 좋은 날인데, 또 <경향신문>과 <한겨레>에는 광고를 주지 않았다가 괜한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겠다.

 

기사와 광고는 분명 별개다. 하지만 별개가 아닌 것도 사실이다. 현실은 그렇다. 쉽지 않고, 간단치 않다. 그래서 최소한의 ‘금도’와 ‘균형감각’이 중요할 수 있다. 삼성 같은 세계적 기업이라면 더 그렇다.

 

좋은 날이어서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삼성 광고도 실렸다. 그러나 정말 ‘좋은 날’은 언제나 올까. 신문사 광고쟁이들이나 광고를 주는 기업 홍보실 관계자들이 적어도 기사 때문에 광고 갖고 ‘치사한 씨름’은 하지 않는 그런 좋은 날은…. 그들이 맘 편하게 술 한 잔 하면서 신문 지면에 대해, 그리고 기업 활동에 대해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런 날은….

2008.02.26 18:22ⓒ 2008 OhmyNews
#삼성 #광고 탄압 #경향신문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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